국토부 “양평고속도, 대안이 예타안보다 교통분산-환경 유리”
“예타안은 강하 IC 설치 어려워
대안, 마을 관통 안해 환경훼손 덜해
원희룡, 김여사 일가 땅 지난달 알아”
野 “국토부 발표 철저히 검증”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업이 중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 종점을 기존 양평군 양서면이 아닌 양평군 강상면으로 하는 현재의 대안 노선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교통 체증 해소나 환경 영향, 비용 대비 편익 등을 감안했을 때 대안 노선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야당은 국토부 발표 내용을 철저히 검증해 보겠다고 맞섰다.
국토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시점에 양서면이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올해 5월 공개된 대안 노선에서 강상면으로 바뀐 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야당은 김 여사 일가가 강상면에 땅을 보유한 점을 들어 의혹을 제기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자 갈등이 증폭됐다. 원 장관은 종점 인근에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다는 것을 지난달 29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질의서를 보내 와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우선 대안 노선이 예타와 달라진 데 대해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은 “예타는 사업 진행 여부를 알아보는 일종의 신체검사고, 여기서 문제없다고 하면 더 자세히 보는 게 타당성조사”라고 했다. 최근 20년 내 고속도로 사업 중 시작점이나 종점이 바뀐 게 14건으로 예타안대로 추진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
국토부는 대안 노선의 교통 체증 해소 효과가 예타 노선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대안 노선 통행량은 하루 2만2300대로 예타 노선(하루 1만5800대)보다 32.7% 더 많다. 인근 국도 6호선이나 지방도 88호선 교통량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야당과 양평 주민 등이 강하게 요구하는 양평군 강하면 나들목(IC) 설치도 예타 노선으로는 힘들다고 했다. 양서면에 IC를 만들면 예타 노선상으로 양서초등학교나 경의선 선로가 주변에 있어서 IC 노선이 복잡해지고 운전자가 위험해진다는 것. 대안 노선으로는 강하면에 IC를 무리 없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박중규 한국도로공사 건설처장은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양평군에서 수도권으로 빠지는 차량이 95%”라며 “예타 노선은 우회해야 하지만 대안 노선으론 바로 진입이 가능해 효과적”이라고 했다.
또 대안 노선은 한강을 1차례 가로지르지만 예타 노선은 2차례 지나야 하는 데다 마을까지 관통해야 해 환경 훼손이 덜하다고 했다. 사업비는 대안 노선이 1조753억 원으로 예타 노선(1조613억 원)보다 많지만 교통 분산 효과를 고려하면 경제성이 높다고도 했다. 양평군이 제시한 ‘양평군 1노선’도 종점이 양서면으로 강하면 IC를 설치할 순 있지만 환경 훼손이 심할뿐더러 교통량 분산 효과도 낮다고 봤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예타 노선을 두고 “강을 두 번 건너고 ‘L’자에 가깝게 휘는 도로는 찾기 힘들다”며 “정부안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건 지도만 보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등을 열고 국토부 평가 내용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원안추진위원회 맹성규 공동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국토부 발표는 강하면 IC가 있는 대안과 없는 원안을 놓고 비교한 결과”라며 “그렇게 비교해서 교통량 증감을 제대로 알 수 있겠나”라고 했다.
국토부는 도로국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각종 의혹에 대응하기로 했다. 원 장관은 “거짓 선동에 의한 정치공세에 민주당이 혈안이 돼 있는 한 사업을 재추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정치공세로 가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공세가 더 강해져 협상할 수 없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윤명진 기자, 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