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나아가야 할 신앙생활
[말씀]
■ 제1독서(창세 15,5-12.17-18)
아브라함의 부르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창세기 저자는 이스라엘 백성의 소명을 되새깁니다. 선조 아브라함처럼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으로 선택된 이스라엘은 온갖 풍요로움을 선사 받은 민족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본래 삶의 방식이었던 유목생활에서 이 풍요로움은 가축 떼를 위한 물과 초지 보장으로 가능했으며, 약속의 땅에 이르기까지 또는 그 이후의 정착생활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손 번성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 제2독서(필리 3,17-4,1)
감옥에 갇힌 몸으로서 가장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필립피 공동체에 글을 쓰면서, 사도 바오로는 공동체의 많은 구성원이 앞을 향하여 나가기를 포기하는 현실을 보고서 슬픔과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 사도에게 이들은 하느님을 향한 삶을 저버리고서 “자기네 배를 하느님으로, 자기네 수치를 영광으로 삼으며 이 세상 것만 생각하는 자들”로 비칠 뿐입니다. 신앙인의 삶은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끊임없이 거듭날 때 참 의미가 있음에도 말입니다.
■ 복음(루카 9,28ㄴ-36)
열두 사도는 스승의 부르심과 함께 열렬한 마음으로 그분을 따랐으며, 그분 안에서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를 믿어 고백하기도 했으나, 어려움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스승이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을 결심하셨을 때 두려움은 가중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따르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제자들에게 그리스도는 순간적이나마 당신의 신원과 사명을 밝혀주십니다. 성부의 부르심에 온전히 응답하시는 독생 성자이시며 구약의 기다림을 완성하러 오신 구세주!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의 의미가 여기에 있으니, 제자들은 스승을 따라 걸음을 계속해야 합니다.
[새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걱정될 때가 참 많습니다.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고 살아가야 할 날들을 내다보면서, 또한 살고 있는 지금을 지켜볼 때마다 자주 되묻게 되는 불안한 마음이며, 이는 이미 구약의 사람들이 기나긴 여정을 통해서 통감해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누구의 도움으로 또는 말씀으로 불안감을 떨치고 밝은 미래를 희망하며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것처럼, 하느님은 모세와 엘리야를 비롯한 예언자들을 파견하여 구약의 이스라엘이 희망을 잃지 않고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말씀으로 당신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라나서기로 다짐했으면서도, 십자가에 이르는 고통 앞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던 제자들에게 주님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분으로서의 당신의 참모습을 보여주십니다.
구원사업 완성을 위해 잠시 사람의 모습을 취하셨으나, 그분 본래의 모습, 거룩한 모습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 모습을 다른 어떤 위대한 순간이 아닌 기도의 때에 보여주십니다.
모세와 엘리야, 율법의 모세와 예언서의 엘리야, 이들의 등장은 구약의 완성을 대변해줍니다.
거룩한 모습, 영광스러운 모습 앞에서 제자들을 대표한 베드로의 무의식적 반응은 초막 셋을 짓겠다는 것입니다. 십자가와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을 향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멈추고 싶었고 포기하고 싶었던 평소의 마음이 이렇게 표현된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의 응답은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입니다. 예수님은 이미 앞서서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셨으니, 그분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문맥상 “각자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산에서 내려가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길, 수난과 죽음의 길, 십자가의 길을 걸어 가야합니다. 거기에 부활이 있고 구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순시기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시기, 되찾으려는 노력하는 시기이며, 노력에 있어 오늘 복음이 특별히 강조하는 방법은 기도입니다. 기도 중에 우리는 우선 주님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고, 내 본래의 모습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통해 주님과 나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힘과 용기를 내어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이 앞서 가십니다. 뒤따라 열심히 걸어가는 한 주간 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