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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새를 찾아서(47)...파랑새(4)
1.파랑새도 헬퍼가 있다?
금년 7월달에 서산의 파랑새를 촬영하면서 집 주인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파랑새를 유심히 보니 어미가 둘이 아니고 그 이상이라고했다. 적어도 셋은 확실한데 그 이상은 잘 모르겠단다. 어미가 둘 이상이라면 나머지는 헬퍼를 지칭한다. 헬퍼는 번식을 할 때 어미 이외에 번식을 도와주는 개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앞에 태어난 새끼(형)이거나 수컷들이라한다. 전체 조류의 약 3%가 헬퍼가 있다고한다. 우리 주위에서 헬퍼가 있는 조류는 물까치, 물닭류, 오목눈이 등이 있다.
그러나 파랑새 자료를 찾아봐도 헬퍼가 있다는 언급은 없었다. 집주인에게 의문을 표시하니 저녁 쯤 먹이 공급 활동이 많아지는데 한번 더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집을 방문하여 물어보니 재 확인 결과 먹이를 운반하는 개체는 세 마리였다한다.
파랑새 자료를 보면 6월경에 3~5알을 산란한다. 포란은 암수 교대로 하며 포란일은 약 25일 정도이다. 7월 초 경에 새끼가 부화하여 10일이 지나면 털이 나기 시작한다. 이 때까지는 암컷은 둥지에서 새끼를 돌보며 수컷만이 먹이를 운반한다. 10일이 지나면 암컷도 먹이 활동을 하며 암수 왕성하게 둥지에 먹이를 가져오고 부화 후 25일이 지나면 둥지서기를 한다(월간버더 2006년 6월호, 일본조명사전).
다른 여러 자료를 봐도 파랑새에게 헬퍼가 있다는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먹이주는 녀석이 여러 마리이더라는 목격담은 새아빠님과 샐리님으로부터도 나왔다. 양평에서도 같은 광경을 관찰하셨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사람들도 먹이 주는 광경과 운반 회수까지 관찰하고 있다. 먹이 운반 회수는 5~7시:6번, 9~11시:18번, 13~15시:17번, 17~19:55번으로 저녁 시간이 압도적으로 먹이 운반이 왕성하였다고 적고 있다. 저녁 무렵에 먹이활동이 왕성하다는 기록 내용은 서산 집주인과의 목격담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헬퍼가 있다는 언급은 없다. 과연 헬퍼가 있을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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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작년 어느 날 나는 ‘한국에서 크낙새의 잃어버린 알’이라는 트랜잭션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한국 크낙새 알 헤프닝을 정리한 트랜잭션. 일본치수조(稚水鳥)협회 기관지에서 발췌하였다고 적혀있다.
탐독 결과 1976년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로서 한 국내 조류학자의 어이없는 오류가 이슈가 된 사건이었다. 내용인 즉선 광릉수목원에서 크낙새가 알을 세 개 산란을 하였는데 강풍이 불어 크낙새 둥지가 있었던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말았다. 이 때 수목원 직원 두 사람이 ‘어미 크낙새가 부리로 알을 물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는 목격담을 말한 것이 진실공방으로 발전한 사건이었다. 국내에서 조류 관련을 전공하는 K대학의 A교수는 크낙새는 부리로 알을 운반할 수없다라고 주장하면서 반론을 펼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 사건은 학계와 문화재관리국의 감정 싸움으로 발전하여 갔는데 그 이면에는 사라진 크낙새의 알을 둘러싼 의혹의 눈길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사건은 얼마후 애니멀라이프(1969년 12월호)라는 일본잡지에서 미국 플로리다에서 촬영한 부리로 알을 물고 있는 딱따구리류 사진이 실려있는 것을 발견함으로서 목격자 말이 진실임이 판명되었다한다. 사실 딱따구리류가 알을 물고 가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자료를 찾을 수있다.
까막딱따구리가 알을 물고 버리는 모습.(월간버더 200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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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파랑새로 돌아와서 파랑새가 번식할 때는 과연 헬퍼가 있을까에 대해서 가정을 해본다. 필자는 일단 목격자의 목격담을 믿고 싶다. 크낙새의 예에서도 보듯이 관찰은 대단히 중요한 자료이다. 일본 자료에서 헬퍼가 언급되지 않는 이유는 일본에는 파랑새가 소수만 서식하는 조류이다 보니 많은 연구 결과는 없는 듯하다. 또 일본은 까치집이 국소적으로만 존재하므로 대부분의 파랑새는 딱따구리 구멍에서 번식한다. 이 점이 한국과 다른 번식 형태이다. 이 외에도 자연계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파랑새의 헐퍼 존재 유무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할 것같다.
2.파랑새는 심산유곡(深山幽谷)에 서식할까 또 파랑새 먹이는 무엇일까.
파랑새는 집락촌 부근에 논밭이나 수풀이 펼쳐진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이유는 먹이와 관계가 있다. 파랑새 먹이는 매미, 풍뎅이, 장수잠자리, 사슴벌레 등 대형 곤충류이다. 이런 먹이가 많은 환경이 최적의 서식 환경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서식지 주변에는 하천이나 습지 등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이런 곳은 대개 인가가 접한 지역이 많다.
파랑새 먹이. 매미, 벌, 잠자류 등의 곤충류였다.(2006.7.8 서산)
파랑새 둥지 안에는 인공파편을 비롯한 여러 파편들이 들어 있다는데...
실제로 파랑새 둥지를 관찰해보면 조개껍질, 알루미늄캔 두껑, 도자기 파편, 타일 파편, 플라스틱 파편 등이 발견된다고 한다. 목적은 모래 주머니에서 먹이를 잘개 부수기 위해서라고 생각되고 있다.
둥지에서 나온 여러 파면들. 도자기 파편, 금속 파편, 조개류, 작은 돌 (월간버더 2003년 6월호)
둥지서기 후 둥지에 버려진 먹이들. 곤충의 머리부는 딱딱하여 먹지 않고 부드러운 몸체부만 먹었다.(월간버더 2003년 6월호)
둥지에 나온 알미늄 캔류 두껑들. 표면에 긁힌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먹어서 모래주머니에 저장한듯하다.(월간버더 2003년 6월호)
필자가 촬영한 파랑새 둥지 속. 둥지서기 후에 사다리차를 동원하여 둥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사다리차가 가까이 접근할 수없어서 둥지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없었다.
(2006년 7월 서산)
3.파랑새도 인공새집에 둥지를 트나?
파랑새는 남의 집에 둥지를 튼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까치집에서 둥지를 튼다. 간혹 딱따구리가 파 놓은 나무 구멍에다 둥지를 트는 경우도 있다고 하나 버더디비에 올라온 국내의 파랑새 둥지는 전부 까치집에 둥지를 털었다. 몇 몇 국내 홈페이지를 검색하여 어렵게 나무 구멍에 둥지를 튼 파랑새 모습을 볼 수있었다. 와일드인코리아에서 조물닭 선생님께서 촬영하신 사진이다.
http://www.wildinkorea.com/bbs/index.php?mode=detail&serial=1479&rel=1479&page=1&key1=title&key2=content&key3=name&keyname=파랑새&code=gallery1
그러나 까치집을 거의 볼 수 없는 일본에서는 파랑새는 나무구멍에 둥지를 틀 수밖에 없다.
너도밤나무 구멍에 둥지를 튼 파랑새(월간버더 2006년 6월호)
스스로 둥지를 만들 수 없는 파랑새이기에 일본에서의 사정은 대단히 딱하다. 아름다운 이 새가 해가 갈수록 개체수가 격감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부터 파랑새의 번식분포는 동북지방과 큐우슈우 지방이었고 지금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장소이다. 히로시마에서는 1980년 경에 개체수가 가장 많았던 지역이고 자동차로 달리면 수 km마다 전신주나 나뭇기둥에 앉아 있는 파랑새를 볼 수 있었다한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부터 전선이나 전신주에 앉아 있는 파랑새 모습을 거의 볼 수없게 되었다한다. 나무로 된 전봇대는 둥지로 틀 수 있는 구멍이 제법 있었는데 구멍이 전혀 없는 콘크리트 전봇대로 교체되면서 파랑새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이 때 신슈대학의 나카무라 교수는, 그 지역의 전력 기업(한국으로 치면 한국전력. 일본은 전력회사가 민영화되었고 전국 각 지역별로 여러 전력 회사가 나누어 전력을 공급하고 있음)에 협조를 요청한다. 파랑새가 번식하는 전봇대마다 번호를 매기고 번호표를 주어. 번식 전봇대를 교체할 때는 연락을 주기를 요청하였다. 또한 번식 전봇대는 비번식기에 교체해주기를 요청하였고 교체 후는 인공새집을 달기로 했다.
전봇대에 거치된 인공새집에서 파랑새가 번식을 하고 있다.(월간버더 2006년 6월호)
처음에는 교체된 콘크리트 전봇대 근처 나무에다 인공새집을 달았으나 파랑새가 전봇대를 선호함을 발견하였고 그 뒤는 전봇대에다 인공새집을 거치하였다한다. 이 인공새집에는 파랑새 이외에도 박새나 원앙 등도 11종의 생물이 둥지를 틀거나 활용하였다.
파랑새 인공새집 설치 결과, 히로시마 현에서는 1980년대 후반 약 10쌍만 남아있었던 파랑새가 2003년에는 157쌍이 번식함을 확인하였다. 극적으로 개체수가 회복되었고 파랑새는 인가 근처의 인공새집에도 번식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있었다. 하기사 남의 집을 빼앗아 살아가는 주제에 인공새집이면 감지덕지일 것이다.
인공새집에서 파랑새 먹이 주기(월간버드 2006년 6월호)
4.둥지 위치
둥지 위치는 파랑새가 활동하는 곳보다 제법 떨어진 곳이 많다. 더욱이 어미는 먹이를 잡아 일직선으로 둥지를 찾아가지 않고 반드시 나뭇가지에 몸을 숨기고 난 후 둥지를 찾아간다.
파랑새 먹이 주기(2006년 7월 서산). 먹이 활동장소는 둥지와 약 300m 떨어진 도로 건너 수풀 지역이었다.
12.파랑새의 울음소리
파랑새의 울음소리는 대단히 둔탁한 소리이다. 번식 기간에는 울음 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사실 파랑새는 울음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울음소리를 내는 경우는 영역에 쌍 이외의 다른 파랑새가 들어오는 경우이고 이 때는 숲속이 시끄럽도록 울어댄다. 진입자가 영역을 떠날 때까지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쫓아버린다. 이 외에는 쌍이 보금자리를 확인할 때와 새끼에게 위험을 알릴 때에 우는데 이 때는 짧게 ‘캣’하고 울 뿐이다. 또 파랑새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아주 강한 새이다. 까치를 능히 이긴다. 까치집에 까치가 번식 중이면 까치 새끼를 물어다 버리고 파랑새가 번식했다는 목격담도 들었다.
첫댓글 파랑새 사진 이뻐요~ㅋㅋ 저는 올해 파랑새를 제대로 촬영해본적이 없답니다.동네 파랑새가 눈치가 너무 빨라서...
^^ 파랑새의 팰럿 얘기는 없군요! 언젠가 한번 리플을 달았던 걸로 기억됩니다만.... 파랑새도(유조 포함) 수리부엉이 처럼 먹은 먹이의 소화가 되지않은 것을 팰럿(펠렛?)을 만들어 토해낸답니다. 팰럿의 내용물을 주로 소화되지않은 갑각 곤충류의 머리와 발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 그리고 저의 귀에 들리는 파랑새의 소리는 "빽빽빽~빽빽백엑~" 정도로 들립니다만.... ^^
잘 배웠습니다..^^
팰릿을 만들어 토해낸다는 이야기도 교재에는 나오지 않군요. 내년에 한번 조사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