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은 교사에게 있어서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배낭과 같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객에게는 배낭 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먹을 식량은 충분히 챙겼는지, 비상 약품과 갈아입을 옷, 필수품 등을 빠짐없이 챙기는 일은 여행의 질을 좌우할 만큼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다.
교육과정은 교사에게 있어 나침반이다. 짧게는 한 해 동안 맡겨진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지도를 그려내는 일이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길게는 교직 생활 내내 교육과정이라는 맵에 자신만의 길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과정으로 교사들은 수업과 생활교육, 학교 내 크고 작은 교육 활동 등을 설계하고 추진한다. 교육과정은 넓은 바다와도 같다. 망망한 바다를 항해할 때 방향을 잡아가는 일은 목숨을 담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수업에서 방향을 잃는 일이 종종 있다.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주는 것이 교육과정 총론과 같은 법적 문서들이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교육, 맞춤형 교육이 핵심 키워드다. 교육과정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은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깊이 있는 학습이다. 개념적 이해를 강조하며 탐구 중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그뿐만 아니라 백워드 설계를 통해 진정한 이해와 전이를 끌어내는 수업과 평가 방법을 강조한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라면 대부분 느끼는 것은 평가에 대한 어려움이었다. 다인수 학급에서는 교사 혼자만으로 힘으로 질적인 평가를 이뤄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었다. 이론과 실제와 괴리된 부분이다. 평가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미 있는 피드백을 위해서는 모종의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디지털 도구의 발전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평가 방향인 과정 중심 평가, 역량 중심 평가, 수행평가, 형성평가, 개별화된 평가, 통합적 평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평가, 평가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제는 평가가 곤혹스러운 짐이 아니라 AI 기술 덕분에 날개를 달 수 있는 홀가분한 영역이 되었다는 점이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디지털 교과서의 개발로 수학과 같은 과목에서는 AI 기술 덕분에 학습자는 자신의 속도로 학습할 수 있으며 필요한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학습 진행 상황과 성취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교사는 더는 채점과 점수 기록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도구를 목적에 맞게 활용할 몫은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교육과정이라는 틀 안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가 시간적 안배와 물리적인 범위 안에서 기술을 잘만 활용하면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좀 나은 교육적 성취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깨알처럼 꼼꼼하게 교육과정에 대해 연구한 기록물과 같은 이 책을 곁에 두고 틈틈이 읽어보면 교육적 방향을 잡아가는데 활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