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난방연료로 연탄이 널리 쓰이던 시절, 연탄의 주원료인 무연탄은 정말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원이었다.
그런 무연탄이 전국에서 최고로 많이 생산되는 태백 철암탄광.
철암 지역은 탄광으로 일을 하러 온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였고,
철암역 앞의 마을은 갖가지 상점들로 바글바글했고 언제나 활기를 띄었다.
하지만 석탄 합리화 정책에 의헤 수많은 탄광들이 폐광되고 그나마 남아있는 탄광마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태백/사북/고한/도계/상동 등 탄광으로 먹고 살던 지역들은 엄청난 인구유출과 함께 경제 침체를 겪어야 했다.
태백시만 해도 1980년 12만이었던 인구가 2005년 5만으로 줄어들어 곳곳에 빈집들이 늘어만 갔고,
태백의 중심상권인 재래시장에도 사람 한 명 보이질 않을 정도로 경기도 크게 위축되었다.
그나마 시청, 터미널 등이 위치한 구 황지읍 지역은 타격을 덜 맞았지만,
순전히 탄광산업에만 의존해온 구 장성읍과 철암동 일대는 엄청난 타격을 맞았다.
현재 철암동은 거리엔 사람이 단 한명도 없고, 다 쓰러져 가는 건물들만 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 한 명 다니질 않으니 가게들도 전부 폐업위기에 처해 한낮인데도 문을 닫은 가게가 속속 보인다.
뭔가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데, 보이는 사람이 없는 철암.
무연탄에 의존해 사는 동네에서 석탄합리화정책의 후폭풍은 너무나도 거셌다.
그래서인지, 90년대 초반만 해도 태백선의 모든 열차가 철암역을 발착으로 했지만
이제는 모두 강릉, 동해로 지나가고 철암역으로 오는 열차는 단 한대도 없다.
건물도 굉장히 으리으리하고 규모도 엄청나지만, 서는 열차는 몇 안되는 그런 역이 되고 말았다.
이 곳의 기차역도, 동네의 모습도, 너무나 휑하여 오싹하게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한 때는 무연탄 산업의 중심지로 크게 활기를 띄었던 철암역 앞의 모습.
마을의 중심지임에도 지나다니는 차는 오직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밖에 없고,
건물만 끝없이 늘어져있을 뿐 지나가는 사람 한 명 보이질 않는다.
석탄산업이 쇠락해 아무리 심하게 타격을 맞았다지만, 이 정도로 황량한 모습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철암역 표지판을 보고 쭉 걸어와, 드디어 철암역이 있는 곳에 도달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왜 건물 하나 없이 바로 역 플랫폼으로 이어질까.
철암역이 이쪽 지사의 대표역 역할까지 했었고 태백선 모든 열차의 종착역이었던 큰 역이기에,
건물 하나 없이 바로 역 구내와 이어질 리가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일단 들어가보니, 엄청난 수의 선로와 무연탄공장이 일행을 반겨주고 있었다.
구로역, 용산역을 연상하게 하는 엄청난 선로들, 그리고 눈이 답답해지는 삭막하기 짝이 없는 공장들.
최고의 무연탄 생산지라는 말에 걸맞게 그 모습도 엄청나게 삭막하다.
철암역이 이 근방에서 가장 큰 역이라는 것을 말로만 들었을 때는 믿기 힘들었지만,
직접 와서 확인해 보니 상상 이상으로 크기만 하다.
철암역 뒤로는 산 정상까지 쭉 석탄 탄광이 이어진다.
흙을 벗겨내고 흉하게 산꼭대기까지 석탄에 의해 벗겨진 모습을 보니,
정말로 이렇게까지 흉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연탄에 의해 존재하는 철암역답게, 그 모습도 너무나 삭막하기만 하다.
여태껏 가봤던 우리나라의 철도역 중 가장 보기 싫은 삭막한 광경이다.
청량리 - 철암 착발 새마을호, 무궁화호, 통일호가 존재했던 시절.
종착역 역할을 하는 역으로 수없이 많은 열차와 기관차가 잠시 쉬기 위해 들렀던 곳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서울로 가는 열차가 강릉역으로 방향이 바뀌어 더 이상 서울가는 열차는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영동선 열차조차 수요 감소로 인해 계속해서 감축하여,
현재 철암역에서 정차하는 여객열차횟수는 하루에 채 10번도 되지 않는다.
1시간에 2대씩 왔다갔다하며 정차해 수많은 승객들을 싣고 내렸던 전성기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하다.
우리나라의 어떤 기차역이 이렇게까지 몰락했던가...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부터 화물 위주의 영업을 했던 철암역이지만, 청량리행 열차가 사라진 이후로는 화물 편중이 더욱 심해졌다.
저 뒤로 보이는 수많은 화물객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앞의 구형 철암역 폴사인은 쓸쓸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객열차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역 답게, 서있는 모습도 다른 어떤 역들보다도 더욱 쓸쓸해 보인다.
도담역과 함께 화물취급의 1인자라는 역을 상징하기 위해,
이렇게 조그맣게 모형객차를 만들어 전시중이다.
건물도, 역 풍경도 모두 삭막하기만 한 철암역에서 한 줄기 따스한 빛으로 겨우겨우 눈이 정화된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철암역 행선판이 쓰여 있어 그 쪽으로 들어왔더니, 역 화물담당직원 분들이 엄청나게 쓴 소리를 한다.
부산역에서 일어난 무슨 사고 때문에 비상이 걸려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역무원에게 허가를 맡고 다시 들어오라고 한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허겁지겁 쫒겨나다시피 역사로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사실 허락도 맡지 않고 멋대로 들어와 사진을 찍은 것은 정말 죄송한 부분이지만,
안내표지판을 엉뚱하게 세워놓아 우리에게 혼란을 준 것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진짜 철암역 입구에는 아무런 표지판도 없고, 오히려 엉뚱하게 뚫려있는 곳에만 표지판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낚이게 되어 고의 아니게 역을 무단침입하고 사진까지 찍게 된 것이다.
철암역에서 아무리 화물 중심의 업무를 한다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역에 대해서 제대로 안내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본적인 안내 조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역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큰 불편을 주었으니 말이다.
철암역 구내가 무척 넓고 화물열차도 자주 지나다니기 때문에,
멈추는 열차도 많지 않고 타고내리는 사람 수도 적은데도 불구하고 지하도가 설치되어 있다.
물론 도담역의 그 것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그래도 뭔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역사와 바로 이어져 있는 1번홈까지 지하도를 이용해 들어가야 한다는 것에서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도 얼마 없는 역에 장애인 리프트라...
차라리 태백역에 리프트를 설치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데도 정말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사람 많은 태백역은 리프트,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아무것도 없이 3층까지 걸어올라가야 하는데,
사람 적은 철암역은 이용하지도 않고 썩어가는 리프트가 당당히 설치되어 있으니...
태백산 일출과 정상의 눈 쌓인 사진이 열차 타는 곳 입구에 걸려있다.
거기에다 양 옆으로 태백을 상징하는 나무와 돌 조형물까지...
철암역 자체만으로도 태백의 현실을 상징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조형물까지 있으니 더없이 태백의 분위기가 물씬 살아난다.
역 내부도 역 외관 만큼이나 굉장히 넓고 깔끔하다.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하루에 많아야 고작 100명이라니,
몰락한 동네의 몰락한 역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조그마한 통리역조차 역 안이 꽉 찰 정도의 많은 사람들로 바글거리는데,
이렇게 큰 철암역에서는 사람 한 명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니...
비록 사람이 없다고는 해도 나름대로 승객들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갑자기 간이역에 온 듯한 훈훈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큰 역의 따뜻한 맞이방에 온 것 같지만,
현실은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는 사람 한 명 없이 썰렁하기만 하다.
열차 시간이 다 된다고 해도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말 우리 일행이 그토록 찾았던 철암역사는 우리가 왔던 길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수많은 건물들에 가려져 눈에도 잘 띄지 않았을 뿐더러,
역사가 이 곳에 있다는 안내판조차 전혀 없기 때문에 철암역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철저히 사람은 배격되고 화물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철암역.
이미 처절하게 죽어버린 마을 상권처럼,
철암역의 미래도 꺼져가는 촛불 바라보듯 암담하기만 하다.
비록 유가 급등으로 무연탄의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다고 하지만,
전국민이 연탄을 사용했던 옛 영화와 전성기를 생각하면 전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앞으로 철암탄광마저 폐광되어 더 이상 석탄을 생산하지 않게 된다면,
철암역은 앞으로 어떤 운명에 처해질 것인가.
그리고 태백시 또한 어떤 운명에 처해질 것인가.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문제가 결코 아니다.
떠난 사람들을 되찾기 위해서 뭔가 확실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래야 태백시가 현재 최소 인구 도시라는 타이틀을 어느 정도 벗길 수 있을 것이고,
철암역도 다시 부활하여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형역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날이 찾아오기는 할 지 걱정되기만 할 뿐이다.
첫댓글 옛날에는 탄광촌에 돌아다니는 개도 만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했었는데... 참 세상의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있네요.
정말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굉장히 잘 나가던 동네였다죠... 지금은 뭐 할말 없는 수준이지만... 참고로 정선/삼척/영월/문경의 인구 감소는 태백보다 훨씬 심하다고 합니다.
잘 봤습니다. 사진에 대한 한마디 하나하나가 인상적입니다.
칭찬 고맙습니다. 더욱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태백역보다 .. 더 나은듯 하네요 ., 잘보고 갑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사람들의 수도권 지역으로의 전입(이촌향도)를 국가정책적으로 제한 및 금지해야 하지 않을싸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