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권 일상 24-10 아저씨의 화장실 청소
점심식사 시간에 홍순권 아저씨가 옆에 앉으셨다.
직원인 나에게 몇마디 말을 걸었다.
나도 몇마디 답을 했다.
1동 청소가 생각났다.
"아저씨 오늘 101호 사시는 두분 여행가셨잖아요?"
"네"
"그래서 제가 혼자 1동 청소하기 벅차서 그런데 조금 도와주실 수 있어요?"
답이 없으시다.
"혹시 101호 방 청소 혼자 하실 수 있어요? 조금만 해주시면 제가 다른 곳 청소하면 되는데..."
"네"
단답형의 짧은 대답이다.
"아! 감사합니다. 이따가 청소할 때 방 청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느낌은 내키지 않는 듯하다.
오후에 직원은 걸레 청소 때문에 장화를 신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장화가 없는데?"
"네?"
"장화가 없어"
"장화요? 장화 신으실 일이 있어요? 제가 지금 신고 있는데 벗어 드릴게요"
"화장실 청소 하려고"
"아! 화장실 청소요?"
"네"
장화를 벗어 드렸다.
"아저씨 오후에 목욕 한다고 하시던데. 목욕 하실래요?"
"벌써 했어. 아까 했지"
직원이 다른 곳 청소 하시는 사이에 목욕을 하신 듯 하다.
이렇게 빨리 하시는 분이 아니신데? 싶어 평소 목욕 하시는 화장실에 가보니 이미 바닥이 깔끔하게 청소 되어 있다. 목욕을 하신 후 청소까지 하신 것 같다.
"화장실 청소 잘 부탁합니다. 저는 다른 곳을 마저 청소 해야 해서요"
"네"
아까 청소를 부탁 드릴 때의 느낌은 하기 싫어 하신 것 같은데 직원의 짐작이 잘못되었다.
아저씨가 청소가 끝난 후 직원을 지나치며 말한다.
"다 했어. 청소"
"와! 아저씨 화장실이 이렇게 깨끗해요? 너무 깨끗한데요?"
아저씨가 멋 쩍은듯 씩 웃으신다.
2024년 5월 25일 토요일 남궁인호
아저씨께서 평소에 꼼꼼하신 편이시죠. 그 강점이 화장실 청소에서도 드러나신 것 같습니다. - 최승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