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인 가족의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다. 오랜 만에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도 만나고 코로나로 한동안 못 봤던 사람들 얼굴도 볼 수 있었다.
갈수록 일부러 약속을 잡고 만나는 일이 줄어든다. 천상 무슨 경조사가 있을 때 겸사겸사 얼굴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늘도 그런 인연들을 여럿 만났다.
집으로 오는 길에 지하철을 갈아 타는데 웬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옷차림으로 봐서 이 양반도 분명 어느 결혼식에 다녀온 듯싶다.
어찌나 술 냄새가 나는지 모두들 피해서 지나간다. 재밌는 것은 건너편 의자에 어떤 아랍 사람이 태연하게 앉아 스마트폰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결혼식에 갔다가 한 잔씩 들이키다 보니 과음을 했을 테고 무슨 심사가 틀어졌는지 술김에 온갖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노인 부부가 지나가다 여성 분이 혀를 끌끌 차면서 중얼거린다.
"아이고, 술이 웬수지." 답례품으로 받은 것을 베개로 삼고 잠을 청할 요랑인지 욕설을 멈추고 조용해진다. 저 분은 오늘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술은 잘 마시면 약이고 잘 못 마시면 독이란 말이 있다. 술주정도 일종의 습관이다.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하다는 말도 있지만 일찍 아버지를 잃은 나는 혼자 배웠다.
나는 20대에 딱 한 번 필름이 끊겨본 이후 여태 기억 못하는 술자리는 없다. 지금은 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 술자리 마무리는 항상 내 담당이었다.
술 취한 친구들을 하나씩 택시에 태워 보낸 후 나는 맨 마지막에 자리를 떴다. 음주는 지나치면 안 마시는 것보다 못하다. 음주도 자신에 대한 일종의 책임이다.
자기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하듯이 술도 마찬가지다. 절제할 줄 알고 기분 좋게 끝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음주도 중요한 처세술의 일부다.
내가 본 술버릇은 여러 유형이 있다. 그 중 가장 난감한 것이 술만 마셨다 하면 여기저기 시비를 걸어서 술자리를 썰렁하게 만들고 기분 잡치게 하는 사람이다.
서로 좋자고 만나 술을 마시는데 점잖았던 사람이 술이 들어가면 딴 사람으로 변한다. 지인 중에 그런 사람이 있어 가능하면 나는 그가 취하기 전에 먼저 자리를 뜬다.
술만 마셨다 하면 전화를 하는 친구도 있다. 늦은 시간이나 자고 있는 시간에 전화를 하면 대략난감하다. 따끔하게 얘기를 해도 그때뿐이다. 일종의 음주전화다.
알콜이 슬픔을 불러오는지 술 취하면 우는 사람도 있고 평소 과묵했던 사람이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지는 유형도 있다. 초반의 침묵이 후반에는 웅변으로 변한다.
알콜이 말할 용기를 북돋는 모양이다. 나는 술을 마시나 안 마시나 크게 변화가 없다. 주량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행여 실수라도 할까봐 늘 조심을 한다.
술과 노름으로 집안을 절단 내고 세상을 뜬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만든 경계(警戒) 때문이다. 일찍 집을 나와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했던 것도 이유일 것이다.
술은 좋아하되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술이 술을 부르기에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좋자고 마시는 술, 시작도 끝도 좋아야 한다.
거창하게 보이지만 이것이 나의 음주 철학이다.
첫댓글 술이 중요한 처세술의 한부분이라는
님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7십 평생토록 분위기에 좌지우지 하면서 죽을똥 살똥 모르게 퍼 마시는 습관은 버리지 못하겠더이다~ㅎ
몇년 전 부터는
술이 취했다 싶으면
쥐도새도 모르게 슬그머니 사라진다오~나이탓 ㅠ
저도 예전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죽을 둥 살 둥 마셨던 날이 숱하게 있었더랬지요.
제가 보기엔 모렌도 형님은 무척 순한 음주자로 보였습니다.
술에 장사 없다고 술 욕심을 줄이는 것도 말년이 풍요로울 지헤라 봅니다.
님처럼 취했다 싶으면 집에 가는 것이 가장 무난하네요.ㅎ
저도 선배님 같이 중간에 빠지는 습관이 생겼어요
혹시 실수 할까봐서요
정묵 선배님이 현명하신 겁니다.
가능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게 좋겠으나
실수해서 민페 끼치느니 먼저 나오는 게 낫지요..ㅎ
술은 기분좋게
자신을 다스릴수있을 만큼 마시면 좋을거 같아요
명답입니다.
적정 선에서 멈추는 술로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것도 인생 기술입니다.
아주 현명하신 홍실님이어요.ㅎ
그런데 그게 말이 쉽지
애주가들은 글쎄요쩝 ㅎㅎ
마시다보면 술이 술을 마셔서
문제 ㅎ
인간의 진정한 모습은
술에 취해 있을때 나타납니다~^^
오잉~~
범방의 별 보챙 누이가 여기까지 오셨네요.^^
누이 말이 맞아요.
그래서 같이 술을 마시면서 그 사람을 알아 간다잖아요.
보쳉님 자주 봬유.ㅎ
맞아요 ㅎㅎ
@유현덕
아직은 모든게 낮설어서
범방만 있습니다
글쓴이가 유현덕님
낯설지 않아서 지나가는 과객처럼
한줄 쓰고 갑니다 ㅎ
@보쳉 들르는 건 잘 하셨어요.
저도 다니는 방이 몇 개뿐인데
여기도 과객으로 왔다가 멍석 깔았답니다.
조만간 범방에 들러 생존신고 할게요.ㅎ
참 술이웬수지 ㅎ
행님은 술을 거의 안 마시니 더욱 그럴 겁니다.
적당히 기분 좋을 때 멈추는 것이 진정한 술꾼,,ㅎ
ㅋㅋㅋㅋ 저도 오늘 집안 결혼식 갔다가 와서
이제끝 잤어요
알콜을 했어도 공공장소 에선 좀 글치요
역시 우아한 공주님이라서 다르군요,^^
저도 오늘 피로연에서 기분이 좋아 약간 과음을 했답니다.
좋은 사람과 마시면 같은 술도 덜 취하지요.
평온한 일요일 밤 되시길,,ㅎ
너무 멀쩡한 신사네요 ㅎ
그런가요?
70살쯤 되어 보였습니다.
너무 외로워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요.ㅎ
술 조절도 잘 하시고
실수 전혀 안하고
참 으로 훌륭하십니다.
부끄러운 과찬이어요.^^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라
술 먹고 실수라도 하지 않으려는 저의 생존방식이랍니다.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님의 마음에 공감해요.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저도 늘 다짐했으면서도 술기운에 무너져서 후회할 때가 있었으니까요.
아이언 빈님 멋진 분이네요.ㅎ
전 술을 못해서 이해를 못해요ㅎ나이 를 먹으니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길때도 있죠
나도 술 못혀 ㅎ
@홍실이 나도 술 못혀.
@신작로 ㅎㅎ
울 엄니도 생전에 늘 그랬었지요.
그 쓰디쓴 술을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다니,,
그래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경이씨 보면 무지 사랑스럽다는,,ㅎㅎ
권주가라는 노래가 있나 봅니다..
그 안에 이런 가사가 있다네요..
죽은 죽어도 못 먹고..
밥은 바빠서 못 먹고..
술은 술술 잘 들어간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단계는 아닙니다..ㅎ
앗! 제동님이 여기까지 다녀가셨군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유머와 재치가 번뜩이는 제동님 댓글에 눈이 활짝 커집니다.
비 그친 아침이 참으로 평온하네요.
대체 휴일이라 저는 오늘 놀아요.ㅎ
저두 지금보단 나이가 한참
덜먹었을땐 술을 좋아히고
분위기에 취해서 마시고 또
마시고 ㅎ
그러다보니 전철안에서 쓰리도
당하고 ..
또 자다가 종점까지 가고 _ _ ;;;;
실수 연발이었는데.
지금은 개과천선하여서 1차
까지하고 2차는 절대 안갑니다 ㅎ
학창시절 ..
돌아가신 울아부지는 술자시고
들어오셔서 자는 우덜을 깨워서
술깰때까정 이야기 하시곤 했는데 이젠 그 모습도 그립네요^^
술은 적당히 합시다
칼라풀이 제일 힘들어 하는 낱말이 *적당히*란 단어에요
정말 어려워요 ㅎ
저도 분위기에 휩쓸려 끝장을 보던 때가 많았었지요.
2차는 기본, 때론 3차까지,,
쓰리까지는 안 당해봤지만 전철에서 잠들어 종점까지 가본 적은 있습니다.
술 드신 아버님의 추억을 듣고 저도 잠시 미소 짓습니다.
적당히라는 말이 지키기가 참 적당히 힘들지요.ㅎ
술좌석에서 한얘기 또하고 한잔하고 또하고
그러면서 혼자 한시간 삼십분 침튀기며 떠드는
사람들과는 인연 맺고 싶지않더라구요. ㅋ~
그나저나 범죄를 저질러놓고 술에 취해
기억이 안난다고 변명하는건 좀더 강력하게
처벌해야한다는 저의 사견입니다.
어쩌면 저와 쌍둥이처럼 이렇게 똑같은 마음일까.
한 말 또하고 한 말 또하고,,
제 지인 중에 그런 분이 있어서 실감합니다.
얼마 전에 낮술 먹고 음주운전으로 학교 앞을 과속해서
초등학생 아이가 죽었는데 그 사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데요.
술 먹고 저지른 죄는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하면 되레 처벌이 약해진답니다.
우리는 절대 그러지 말자구요.ㅎ
@유현덕
혼자 떠들며 옆의 사람 툭툭 ~ 치면서
말하기까지하면 술잔 던져놓고 나오고
싶어집니다. ㅋㅋ ~
그러게요. 술에 취해 인명사고까지
났는데 , 술 핑계를 되면 않되죠.
그러면 음주운전을 하지 말아야지...그쵸 ?
옷 입은 스타일과 외모가
정치인 중에 욕잘하고 오리발 잘 내미는 사람의
느낌이 듭니다
저런 스타일의 남자는 욕도 잘하고 주위 의식은 안 하는것 같습니다
술이 웬수 맞는것 같습니다
ㅎㅎ
저 양반의 대책 없는 술주정으로 인해
옷 잘 입는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욕을 먹네요.
저 사람 어머니도 아들 낳았다고 미역국 먹었을 테고
술 안 먹었을 때는 멋쟁이라고 여자들이 엄청 따랐을 거구요.
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니까
마음 편히 먹고 살자구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효현님께서 술의 병폐를 정확히 지적해 주셨습니다.
술이 사람을 먹어 패가망신한 사람도 보았습니다.
술을 끊기가 힘들다면 님의 말씀처럼 자제하면 좋으련만 그것이 쉽지 않아 문제지요.
술의 양면성을 잘 이용하는 것도 인생의 기술이라고 보네요.ㅎ
절제 못하고
취해서 목청까지 높여 한말 또 하고 또 하고
그런분위기가 싫어서
혼자놀아요 ㅎㅎ
얼마전 용마산 산나물 축제갔다가
막걸리 두병사면 싸다니 덥석
냉장고 자리지키다
버렸네요
둘 다 즐기지 않는 술
술없이도 둘이 꽁냐냥 잘 놀아요 ㅎ
여기서 뵙네요
반가운 인사남겨요
앗! 정아님, 반가워요.
제 아는 선배가 술을 못합니다.
형수님도 마찬가지,,
착한 두 분 너무 금슬 좋게 잘 사네요
카톨릭 신자로 새벽 기도 열심이고
저에게 성당 나오란 말 한 번도 한 적 없습니다.
정아님 부부 보니 그 선배 생각이 났습니다.
술 없이도 세상엔 즐길 것이 많고
술 못 마시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술도 그저 물보다 못하지요.
저 냥반처럼 민폐 끼칠 일 없고 정신 맑고 돈 굳고,,
정아님께 박수 보네요.ㅎ
이제 여기 오심 가끔 저를 볼 수 있어요.^^
님의 '음주철학'
정말 가슴에 와닿는
글이네요
꼭, 명심하겠습니다
제 글이 가슴에 와 닿으셨다니 다행이네요.
행여 술 앞에서 나약해질까봐 제 마음을 단속하기 위해서입니다.
지혜님의 글을 좋아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