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입니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이런 전 이 소설처럼 엽기적인 놈이 아닙니다. 혹 제 자작소설인 [바람의 대륙]을 읽으신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바람의 대륙]에서처럼 밝고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그 점 착오없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바람의 대륙]의 졸지 배상
세 대륙 이야기
바람의 대륙편
특선 단편 - 거울의 트랜스
제국력 325년, 5월 26일
안녕! 디지. 글씨가 좀 나쁘더라도 용서해 줘.
지금 달리는 마차 안에서 쓰고 있는 거라 조금 엉망이야.
너에게 얘기하고 그 다음날 새벽같이 마차가 왔어. 짐을 다 싸두었기 때문에, 아니 가지고 갈 것도 별로 없어서 거의 맨몸으로 덜렁 나와서 마차에 탔어. 예상했지만 배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쳇! 차라리 잘됐지. 그 욕심이 살로 다 간 뒤룩뒤룩 외숙모를 보면 구역질이 날 테니까.
이젠 이 여관에 돌아오지 못하겠지? 그래도 조금은 정이 들었나봐! 조금은 서운해.
꺄아!
이런 오늘은 그만 얘기해야 겠다. 마차가 산길로 들어섰나 봐! 너무 흔들리네. 그럼 성에 도착하면 또 얘기해 줄게.
안녕!
내가 누군지 알겠지?
내일이면 마이는 이 곳에서 떠나. 하지만 말이야. 나도 마이를 따라 갈 거야. 마이는 내 유일한 친구거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일을 끝내야 하겠지?
그 오크같은 마이의 외숙모 말이야. 언제나 마이를 괴롭히는 그 년을 가만히 두면 않되겠지? 그 년. 평소에 마이를 못살게 굴더니 그 귀족이 마이를 데려간다고 하니까 낼름 돈을 챙기는 거 있지? 그때 그 년의 얼굴에 떠오른 탐욕의 미소를 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마이를 괴롭히는 놈은 그 누구도 용서 못해!
난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조용히 말이야. 흥! 이 여관에는 사람이 많이 자고 있지만 그 누구도 내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을걸! 밤은 나의 시간이거든. 난 밤마다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녔지. 게다가 이 여관은 내 홈그라운드가 아닌가!
삐걱!
헛! 위험했다. 이 여관은 굉장히 낡아서 조심해야 돼. 쳇! 대체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뭐에 쓰겠다고 여관도 하나 수리하지 않는 거야! 좀생이 같으니라고.
난 식당을 지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식칼을 들었다. 킥킥! 난 식칼을 싹 핥아보았다. 역시나! 이 년은 게을러서 식칼도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다. 차가운 한기가 혀를 통해 짜릿하게 손끝까지 퍼져나갔다.
식칼을 갈기 위해 숫돌을 찾던 나는 순간 재미있는 것을 보았다. 폭발버섯! 훗! 저런 재미있는 것이 있었다니. 재미있군. 그 년은 저게 뭔지나 알고 있을까?
그래. 영감이 떠올랐다. 즐겁겠군. 난 폭발버섯을 들고 요리대로 갔다.
응? 디지? 폭발버섯이 뭐냐고? 폭발버섯이란 말 그대로 폭발성이 강한 버섯이야. 주로 바람의 대륙의 서쪽에 있는 거대한 산맥인 드래곤의 등에 서식하는 버섯인데 주로 쓰이는 분야는 광산에서야. 그 강력한 폭발력으로 굴을 파지. 아! 전쟁에서도 사용되는군. 폭탄으로 말이지.
응? 그런데 왜 여관에 있냐고? 훗! 그건 이 버섯이 드래곤의 숨결이라는 독한 술을 만드는데 쓰이는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이야. 폭발버섯이 없으면 드래곤의 숨결을 만들 수가 없지.
아! 알아! 어떻게 폭발버섯을 먹을 수가 있냐면 그때 필요한 게 있거든. 드래곤의 등에 있는 온천에서 퍼온 드래곤의 눈물이 필요하지. 드래곤의 눈물은 폭발버섯의 폭발성을 중화시키지.
킥킥! 그런데 말이지. 드래곤의 눈물은 새벽녘에 떠온 것이라야 그 효용을 모두 발휘하지. 훗! 물론 그 년이 그걸 알 리가 없지. 자! 보자. 여기 있군. 이게 바로 드래곤의 눈물이야. 푸르스름이 감도는 이 신비로운 색깔.
그 년, 드래곤의 숨결을 만들려고 했군. 제 분수를 알아야지. 분수를. 감히 드래곤의 숨결을 만들려고 했다니 말이야.
좋아! 이걸로 즐길 수가 있겠군. 이제부터 뭘 하냐고? 당연히 요리를 만들어야지.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요리를 말이야.
난 폭발버섯과 드래곤의 눈물로 스프를 만들었어. 오! 이 아름다운 푸른색의 스프.
스프가 담겨있는 접시를 가지고 그 년이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년, 추악한 코를 골며 더럽게 자고 있더군. 쳇! 불결한 것! 넌 불결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죽어야 해.
난 추악한 그 년을 조용히 흔들어 깨웠다. 그 년은 귀찮다는 듯이 몇 번 몸을 뒤척였지만 얼마 후 잠에서 깨어났다.
"뭐야! 응? 이 미친년아! 오밤중에 뭘 하는 거야!"
뭐야! 이 개 같은 년이! 난 조용히 식칼을 그년의 목에 들이댔다.
"헉! 뭐.. 뭐야! 뭘 하는 거야."
난 식칼로 그년의 목을 살짝 그었다. 식칼이 지나간 자리에 은은하게 혈흔이 비쳤다. 그년은 목에 통증을 느꼈는지 몸이 얼어붙었다. 킥킥! 그년의 얼굴표정이 정말 예술이었다. 난 스프를 그년의 입 앞에 댔다.
"먹어!"
그년이 휘둥그레진 눈동자로 날 빤히 바라보면서 가만히 있자 난 식칼을 다시 그년의 뺨에 대고 그었다.
사삭!
식칼로 전해지는 살을 가르는 짜릿한 쾌감에 난 몸을 떨었다.
"먹어!"
그년은 뺨에서 피가 흐르자 공포에 휩싸인 것 같았지만 내가 쥐고 있는 식칼을 보자 스프를 떠먹기 시작했다. 뭐! 내가 만들었으니까 맛은 보증하지. 그년은 조금 떠먹더니 맛이 있는지 이제는 조금 안정된 자세로 먹고 있었다. 쿡쿡!
그년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떠먹자 난 잠시 기다렸다. 스프가 몸에 퍼질 때까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얘야, 왜 이러는 거니? 응?"
그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훗! 왜 이러느냐고? 그걸 몰라서 묻냐? 난 팔을 들어 그년의 복부를 가격했다.
"쿠악!"
그년이 배를 움켜잡으며 쓰러졌다. 훗! 생각 대로군. 난 다시 팔을 들어 그년의 온몸을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강하게 가격했다. 그년을 때릴 때마다 주먹을 통해서 작은 요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년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지금 온몸의 내장이 조금씩 폭발버섯의 폭발로 으깨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 더 고통스러워해라! 더!
"그럼.. 혹.. 부모.. 가일.. 네.. 죽.. 였.. 쿠악!"
난 무차별로 그년을 가격했다. 그래 죽어라! 죽어! 캬하하하하!
제국력 326년, 5월 26일
안녕 디지! 미안 거의 일년 만인가? 성에 들어와서 너무나 바빠서 너와 얘기할 시간이 없었어. 미안해.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게.
난 시녀나 노리개로 성에 들어온 게 아니야. 샤를로스 공주님의 그림자로써 발탁된 거지. 그림자가 뭐냐고? 그러니까 공주님은 많은 일을 해.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말이지. 그 일들 중에 조금이라도 위험한 일이 있으면 그걸 그림자가 대신 하는 거야. 한마디로 공주님의 대역을 하는 거지. 내가 공주님하고 많이 닮았다고 하더군.
성에 들어간 첫 날, 날 보고 모두 놀라는 거야. 꼭 쌍둥이 같다나? 그래서 이 일년 동안 난 공주로써 익혀야 할 예의라던지 걸음걸이, 춤, 그리고 기초적인 지식들 등을 배웠어. 아! 귀족들이나 왕족들의 계보를 외우는 작업도 있었지.
훗!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난 즐겁게 익혔어. 이런 일이야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보다는 무척 쉬운 일이니까. 게다가 일단 먹을 것을 풍족하게 주더군. 성에 와서 별의 별 걸 다 먹어봤다니까. 꺄!
성에 들어와서 난 지금 내가 묻고 있는 이 방을 한번도 나가 본 적은 없지만 뭐 이 방이 작은 편도 아니니까 상관은 없어. 롤라 유모님이 말하기를 난 다른 사람 눈에 띄면 안 된대. 음.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난 이 세상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라고 했어. 공주님의 그림자가 몇 명이나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안 좋다나?
롤라 유모님이 누구냐고? 롤라 유모님은 샤를로스 공주님의 유모였던 분이야. 그분이 날 공주님과 똑같이 만들려고 하는 분이지. 가끔 롤라 유모님도 날 보고 놀란다니까. 너무 똑같다는 거지. 내일은 공주님과 만나는 날이야. 사실 난 지금 너무 흥분돼서 잠이 오지 않아. 공주님은 어떤 분일까? 그럼 내일 갔다 와서 얘기해 줄게.
킥킥! 오랜만인가? 그간 마이는 즐거운 것 같았어. 비록 방안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지만 말이야. 마이는 공부하고 고급 예절을 익히고 예쁜 옷을 입고하는 것이 좋은가봐. 뭐, 마이만 좋다고 한다면 난 좋아!
마이가 너무 즐겁게 지내고 이제 괴롭히는 사람도 없으니까 난 가만히 마이를 지켜봤어.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냥 손놓고 있을 때가 아니더군. 마이는 철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여긴 성안이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지의 곳이라고.
그래서 난 일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했지. 어떤 거냐고? 훗훗! 비·밀·통·로. 의래 이런 궁 안에는 그런 게 있잖아! 난 여기저기를 조사해봤지. 그리고 얼마 전에 우연히 발견했어.
이 성은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중요 방을 연결하는 환풍구를 만들어 놨더구만. 겉으로 얼핏보면 전혀 눈에 띄지 않지만 가만히 밀면 벽이 쑥 들어가는 거야. 그것도 궁안은 천장이 높잖아! 천장 한구석에 만들어 놨더구만.
쯥쯥. 이래서야 그 누구도 모르겠는걸. 하여튼 난 주방에 있는 환풍구로 들어갔는데 그 환풍구가 지하에 있는 감옥과 하녀들이 묵고 있는 방, 무기 저장실, 그리고 공주가 기거하는 방과 연결되어 있더군. 아! 더 많은 방이 연결되어 있지만 중요한 방은 이 정도야.
내일 마이가 공주를 만난다고 하기에 밤중에 공주한테 갔는데 정말 마이하고 똑같이 생겼더군. 오만한 모습의 표정만 빼면 정말 붕어빵이야.
제국력 326년, 6월 26일
미안. 디지.
한달 만인가? 그간 병석에 누워 있어서 글을 못썼어. 어디 아프냐고? 이젠 괜찮아.
사실 그 다음날 공주한테 갔는데 엄청 맞고 왔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난 온 몸을 다 가리는 외투를 입고 롤라 유모님을 따라서 공주님의 방에 갔어. 복도에 울려퍼지는 경비병들의 가벼운 갑옷소리와 시녀들의 옷자락 소리를 들으며 난 쬐끔 무서웠지만 롤라 유모님의 손을 잡고 있어서 조금은 안심이 됐어.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는 것처럼 온몸이 따끔거려서 혼났지.
"들어와!"
방안에서 약간 도도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난 유모님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갔지. 뒤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어.
"유모! 오랜만이네. 흠. 그 애가 내 그림자?"
"예."
"어디 한번 볼까?"
난 외투를 벗고 시선을 공주님의 발로 향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
"고개를 들어봐"
냉정한 목소리에 움찔 했지만 곧 고개를 들어 공주님을 바라보았지. 그러다가 숨이 턱하고 막혔어. 내 앞에는 한껏 꾸며놓은 내가 있었으니까 말이야. 잠시 공주님을 바라보다가 난 화들짝 놀라 시선을 공주님의 목으로 내렸지. 공주님의 눈을 바라보다니 이런 큰 실수를..
"정말 똑같이 생겼네. 유모 잠시 나가줄래?"
유모님은 내 등을 살짝 토닥여준 다음 문밖으로 나가셨어.
"이리로 와라."
난 조심조심 공주님에게 다가갔지. 한데 순간.
퍽!
무언가 날라와 내 이마를 가격했어. 난 순간 놀라 공주님이 웃고 있었어. 재미있다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 날 괴롭히던 외숙모가 항시 짓던 그 표정. 그리고 코를 따라 뜨뜻한 열기가 흘러 똑똑 떨어지고 급기야는 시야를 뒤덥었지.
난 무심코 손을 들어 이마를 훔쳤는데 손에 새빨간 피가 묻어 나왔어. 손가락을 따라 피가 흘러 바닥에 똑똑 떨어져 내렸지. 난 피를 닦으려고 옷에 훔치려고 하는데 이미 옷은 새빨갛게 변해 있었어.
"카카카."
머리가 어질거리더니 현기증이 몰려왔어. 입을 가리고 웃고 있는 공주님의 웃음 소리가 귀에 메아리 쳤어.
"카카카"
급기야는 무릎이 후들거리더니 바닥이 날 덮쳤지. 몽롱이는 의식 속에 무언가가 내 뺨을 핥고 있는 느낌이 들어 사력을 다해 눈을 떠보니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내 피를 핥고 있었어. 낼름거리는 빨간 혀가 지옥의 불길과 같이 날 불태워버렸어.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어.
그리고 일어나 보니 난 병석에 누워 있었어. 머리가 지끈거려 손을 들어 이마에 갖다대자 무언가가 만져졌어. 하얀 천이 감겨져 있더라고.
얼마 후 롤라 유모님이 찾아왔어. 날 보고 안쓰러워 하시더라. 내 옆에 와서 앉으시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더라.
"이해하렴 마이야. 공주님이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신가봐."
난 어렴풋이 알 수가 있었어. 공주님은 날 싫어하시는 거야.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나를 말이야.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보니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훗! 어쨌든. 이제 어쩔 수가 없지. 공주님이 날 싫어하시더라도 난 내 할 일을 해야 겠지. 내가 여기에서 지내려면 말이야.
내일은 내가 공주님의 그림자로써 합당한지 평가하는 최종 심사일 이야. 내일 하루 난 완전히 공주님이 되어서 살아야 하지. 내가 공주님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국왕 폐하와 샤를로스 공주님, 그리고 공주님의 시녀, 롤라 유모, 이렇게 네 명밖에 모르는 사실이야. 그 외의 사람들을 내가 완전하게 속일 때 난 합격하는 거지.
난 다시 여관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난 최선을 다해서 해낼 거야. 디지야. 응원 해줘.
훗. 감히, 감히 마이를 그렇게 만들어 놓다니. 샤를로스 이 년을 그냥.
마이가 샤를로스 그 년한테 재떨이로 이마를 맞아 정신을 잃은 날, 난 광분했다. 그 년을 오드득 오드득 씹어 먹어도 이 분이 다 풀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성을 찾았다. 디지야 너도 알겠지만 샤를로스 그 년이 죽으면 마이는 그림자고 뭐고 다 끝나버리게 될 테니까. 마이는 힘들더라도 이 궁에 남고 싶을 거야. 쳇! 그래서 난 고민했지.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되잖아! 경고를 줘야겠지.
후훗! 그렇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난 마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
"이봐 어딜 가는 거야?"
쳇! 실수. 오늘은 깐깐한 경비병이 경비를 서고 있잖아! 그 물렁한 놈이라면 이렇게 지키고 있지도 않을 텐데 말이야.
"잠깐 주방에 가서 뭐 좀 먹으려고요."
경비병은 날 째려봤지만 뭐 내가 그런 눈빛에 쫄 것 같냐!
"후. 좋아. 설마 네가 도망갈 리도 없으니까. 조심해서 갔다와라."
얼라뇨? 험악하게 생긴 인상답지 않게 시원하구만. 뭐 좋아! 난 살짝 그를 비웃어주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늦은 밤이었고 게다가 마이의 방하고 주방은 비교적 가까운데 있어서 난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주방에 다가갈 수 있었다.
궁의 주방은 왕족을 위한 주방과 귀족들을 위한 주방, 호위병들을 위한 주방, 그리고 시녀와 하인들을 위한 주방, 이렇게 네 군데가 있다. 지금 이 주방은 물론 시녀와 하인들을 위한 주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하지만 궁에 있는 주방이니까 평범한 나 같은 평민이 보면 역시 으리으리해 보인다.
"이쯤에 있을 텐데. 여기 있군."
난 주방구석에 있는 작은 감자 자루를 들어 안에 있는 감자들을 꺼내 자루를 탁탁 털었다. 이 정도 크기면 적당할 것 같았다. 흠. 좋아.
휴. 하지만 천장이 너무 높군. 난 간신히 천장에 올라 환풍구로 들어갔다. 무릎을 꿇고 기어야만 간신히 나아갈 정도의 환풍구 속에서 난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몇 번 왕복했었기 때문에 길은 잘 알고 있었다.
여긴가?
난 살짝 바닥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작은 콧소리와 함께 은은하게 노란색으로 빛나는 마법의 등불 아래서 침대에 누워있는 공주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오늘의 내 목표물이 보였다.
난 준비해온 천으로 여러 겹으로 이은 천을 내려 천천히 방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살금살금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후! 세상 모르게 자고 있군. 그리고 오늘의 내 목표물도 말이야.
조심스레 품에서 작은 조리통을 꺼냈다. 조리통을 들어 내 목표물의 코에 조금씩 뿌렸다.목표물은 조금만 뒤척임과 재채기를 했지만 곧 조용해졌다. 난 목표물이 완전히 마취된 것을 확인하고 자루를 열고 그 안에다 넣었다. 그리고 다시 환통구를 통해서 왕족들을 위한 주방으로 들어갔다.
자루를 꺼내 내 목표물이었던 것을 꺼내 도마 위에 올려다 놓았다. 그리고 식칼을 들어 목표물을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