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썽사나운 ‘의사의 난’(亂)이 숨가쁜 고비를 간신히 넘겨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흐름이다. 그러나 꺼진 불씨도 마지막까지 허술하게 다뤄서는 안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속담도 있지 않는가. 의술(醫術)을 인술(仁術)이라고 호칭. 어질 인(仁)자를 앞세운 까닭은 자명하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하는 막중대사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받드는 것은 영락없는 존경의 표시다. 의료대란은 애시당초 어불성설의 명분없는 충돌이었다.
필자(민족중흥회)는 지난 2월 28일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생 증원 시비를 놓고 불꽃 튀는 삿대질을 벌릴 때 “사람 목숨 저당 잡은 ‘文明 속의 野蠻’ 당장 멈춰라”는 성명을 냈다. 메아리는 신통찮았다. 끝내 병원의 집단 휴진 사태가 번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을 닮은 날벼락이 이어졌다. 귀하되 귀한 영혼의 저승길 소식이 사람들의 마음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정부·의료계는 무릎꿇고 구천을 헤매는 원혼 앞에 무릎꿇고 석고대죄함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지역의료 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의대생 증원을 지지한다고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도 4·10총선 앞둔 마당에 정부·의료계 갈등의 파장을 놓고 셈법이 복잡했다. 시치미 떼고 ‘불구경’쪽으로 기울었다. 국힘당은 국익(國益)보다 당익(黨益)에 경도된 민주당을 성토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조율하는 의사협회는 정치권의 입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임현택의사협회장(54)은 혈기 왕성한 재야(在野) 운동권 투사 뺨칠 정도의 언변으로 대통령실과 관계부처 장·차관을 몰아세웠다. 의협쪽의 일방적 강성투쟁은 마침내 내분사태를 빚었다. 이곳저곳 의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우리는 임회장의 장기 판 졸(卒)이 아니다”라는 비아냥을 함축한 항변이 터져나왔다.
이러한 분위기와 때를 같이하여 ‘의대 증원 집행정지’를 호소하는 의대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의 신청이 19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대법원은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대성의 손해보다 공공복리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 “정부의 증원조치로 의대 재학생이 받게 될 교육의 질이 크게 저하 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최종결정에 따라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이어진 사법적 혼란은 가라앉힐 전망이다.
의료대란이 딱히 의사들의 기득권 이기주의로 비쳐진 것은 ‘의협’의 일방적인 강경투쟁이 몰고온 자충수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속된 말로 ‘밥그릇싸움’ ‘밥상투정’으로 투영된 것은 여론몰이에서 실패한 또 하나의 과오란 논평에 힘이 실린 이유다.
아무튼 불행한 다툼이 한숨 돌리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명예로운 접점찾기에 나서야 할 차례다. 새하얗고 풋풋한 가운을 걸치고 난생 처음으로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닿았을 때 들려온 심장의 맥박소리, 거룩한 삶의 원음(原音)을 결코 잊지 말기를 그대들 ‘의사선생’에게 당부하노니...... 환자 곁으로 서둘러 돌아오길 축수(祝手)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