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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문이야기 (17)
─ 부제 : 소풍준비
어느덧 종례시간.
3총사 붐이 아직까지 전교내로 펴져 있지는 않다고 해도,
이미 여기저기 빠르게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나도 그만 인정해야 할 듯 싶었다.
왜냐하면 이전 교시 쉬는 시간에 2학년 여자 선배 몇 명이 우리 반과 최강우의 반을 기웃거렸기 때문이다.
때문인지 뭔지, 아까부터 무언가 묘한 감정이 계속 내 마음을 뒤덮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가장 맘속부터 가까운 사람부터 시작해서 단순히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까지
서서히 유명해져가고 있는 기분.
뭐랄까 굉장히 묘하면서,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내가 서글퍼진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우습지만.
생각해보면 나랑 다니는 윤주리도 어디가서 빠지는 외모는 아니다.
저놈의 푼수같은 성격이 문제라면 문제겠지. 윤주리는 나름 특출한 외모지만 공기에 녹는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분위기 속에 녹아들어간다는 소리다.
없으면 황진새처럼 없어진 티가 단숨에 나지 않아도 어딘가가 허전해서 발견해지는, 그런애다.
윤주리는 얼굴보다 성격이 훨씬 더 튄다. 그러니까 남자애들이 발견을 못하지, 녀석의 진가를.
아, 윤주리가 어쨌고 저쨌고.
문제는 나다.
....아니 다시금 생각해도 이렇게 생각하는 건 웃긴 일이다.
3총사가 어쩌고 저쩌고는 나랑은 별개의 일이니까, 내가 열낼일도 전혀 없다.
그게 정답이다.
“소풍을 간다. 너희도 알고 있겠지?”
그리고 드디어, 중간고사라는 채찍 뒤에 소풍이라는 달콤한 당근이 왔다.
나랑 윤주리는 신이나서 호들갑을 떨어댔다.
벌써부터 헌팅생각에 여우소리를 내는 황진새 패거리도 있다.
저럴 때 가만보면, 한 지원은 그냥 껌 같아 보인단 말이야.
한지원이 상대를 안해주니까 이쪽 저쪽 남자는 다 만나고 다닌다 이건가?
뭔가 저 애는 모순이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그렇게 여기저기 발을 뻗치고 다니면서 한지원을 끝까지 지 손 안에 넣으려고 든다.
“지원아~ 너 나랑 내일 다닐꺼야?~ 응? 그럼 나 헌팅 안할텐데~!!”
저런식으로 말이다.
물론 한지원은 묵묵부답이다. 아니 저건 무시다 무시.
한지원은 황진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집에서 가끔, ‘왜~ 너한텐 황진새가 있잖아-’라는 식으로 놀리면 대번에 표정이 굳는다.
그래서 나도 요샌 황진새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그런데 뭔가 통쾌했다. 그가 ‘아, 걔 얘기좀 그만하자’ 라고 말해주었을 때 말이다.
뭔가 ‘역시...’라는 느낌도 들고. 후후
“장소는 롯데월드다.”
“와자!!!!!!!!!!!!!”
“달려~~~~~~~~~~~~~~~~~~”
“가서 놀이기구를 탈지 안탈지는 너희 몫이야. 거의 자유로운 식인 것 같으니까
오전 9시까지 롯데월드 매표소 앞으로 집합하길 바란다. 출석체크 후에 자유롭게 놔주마.“
곧 호탕한 담임선생님은 와하하하, 웃으며 종례를 맞췄다.
언제나 종례는 아주 간결하다.
2반 담임은 매일 종례를 길게 끝낸다. 나도 최강우도 2반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학생부 소속의 담임이다, 2반 선생님은.
수업도 아주 무섭다.
우리가 끝내서 나와 보면 2반은 아직도 뭔가를 하고 있다.
대게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복장 검사 불량인 애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그 선생님의 연설은 아주 길며,
특히 무슨 사건이 일어날 때(소매치기라든지) 그땐, 거의 1시간이다. 불쌍하다.
“차려, 경례.”
“감사합니다!!!!!!”
어쨌든 묵묵한 반장인 한지원의 마지막 인사로 학교일과가 모조리 끝이 났다.
자유롭다! 행복하다!
또다시 소풍생각이 나서 마음도 두근두근 하다.
윤주리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한편, 우리 반이 인사를 끝마쳐짐과 동시에
드르르륵,
교실 뒷문이 열리면서
“와!!!!!!!!!!!!!!!!!!!!!!!!!!!!!!!!! 장보러가자!!!!!!!!!!!!”
신나 입이 찢어질 것만 같은 최강우가 위대한의 어깨에 손을 두르곤 뛰어 들어왔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이미 최강우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나와 쌍둥이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가 1반 안에서 마스코트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전교내의 선생님은 최강우를 다 아는 것 같았다.
산만한 것 빼면 수업에 제일 열심히란다나 뭐라나. 물론 근거없는 최강우의 말이다.
“넌 오늘도 왔냐?”
“엇! 쌤~ 당연하죠, 사랑하는 동생님이 있는데!”
담임이 먼저 아는 체를 한다. 최강우는 실실거리며 담임에게 인사한다. 담임은 대충 인사를 받아내곤
“오늘 청소부장, 청소 끝나고 내려와서 확인받는 것 잊지 말도록!”
라고 말하곤 유유히 사라졌다.
“요~니네 오빠다. 난 쉬는시간, 점심시간 하교시간이 이래서 좋아”
“근데 쟨 뭐 나보러 왔다면서 또 저기가있냐. 누가 보면 최강우랑 한지원이랑 사귀는 줄 알겠어.“
“중학교 내에서는 이미 그런 휠(FEEL) 아니냐면서 좋아 죽는 애들도 있어.”
“뭐? 진짜 못말리네.”
“중학교 애들이 워낙 소문이 빠르잖아. 쿠쿠. 게다가 우리가 매점을 같이 쓰잖아?
위씨랑 최씨는 매점 광이고. 얼굴 팔리고 소문도는거 중학교 안에선 아주 빨라. 그래서 수완이 좋지.“
최강우는 한지원 앞에 서 있었다. 3총사가 또다시 모인 셈이다.
우리반 여자애들은 이미 난리다.
황진새는 왠일로 일찍 귀가하신 모양인지 그 앵앵대는 ‘지원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건 우리반 여자아이들 모두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이쁜아. 장 보고 가자.”
곧 최강우가 나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왠 장?’이라고 물으니 ‘내일 소풍이잖아’ 하면서
그는 하얀 이를 아주 많이 드러낸다.
윤 주리가 인사했다.
“안녕?”
“응, 이쁜이 친구 안녕."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내는 최강우.
이젠 안면좀 있다 이거지.
"근데 너 이름이 뭐였지?”
이제는 말도 건다. 호오라, 진보인가.........
나는 윤주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이미 여자의 눈은 하트가 되어 침을 흘릴 기세다.
두 손을 앞으로 꼭 모은 채, 윤주리는 말했다.
게다가 최강우의 한 손까지 두 손으로 모아 잡은채 말이다.
“윤주리야. 잘 기억해둬!!!!”
“엉?.......그래”
최강우는 당황한 듯 한 발 자국 뒤로 물러서서 윤주리를 보았다.
윤주리는 싱긋- 웃었다. 꽤나 매력적이게 웃는다.
최강우는 미소녀 킬러다. 그 웃음을 놓칠리는 없을 거다.
뭐, 드디어 진지한 첫만남인가. 후후
“친구야. 우리 김밥 재료 살거야.”
“응?”
“우리 새벽에 일어나서 김밥 만들거야.”
저렇게 나에게 말하는 것은 위대한이다. 위대한은 날이 가면 갈수록 귀여워졌다.
3총사에서 역시 귀여운 이미지로 굳히는 듯 보인다. 워낙 귀염성 있는 얼굴이긴 하다.
그러니까 3총사는 각자 개성이 뚜렷해서 더 인기가 있었다.
여자아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맞춘 ‘귀여운 남자, 까불거리는 남자, 묵묵한 남자’
대세는 위대한이었다. 물론 최강우의 인기가 만만치 않다는 윤주리의 설명이 있었지만 별로 믿고 싶지 않다.
“응? 너도?”
“어차피 나 너희집에 7시에 매일 가잖아-”
“형님들이 김밥 싸시려면 힘드시니까 우리가 싸려고”
최강우가 나 기특하지 않냐? 라며 클클거린다.
“가자.”
한지원이 짧게 말하고 일어섰다.
“한지. 너 정말 크다.”
나는 내가 느낀 바를 얘기해주었다.
그러고보니, 한지, 라고 부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덕분인지 한지원이 놀란 눈을 하고 나를 본다.
쑥쓰러워서 고개를 숙이니까 그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콩나물 많이 먹어.”
“야!!!!!!!!!!!”
진짜, 의외로 웃기다니까.
“윤주리. 너도 갈래?”
순식간에 나와 위대한 한지원의 눈동자가 윤주리를 향한다.
최강우가 윤주리에게 제안한 것이다.
이런, 생각보다 전개가 빠른걸까? 나 참, 흥미진진하다.
윤주리가 당황한 모습은 아주아주 귀엽다.
“어..어?”
“김밥 재료 사러.”
“아....아니, 난 괜찮아. 담에 같이 가자! 나 학원이 있어서.”
* * *
H 마트
[왜 튕겼어?] 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클클, 이년아 연애는 쉬운게 아니여- 원래 한번은 튕겨주는 센스가 있어야재] 라고 답장이 왔다.
윤주리 신나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인 가보다. [어때 어때, 최강우 지금 신경쓰고 있어?]라고 문자가 한 개 더 온다.
나는 내 앞에서 카트를 밀며 신나하고 있는 최강우를 쳐다본다.
그는 그저 신나하고 있다. 그 이외에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니] 라고 답장하자 [언젠가는 그렇게 될거야, 후후 내사랑 맛있게 김밥싸와-하트] 라며 웃는 주리.
“뭐해”
“응? 문자.”
그때 한지원이 말을 건낸다.
위대한은 또 최강우랑 내기를 한 모양인지 사라지고 없다.
“근데 뭐야, 얘네 또 내기해?”
“응. 누가 먼저 당근찾나.”
“뭐? 이번엔 이기면 뭔데?”
“내일 모닝콜 해주기.”
“.....진짜 바보들”
“큭큭”
어느새 카트는 한지원이 가지고 있었다.
아주 손쉽게 밀면서 여유롭게 걷고 있다. 우리 둘.
“근데 키가 너 정확하게 몇이야?”
“글세. 184정도 될까”
.......나랑 24CM는 차이가 난다는 소리다. 그런데 약간 말라서인지 더 커보인다.
아니면 185가 넘는데 184라고 할 수도 있다. 키큰 애들은 원래 키 큰게 콤플렉스라니까.
“우리 뭐사야돼?”
“당근은 쟤네가 고르러 갔으니까 김밥김. 김밥햄. 단무지.... 참치랑 마요네즈.”
“올”
“모르는게 이상한 거 아니냐”
한지원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괜히 웃음이 났다. 요리하는 한지원을 상상하니 뭔가 이거 아니다 싶다.
그리고 곧
“아싸!!!!!!!!!!!!!!!!!!!!!!!!!”
“아 진짜 졸 짜증나- 난 흙더미가 있는 당근을 찾았어!!!”
싱글벙글 위대한과 씩씩거리는 최강우가 걸어 온다.
“에씨, 나 김밥 안만들어!! 나는 유부초밥!!!!!!!”
"뭐야 머슴, 왜 너혼자만 튀냐!!"
"우리 유부초밥도 만들자. 솔직히 진짜 땡긴다."
"그럼 꼬마김밥이랑 계란김밥은 안되겠냐? 나 그거 진짜 좋아하는데"
"와 위대한, 내가 말할라 했는데"
"그럼 이번엔 유부초밥 찾아오기 내기할래?"
"좋다. 이번엔 뭐냐"
"롯데월드 갈 때 까지 도시락 가방들어주기"
"좋아 진짜 안진다"
"제발좀 이겨봐-"
"아 그만 좀 해, 바보들아!!"
나,
정말 재미있는 공간에서 사는 것 같다.
* 꼬랑지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소풍을 가네요~
소풍에서의 일상생활도 지켜봐주세요
그나저나 연애를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컥.......
OVERDOZE님
블루린아님
으잉.님
옹ㅇ님
또왓어♡님
은빛사자~~~~님
정말정말 감사합니다^_^ 덕분에 17편 쓸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그나저나 제목 디자인 바꿔보았습니다, 어떠신지^^;;;;
첫댓글 재밌다.... 하루에 한번씩 들려주시면 안되요? 에너지 완전 만땅 충전하고 갑니다..
자옥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아진짜재밌어요ㅋㅋㅋㅋㅋㅋ매일매일보고픈데요???ㅋㅋㅋㅋ지원이랑잘어울려요ㅋㅋㅋ
그만님, 오늘도 안녕하세요^^ 그러도록 노력해볼게요, 감사해요-
최고~~
으잉님 감사해요~~
제목디자인 짱! 키키
ㅋㅋ제목디자인 신경썼어요! 감사해요 ㅎㅎ
얼른연우랑지원이랑연애하는거보고싶긴해요ㅎㅎㅎ암튼재밌게학교생활하는거넘보기좋네여♥
ㅎㅎㅎ연애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것이니 두고봐주세요 ㅎㅎ 항상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