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를 하기로 했다.
아파트 내부는 4년전 전세를 놓을 때 도배와
싱크대와 수도가량 등 대충 수리를 했었는데,
원기왕성한 2남1녀가 살다보니 안방을 제외한 방들이
너무 지저분하고, 문고리들은 거의가 다 부서졌다.
일일이 하나하나 불러 할 수가 없어 한꺼번에 다 모아서
수리를 맡겨야 할 것같았다.
베란다 천정에는 물이 샌 흔적도 보이고,
칠도 한번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부동산에서 소개한 인부를 불러 수리를 의뢰하였다.
이백칠십만원 정도의 견적이 나왔다.
문제는 베란다의 물새는 것은 관리소에 얘기해서
이층과 의논을 하라고 한다.
아이구, 내가 제일 잘 못하는 일을 해야하다니.
며칠을 고민고민하다가 오늘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관리소에 들렀다.
직원하나를 상대로,
"제가 3월 초에 집수리를 며칠 해야하는데,
만일 수리를 마친 베란다에 또 물이 샌다면
제가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주절주절...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 뒤쪽에 앉아있던 분이 종이컵에 둥글레 차를 가져다 준다.
무심코 입을 댔다가 어찌나 뜨거운지 진짜 입술
델 번 하였다. 관리소장님이었다.
관리소장님이 어딘가로 전화하여 누군가를 부른다.
"지금 우리 직원이 가 보겠습니다."
" 아 정말요? 네에.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이렇게 단숨에?!
너무 일이 쉬워서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 원치 않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지면 어쩌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어젯밤에는 하나님께 기도도 드렸었다.
소장님이 말했다.
" 속상한 일을 그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해 주시니
저희가 더 감사합니다. "
헉!
허걱!!
하도 난데없는 반응이라 그분을 한동안 보았다.
못난 나는 그정도의 호의도 감당못하여 허겁지겁 둥글레 종이잔을 들고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하며 사무실을 나오려고 하자 소장님이 또 그런다.
" 아 천천히 차 다 마시고 가세요. 뜨거울텐데."
"아녜요, 아녜요. 괜찮아요.괜찮아요! "
괜찮기는 뭘 괜찮아.
어찌나 뜨거운지 나오자마자 종이컵을 바닥에 내려놓고
손수건으로 싸서 내려왔다.
집에오자 곧 직원과 소장님이 뒤따라 왔다.
30년된 아파트라 이층의 샤시와 시멘트사이가 벌어져서
그 사이로 물이 샌것 같다고,
관리소에서 이층에 얘기하여
우리집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고치겠다고 말해주었다.
세상!
이렇게 좋은 세상!
이렇게 품격있는 소장님이 있는 아파트에
내가 살고 있다.(*)
첫댓글
참
재미나게 쓰셨네요.
저도,,
예전에
제가 4층에 살았었는데
5층에서 물이 새서
어찌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이제 집을 보러가면
천장 외에는 다른것은 잘 안 봅니다.
집 내부는 내가 고칠 수 있지만
집 밖은 내가 고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또 물이 새는길을 찾는 것도 참 힘들어요.
그런데, 관리소 소장님이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대신 이야기 해주고
해결 하시려 나섰다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예전에 우리집은
5층짜리라서, 옥상을 보수한후,
그다음 5층을 수리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었지요.
울 집 윗층 사람들은 공사 하면 짐을 다빼고 한달을 나가 살아야 한다고 이 추운겨울에도
바닥 보일러 를 끄고 삽니다~~~애구
윗층에서 보일러 배관 공사를 해야 하니 2년째 그러구 있어요
저도 신경쓰기 싫어서
그냥 모린척 하고 살아요^^
요즘 관리소장님이 모두 자격증을 갖추고 제대로 교육된 멋진 분들이라
주민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좋더군요
그런데
글을 하도 맛깔스럽게 쓰셔서 녹아내리듯 잘 읽었습니다
새 은순이 님 이시네요 ㅎㅎ
저 역시 그런 문제가 생기면 관리소에가서 얘기할일이 젤걱정이더군요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서지요
글이 제맘하고 비슷해서 많이 웃었어요 ㅎ
저도 얼마전 아래층 욕실에 누수가 있어 고쳐 드렸어요.
부품이 오래되도
윗 집에서 수리 해줘야 한다는걸 알았어요.^^
은순님께서 품격이 있으시니
소장님도 한 품격하시나 봅니다
아파트 특성상 위 아래층을
서로 잘 만나야 삶이 폭폭하지 않은 거 같아요
관리소장님. 대단하신 분이군요
이런 멋진세상. 꾸준하셨음 좋겠습니다
가는말이 고우니 오는말도 고운거네요..
품위있게 말씀 하는 얼굴에 어찌 감히 냉대하겠어요.
소장님도 인성이 좋으시네요..
큰 공사 앞두고 심난하셨을텐데
소장님 덕분에 조금이나마
힘이 나실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말 한마디라도 편안하게 해 주면 마음이 덜 힘들지요
내 마음과는 달리 상대편에서 힘들게 말 하면 싸울수도 없고 속상하지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말이 맞네요
먼저 이쪽에서 좋은 어조로 말씀 하시니 그 사람도 좋게 말을 한것같네요
소장님이 참 좋으시네요
마음이 한결 편해지셨겠어요 ^^
해결되셔서 다 행 이십니다 ^^*
어쩌면 이리도
제 맘을 송두리째 옮겨 놓았을까요?
글이 너무 멋집니다!
이긍
가까이 살면 뵐 수 있으려나요...재밌게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셔요.
저도 겨울에 수도배관이 터져서 밑에 집 수리해줬어요.
은순이님 집수리 이쁘게 잘 하시길요^^
방문4개 페인트하려했더니 업체에서 3사람은 가서 해야한다고.......
내 생각으로는 두사람이 문 2개씩하면 좋겠구만 ,,,,,,,,,,,,,,,,,,3명씩이나 ............
내년에 셀프로 해볼까하고 미뤘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일일이 답글을 달 수 없어 죄송한 마음 그지 없답니다.
양해해 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