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심란하지 않았다.
1.
나는 폐암 환자다. (전립선 암 환자이기도 하지만)
암은 다 무서운 병이지만
폐암은 사망률 1위의 암이란다.
빨리 발견하여
수술하였지만
나 같은 2기 환자도 5년 생존율이 30%에서 50% 정도 밖에 안 된단다.
2.
5년.
5년을 살 수 있을까?
아님 그 전에 죽게 될까?
5년을 넘겨 완치 판정을 받을 수도 있고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
그 확률이 50%에서 70%나 된다.
3.
암을 발견한 지 16개월
수술한지 15개월
수술 받고 항암하는 몇 달은 좀 많이 힘들었었지만
지난 일 년 몇 개월 제법 잘 살았다.
날기새도 하고
cmp도 하고
책도 쓰고
제법 열심히 잘 살았다.
유튜브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 기막힌 문명의 이기 덕에
날기새를 통해 지난 일 년 남짓 동안
2,953만 명이 말씀을 들었다.
4.
작년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죽음이 내 코 앞에 와 닿았을 때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었다.
죽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오는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일 년을 열심히 산 지금
설령 5년을 살지 못하고 죽는다고해도
이젠 당황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일 년
평생을 산 것 같은 삶의 만족이 내게 있었기 때문이다.
5.
얼마가 남았는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몇 년을 더 사느냐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하루를 더 살아도
한 달을 더 살아도
일 년을 더 살아도
그냥 지난 일 년처럼 살면 된다.
그게
하루면 어떻고
한 달이면 어떻고
일 년이면 어떻고
또 몇 년이면 어떤가?
6.
잘 하지 않는데
오늘 우연찮게 암에 대한 전문의들의 유튜브 강의를 듣다가
내가 폐암 환자라는 것을 다시 리마인드하게 되었고
내가 앞으로 4년 이상을 더 살 확률이 그렇지 못할 확률보다 좀 더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당황하지 않았다.
작년처럼
심란하지 않았다.
그게 스스로 꽤 대견스러웠다.
감사한 것 뿐이다.
Soli Gloria 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