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지거나 꺾어져 돌아간 자리를 모퉁이라고 한다.
길에 모퉁이가 없다면, 집에 모퉁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도대체 그리워할 일이 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모퉁이 저쪽을 상상할 일도 없고, 비행기 활주로나 고속도로처럼 인생은 황막해졌을 것이다. 그리움이 모퉁이를 만들었다.
모퉁이가 없다면 숨바꼭질을 어떻게 하며, 계집애들의 고무줄을 끊고 어디로 달아나 숨을 데도 없었을 것이다.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을 테고. 맘에 담아둔 여자애의 집 앞 골목을 지나갈 때 설레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모퉁이가 없다는 것은 곡선이 없다는 것. 막막하고 뻣뻣한 직선이 세상을 지배했을 것이다. 삿대질과 공격적인 전투와 전진만이 우대받고 모든 여성적인 것은 뒤로 밀려났을 것이다.
모퉁이가 없다면 골목길에서 자전거 핸들을 멋지게 꺾을 일도 없었을 것이고, 연인들이 담벼락에 붙어 서서 키스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별 후에 돌아서서 숨죽여 흐느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모퉁이가 없다면 예비군훈련 가서 키득거리며 한쪽에서 오줌을 내갈길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핍이 모퉁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모퉁이는 아쉽고 그리운 것들을 낳았다.
개발이라는 이름의 굴착기는 모퉁이를 지우는 일에 열심이다.
산모퉁이는 깎아내고 길모퉁이는 반듯하게 바로잡는다. 편리성과 합리를 앞세워 현대적인 것을 추구한다. 현대적인 것은 모퉁이가 없다. 모든 현대적인 것은 그래서 그리움을 용도 폐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