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로 판단하는 언어학자들이 더러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글이 창제된 것은 1400년대의 일로, 현대에서 많은 사용자 수를 자랑하는 문자들 중에서 가장 젊은 나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 이전에 만들어진 문자이며, 짧은 시간 안에 국왕, 왕자, 공주,[30], 젊은 신하들이 조직적으로 연구하여 만들어진 체계적인 문자라는 부분이 여러 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이 밖에도 한글에 관한 잘못된 상식이 알게 모르게 상당히 퍼져 있으니 판별하며 수용하자. 심지어 교과서에도 있다고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과학 잡지 디스커버리 1994년 6월호에서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the world's most rational alphabet)'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31] 다만 다이아몬드가 언어학을 취미로만 공부했다는 사실은 감안해야 할 부분. 시카고 대학교의 지금은 작고한 제임스 맥컬리 교수도 한글을 찬양했다고 한다. 한국인들도 별로 신경 안 쓰는 한글날을 매년 학생들과 기렸다고. 특정한 문자 체계에 대한 일부 언어학자들의 긍정적인 관심은 분명 흔한 일은 아니다. 영국의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 존 맨은 자신이 쓴 'Alpha Beta'(번역서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 남경태 옮김)에서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라고 평했다. 교착어와 고립어 말고는 무용지물이라는 게 함정. 그리고 영국의 언어학자인 제프리 샘슨도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다. 또한,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폴리네시아 언어문학연구소(Institute of Polynesian Language and Literature) 소장 스티브 로저 피셔는 자신의 저서인 'A History of Writing'(번역서 <문자의 역사>(박수철 역)에서 "한글은 알파벳보다 우월하다. 한글의 문자 체계는 세계 유일하다. 개량이 아니라 언어학적 원리에 의한 의도적인 발명의 산물이다. 한글은 다른 모든 문자로부터 독립적이고, 완전하다"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세종대왕상이나 훈민정음 기록 문화유산 등재 등의 사례로 인하여 마치 유네스코가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임'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처럼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유네스코의 세종대왕상의 정식 명칭은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으로 문맹 퇴치에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비용 부담과 전제 왕권의 군주가 직접 백성들을 위해 문자를 창제했다는 점에서 정해진 이름이다. 또한 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이지 훈민정음 자체가 아니다. 문자를 만든 뒤 새 문자에 대한 해설서를 만들어 문자의 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한 것은 세계사에 유례가 드문 일이었고 그 이론의 논리 정연함도 세계 언어학자들이 높이 평가하였기 때문에 기록 자체의 가치가 인정받은 것이다. 만약 알파벳이나 가나도 해례본이 존재했다면 같이 등재되었을 것이고 아니면 그렇게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고 판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글의 가치가 오직 해례본이 있기 때문일 뿐이라고 보는 것 또한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니 조심하자. 한글에 해례본이 없었거나 또는 알파벳에 해례본이 있다고 쳐도 우리들의 얘기와 언어학자들의 관심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어쨌든 유네스코는 모든 말과 글이 수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소중한 인류 유산이라 여기고 특정 문자나 언어 자체를 세계유산, 기록유산, 공용어, 무형유산으로 지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유네스코가 공식적으로 '한글은 이제부터 우리가 인정하는 세계 공용문자다.'라고 공표한 것은 아니니 거기에 집착하지는 말자.
다른 모든 문자가 그렇듯 한글도 장단점이 있고, 과학적(?)인 부분이 있는가 하면 비과학적인 부분도 있다. 한글을 칭송하는 사람들은 글자의 모양이 사람의 입 모양에 대응하는 점. ㄱ-ㅋ, ㅈ-ㅊ, ㄷ-ㅌ, 그리고 ㄱ-ㄲ, ㄷ-ㄸ, ㅅ-ㅆ 등의 직관적인 관계, 음절이 글자와 일대일 대응하는 점 등을 그 우수성으로 꼽는다. 하지만 언어학자들의 관점에서는 다른 모든 언어들처럼 한글도 잘 이해되지 않는 비직관적인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초성의 'ㅇ'은 아무 소리도 없다는 뜻이지만, 받침의 'ㅇ'은 분명히 어떤 소리를 지칭한다. 이는 초성의 'ㅇ'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이 발음이 가장 기본적인 발음(?) 같은 것이라 생각할 특별한 근거도 없다. 뭐 '종성의 빈자리는 비워도 되지만 초성의 빈자리는 채워둔다.'라는 규칙으로 이해하면 그럭저럭 납득은 되나 왜 굳이 이런 차이가 있는지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32]
또한 한글이 발음과 표기가 일대일 대응한다는 것은 심각한 오해. 한글도 다른 문자 만큼이나 글자와 발음이 일대일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장 국어사전에서 글자와 발음기호가 완전히 일치하는 단어가 얼마나 되나 살펴보자. 우리야 원어민이니 '저렇게 읽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다른 모든 언어들이 마찬가지이고, 제3자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33] 자음이 쌍자음이 되거나 받침이 탈락하거나 하는 건 약과고, 쓰는 것과 읽는 것이 완전히 따로 노는 사례도 얼마든지 많다. 다만 원어민인 우리가 자각하지 못할 뿐. '~의'라고 쓰고 [~에]라고 읽는다거나, '네'라고 쓰고 [니]라고 읽는다거나 등등. 쌍받침 또한 사람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드는 요소. 분명히 받침은 두 개인데 소리는 둘 중 하나만 발음하고, 다른 하나는 복잡한 방식으로 다른 글자에 관여한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실 이 쌍받침이 작용하는 규칙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초성에 쓰일 때는 특정한 나타내던 기호들이 받침에 와서는 전혀 다른 발음으로 바뀌고, 거기에 꽤 여러 받침들이 같은 발음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절대 받침의 'ㅋ', 'ㅎ', 'ㄷ' 등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다. 또한 모음에서도 발음을 따져보면 'ㅣ'+'ㅓ' 는 'ㅐ'가 아닌 'ㅕ'이고, 'ㅒ'도 'ㅣ'+'ㅕ'나 'ㅑ'+'ㅣ' 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첨자가 붙는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ㅣ'+'ㅡ' 는 'ㅗ'가 아니고, 'ㅣ'+'ㅣ' 역시 'ㅏ'나 'ㅓ'가 아니다.
요약하자면 한글은 역사적 관점에서 주목받는 글자이고 여러 독특하고 우수한 면들이 있지만, 다른 글자들과 같이 장점과 단점이 있는 문자이다. 다른 문자보다 '과학적'이라기보다는 '기능주의'나 '간결함' 정도로 표현하는 편이 낫다. 당장 길거리에 있는 외국인들 잡아서 어느 문자가 가장 우수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자국의 문자가 우수하다고 답할 것이다. 애초에 문자엔 우열이 없는데다, 이러한 곳에 우열을 가리다가 이렇게 된 사례도 있으니 확실히 조심해야 할 부분
첫댓글 한글로 이 세상의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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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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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발음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과도한 나머지 국내에서는 간혹 '한글로 이 세상의 모든 발음(혹은 거의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형태의 민족주의에 가깝다. 중국어 음역자나 일본어 가나보다 영어 발음을 비교적 더 가깝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장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