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양읍 군량리 고운식물원은 칠갑산 한자락을 통째로 식물원으로 꾸며 철 내내 희귀한 꽃들을 볼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사설식물원이다.
온 산과 들녘에 봄꽃 무리들이 다투어 피었다가 이울건만 ‘동양의 알프스’로 불리는 칠갑산을 끼고 있는 충남 청양군은 중부 내륙의 두메답게 이제야 봄기운이 무르익는다.
모심기를 앞두고 갈아엎은 논둑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해살거리고, 길가에는 벚나무와 개나리 무리의 개화가 한창이다. 봄볕이 유난히 따스운 계절에 이름 그대로 맑은 봄볕이 있는 고장 청양으로 봄길과 동행한다.
» 숨은 골짜기라는 별명답게 깨끗한 자연의 아름다움 을 간직하고 있는 관산리 은골구기자마을.
국내 최대 11만평 ‘고운식물원’ 꽃 7천여종 알록달록 맵시 뽐내고 ‘가장 살고싶은 마을’ 은골구기자마을 개천엔 참게가 뒷산엔 노루가
“이런 나절엔 바람의 발길에 끝없이/ 짓밟혀라도 보았으면/ 꽃들이 함께 피어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 꽃의 언어로 편지를 쓰고/ 나도 너를 찾아/ 봄길과 동행하고 싶다./ 봄 속에서 길 잃고/ 봄 속에서 깨어나고 싶다.”(이기철의 ‘봄길과 동행하다’)
청양읍 군량리에 자리잡은 ‘고운식물원’은 “봄 속에서 길 잃고 봄 속에서 깨어나고 싶은” 이름처럼 고운 사설 식물원이다. 칠갑산 한자락을 통째로 식물원으로 꾸며 사계절 내내 꽃들이 가득하다. 이주호(62) 원장이 1990년부터 돌투성이 야산 11만여평을 매만져 18개 작은 정원을 꾸미고 멸종위기의 희귀식물을 비롯한 식물 7400여종을 옮겨 심기를 13년 만인 2003년 4월 문을 열었다. 백두산을 비롯해 온 나라 곳곳을 돌고, 나라밖 50여개국에서 수집한 자식같이 귀한 식물이니만큼 꽃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어느 것 하나 정성 어린 손길이 배지 않은 곳이 없다. 그렇지만 인위적인 겉멋보다는 자연의 숨결이 더 느껴지는 곳이다.
식물원에 들어서자 양지바른 곳을 골라 개나리와 튤립 무리가 노란색으로 물들고, 산기슭에는 연분홍 진달래와 벚꽃들이 눈에 가득하다. 초록의 꽃향기에 취해 정처없이 오솔길을 거닐다 보면 어느덧 솔숲이 뿜어내는 신선한 봄기운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푸근함과 상큼함이 번진다. 간혹 희귀한 흰 진달래를 발견한다면 소중한 봄선물이다.
특히 야생화원과 조각공원이 꾸며진 솔숲은 고운식물원 식구들이 가장 아끼는 공간이다.
» 칠갑산 장승공원
구불구불한 오솔길 옆으로 깽깽이풀, 동의나물, 피나물, 큰앵초, 물솜방망이, 노랑제비꽃, 양지꽃, 연령초 등 야생화 80~90종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느릿느릿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관목원, 암석원, 교목원, 단풍나무원, 무궁화원, 목련원, 붓꽃원, 수생식물원, 장미원, 조팝나무원, 만병초원, 잔디광장 등 주제가 있는 작은 공원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다다른다. 식물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팔각정에 오르면 화사한 식물원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운식물원은 앞만 보고 빨리빨리 돌아보아서는 제대로 멋과 맛을 느낄 수 없다. 3~4시간씩 느릿느릿 거닐면서 찬찬히 또 꼼꼼히 둘러본다면 이름 모를 꽃나무와 풀들이 자아내는 독특한 봄의 향연을 발견할 수 있다.
비봉면 관산리(이장 신춘식)에는 고향 마을같이 푸근하고 아름다운 ‘은골구기자마을’이 숨어 있다. 38가구 116명이 논농사와 구기자, 고추 재배를 하며 살고 있는 이곳은 한국전쟁 등 큰 전란에도 죽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숨은 골짜기라고 하여 은골이라고 불리는 산골마을이다.
» 은골구기자마을
마을을 들어서자 창포와 미나리가 자라고 백로가 먹이를 찾고 있는 맑디맑은 개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 들머리에는 700여년 된 느티나무 아래 개울에서 아이들이 종아리를 드러낸 채 피라미와 고둥을 잡고 있는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의 푸근한 분위기에 반해 다른 지역에서 8가구 25명이 옮겨와 살고있다. 충청남도로부터 ‘4천만이 살고 싶은 마을’로 지정된 연유를 깨닫게 한다. 마을을 적시는 개천은 마을 뒷산에 있는 하트 모양을 닮아 ‘사랑저수지’로 불리는 관산저수지에서 흘러내리는데 수달과 붕어, 잉어, 산천어, 새우, 참게가 사는 1급수를 자랑한다. 마을 뒷산에는 산토끼, 다람쥐, 노루 등 산짐승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구기자가 많이 자라는 이 마을은 두해 전부터 ‘에코 파라다이스’를 주제로 체험마을을 운영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다. 봄에는 온산과 계곡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산나물과 돌미나리를 캐고, 딸기 따기와 구기자순 따기, 가재잡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 칠갑산 장곡사
칠갑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천년고찰 장곡사는 국내 사찰로는 유일하게 대웅전이 두 개인 독특한 대가람이다. 신라 문성왕 12년(850년) 보조선사 체징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미륵불괘불탱, 상·하대웅전, 철조비로자나좌상부석조대좌, 금동약사여래좌상 등 보기 드문 보물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장곡사 들머리에는 최근 칠갑산 대장군, 여장군을 비롯해 팔도각지에서 모여든 장승들로 꾸민 장승공원이 들어서서 새로운 볼거리로 인기를 모은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나들목→ 우회전 29번 국도→ 청양→ 송방사거리→ 군량리→ 고운식물원. 또는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정안 나들목→ 공주 방향 10㎞→ 36번 국도→ 청양→ 고운식물원. 청양읍에서 고운식물원 가는 군량리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장곡사는 청양읍→ 36번 공주 방향 국도→ 장곡사. 청양읍에서 장곡사 가는 지천행 시내버스가 있다. 시내버스터미널 (041)942-2788)
고운식물원은 3월~10월 오전 9시~오후 6시, 11월~2월 오전 9시~오후 4시 개장하며, 입장료는 성인 7천원, 학생 4천원.
▶잠자리
고운식물원 안에 숲속 통나무집(7동) 숙소가 있다. 칠갑산 자락인 대치면 대치리에는 경관이 빼어난 스위스풍 호텔 칠갑산샬레(041-942-2000)가 있다. 역시 대치면 광대리 칠갑산자연휴양림(www.chilgapsan.net)은 70㏊의 울창한 숲 안에 삼림욕장, 잔디광장, 산책로, 동물원과 야생화원 등을 갖추고 있고, 통나무집(10동)과 청소년수련원(1동 9실) 숙소가 있다. (041)943-4510.
▶먹거리
청양읍 학당리의 한정식 전문 ‘별장가든’(041-942-3312)에서는 궁중갈비와 한우곱창전골, 한우표고버섯 요리를 낸다. 장승공원이 있는 장곡사주차장 앞 ‘맛있는 집’(041-943-5911)은 산채비빔밥과 손두부요리 전문집. 대치면 대치리 ‘칠갑산 두메산골’(041-943-9080)은 손두부요리와 산채정식 전문이다. 대치면 작천리 ‘흥부네가든’(041-943-1640)은 민물매운탕, 장평면 지천리의 ‘충청수산’(041-943-0008)은 참게백반 전문식당으로 소문났다. 홍성군과 청양군 접경인 천태사거리 부근에 자리잡은 ‘예당큰집’(041-642-3833)은 전통 한옥집에서 한정식을 즐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