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페트병값 2년새 74% 껑충… 청년도 노인도 ‘페테크’
유화업계 재생플라스틱 수요 급증
폐페트병 회수땐 1개당 10원 적립
지자체-대기업 등 속속 회수기계
월 8만명에 1억7000만원 지급
서울 종로구의 한 기업에 근무하는 맹준영 씨(36)는 최근 ‘페테크(페트병+재테크)’에 재미를 들였다. 매일 물을 5L 가까이 마시는 맹 씨는 페트병 생수를 6, 7병씩 구입한다. 다 쓴 병을 버릴 때면 죄책감도 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회사에 폐플라스틱 회수 기계가 생겼다. 플라스틱 회수 기계에 투명한 페트병을 넣으면 크기에 상관없이 ‘개당 10원’의 현금성 포인트가 지급된다. 지급된 포인트는 2000원 이상 쌓이면 계좌이체를 통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회수된 투명 페트병은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페트병으로 탄생하기 위한 재생원료 공장으로 향한다. 맹 씨는 이 회수 기계를 애용하며 포인트도 적립하고 있다. 맹 씨가 올해 1월부터 쌓은 포인트는 4500점이다. 페트병 450개에 이르는 양이다. 그는 “물론 큰돈은 아니지만 게임을 하듯 포인트를 적립하면 친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니 그냥 버리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며 “회사의 다른 직원들도 ‘땅 판다고 100원 나오느냐’며 많이들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페테크’가 가능해진 것은 재생플라스틱 수요가 급증하며 석유·화학업계 등 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시장에 뛰어들자 페트병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환경부 환경통계정보에 따르면 생수병 등을 압축해 얻는 압축 페트(PET)의 지난달 국내 평균 가격은 ㎏당 505.6원이다. 1년 전(㎏당 371.9원)에 비해 36%, 2년 전(kg당 291.3원)에 비해서는 73.5% 올랐다.
‘페테크’에 뛰어든 것은 청년뿐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청 및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등에 설치된 기계 앞에는 노인들이 줄 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달 국내 폐지(신문지) 시세가 kg당 133.9원이다. 페트병 수집 기계에 폐페트병 13개를 넣으면 비슷한 돈을 벌 수 있다.
2016년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되기 시작한 이 기계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에도 설치됐다. 기계를 운영하는 산업용 로봇 스타트업 ‘수퍼빈’ 관계자는 “매달 평균 이용자는 8만 명, 지급 포인트는 1억7000만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자원 회수량은 141%, 포인트 지급액은 96% 증가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페트병은 무조건 25% 이상 재생원료를 활용해 생산하도록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올해부터 플라스틱 음료 용기에 재생원료를 15% 이상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환경부도 올해부터 국내 페트병 생산 업체에 ‘재생원료 3% 이상 의무 사용’ 정책을 시작했다. 2025년 10%, 2030년은 30%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2020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률은 0.2% 수준에 불과한 데다 이후 통계도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던 분야다. 최근에 각광받기 시작하며 세계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