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대로 실천하는 삶
오늘 복음 말씀은 마태오 복음 23장 가운데 앞부분으로서, 예수님은 이 장 전체에서 유다교 핵심 구성원들인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겨냥한 비난의 말씀들, 나아가 저주의 말씀들을 쏟아내십니다.
아마도 복음저자는 자신이 속해 있던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유다교와 논쟁을 벌이는 데에 유용한 예수님의 말씀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님은 이들을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로 소개합니다.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은 이스라엘 최고의 입법자인 모세의 합법적인 후계자이며 해설자임을 의미하며, 따라서 예수님은 이들의 존재와 권위를 인정하고 계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문제는 행실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예수님은 이어서 따라서 하지 말아야 할 그들의 못난 행실을 고발하십니다.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며, 무거운 짐, 곧 지키기 어려운 법 규정들을 다른 사람들 어깨 위에 올려놓고서는 정작 자신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 못난 모습입니다.
나아가 예수님은 그들의 행위 일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단죄하십니다.
탈출 13,1-10; 13,11-16; 신명 6,4-9; 11,13-21과 같은 율법의 핵심이 되는 성경 구절을 적은 양피지를 넣은 조그마한 성구갑과, 하느님의 계명들을 상기시키는 자주색 실 한 가닥이 끼여 있는 옷자락 술은 모든 유다교도 신자가 지니고 다녔지만, 바리사이들은 오직 드러내 보이려는 편협한 신앙심에서 이를 넓고 길게 만들어 달고 다니던 모습을 질타하십니다. 그러니 윗자리, 높은 자리, 인사받기, 스승이라 불리기는 당연히 자신들의 몫이라 생각했습니다.
스승이라는 호칭에 대해서는 말씀을 좀 더 덧붙이십니다. 스승은 라삐를 번역한 표현으로서, 현역 율법 학자를 가리키는 호칭이었으며, 아버지는 과거에 존경받던 스승을 가리키는 호칭으로 여겨집니다. 여기서 스승과 아버지 호칭 사용 금지는, 스승 또는 교리 교사의 직무 수행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기에 앞서 하느님의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의 말씀 실천에 모범을 보여야 함을 일깨우시는 훈시입니다. 다시 말해서, 주님 말씀 실천에는 모두 다 형제라는 말씀입니다.
나아가 형제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섬김을 받으러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당신의 신원을 송두리째 드러내시는 말씀이며, 주님을 따르는 신앙인이라면 그대로 가슴에 새기고 실천에 옮겨야 할 말씀입니다.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신앙생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신앙생활에는 권위가 있을 수 없으며, 기쁨과 보람 또한 함께할 수 없습니다.
말한 대로 행동하고, 아는 대로 행동하는 자세를 뛰어넘어, 우리 신앙인은 믿는 대로 행동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하루 만나는 모든 사람과 신앙의 맛과 기쁨을 나누어, 신앙이 무엇인지를 그들이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럼으로써 그들을 섬기는, 소중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