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 달 드퀘 후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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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이야기지만, 어릴 때 부터 도전을 여러 번 했습니다. 드래곤 까지는 잡아본 기억이 흐릿합니다. 2020년 초에도 도전했는데, 몇 번이나 몬스터에게 얻어 터진 아픈 기억 이후로는... 그만둬 버렸습니다. 변명꺼리는 갖다붙이기 쉽습니다. 에이, 조작감 불편해! 블루투스 패드도 지원 안 해주잖아! 열받아! (저는 꽤 고가템인 엑박원 패드와 플스4 패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연말이 가까운 어느 시점, 마침내 고전 한 개를 돌파해서 뿌듯해 하고 있는데, 동호회의 큰형님 만화광 형님께서 밀린 드퀘 좀 하세요! 라고 압박을 주는 겁니다! 사실, 페르소나5, 드퀘11... 뭐, 거의 밀봉이라 하겠군요. 난데없이 드퀘1이 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시작했습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단 이 게임 특유의 장점이 있습니다.
1. 쌉니다. 치킨 값보다 쌉니다.
2. 짧습니다. 1986년 패미콤 시대 게임용량을 생각해서, 이 정도 분량도 사실 굉장한 것입니다.
3. 2번과 이어지는 내용인데, 그래서 하루만에 마음 먹으면 엔딩 볼 수 있습니다.
4. 드디어 공식 한글입니다. 예컨대, 성 안의 보물을 털다가, 병사에게 가짜 용자라고 욕먹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5. 1대 1의 승부가 계속 됩니다. 정정 당당한 게임이었습니다.
6. 어디서나 저장이 됩니다. 난이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합니다만, 실은 얼마나 편리한지요!
몇 가지 장점을 나열해 봤습니다. 그래서 쉬는 주말을 맞이해서, 커피를 한 잔 해가며, 고전 게임의 늪(?)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아! 이렇게 재밌는 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적의 수면 마법을 얻어맞고, 잠든 사이에 죽어버리는 그 충격도 즐거움이었습니다. (이럴 줄 알고, 세이브 하는 습관을 들여놨지요!) 공략을 참고하면서 했기 때문에, 던전에서 헤매지 않는다는 점도 쾌적했습니다. 뭐.... 좀 비겁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적정 레벨을 참고했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몇 십분을 투입해 레벨 노가다도 좀 했습니다. 도주의 달인 강적(!) 메탈 슬라임 잡을 때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저녁에 레벨 1이던 용자는, 다음 날 아침 무렵에 레벨이 19가 되었고, 모든 마법을 습득해 버렸고, 최강의 검, 갑옷, 방패를 손에 들었습니다. 독구간을 지나도 상처입지 않으며, 가벼운 상처 쯤이야, 걷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됩니다. 당연히 약한 적은 일격에 보내버릴 수 있습니다. 드래곤을 무찔러서, 공주를 구해내어, 아름다운(?)처자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이번에는 용왕까지 무찌르며, 세상을 구해냈습니다. 나라를 다스려 달라는 왕의 요구도 단칼에 거절하며, 공주와 함께 새로운 땅으로 떠나는 무모함도 과연 훌륭한 태도였네요. (아마존에서 평가를 살펴본 것을 덧붙입니다. 클리어까지 약 10시간을 예상하면 된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5,900원 주고, 드퀘2탄도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방심하다가 떼로 몰려서 나오는 적들에게 집단으로 얻어 맞으며 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ㅠ.ㅠ... 너희도 (세이브 막 하는) 나만큼이나 비겁하구나!
마무리하며, 드래곤 퀘스트에 나오는 NPC 한 명이 생각납니다. 용왕이 등장했고, 세상은 이제 다 끝났다면서, 절망에 사로 잡힌 남자 입니다. 좋은 측면을 바라볼 줄 모르는 모습이겠지요. 당연히 살아가다보면, 어려움이 등장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예술가들은 그 힘든 순간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이 성장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금방 받아들이기엔 조금 쉽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노인들은 세상에는 그래도 희망의 후손이 등장해서 세계를 바꿔줄꺼라는 지혜를 전혀 버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버텨냅니다. 젊은이는 판단이 오만했고, 노인은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었습니다. 많이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즐거움으로 살아가고자 다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0. 11. 21. 리뷰어 시북 (허지수) 마침내 고전 RPG의 작은 산 꼭대기에 오른 것에 감동하며!
출처: https://suparobo.tistory.com/2391 [슈퍼로봇대전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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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리고 슈로대식으로 말한다면, 기력이 150된 기분으로 12월에 마더 1 (89년작, GBA리메이크)
에 도전... 시작하자마자 스탠드와 인형의 공격에 지하실까지 쭉쭉 잘 갔으나...
마을에 나서면서... 묘지를 가는 길에, 좀비들에게 물어 뜯기며 장렬하게 계속해서 드러눕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레벨 노가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분발하고 있습니다.
실은 슈퍼마리오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닌텐도 게임들이 생각 외로 난도가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법한 포켓몬스터도 일부 구간에서 제법 난도 높은 영역이 있을 정도지요.
솔직히 과거에 저 같으면 이쯤에서 당장 포기할 법도 한데...
고전게임을 사랑하시는 이클립스님과 오락쟁이님이 계시기 때문에,
근성을 걸고 건전지도 10묶음 사왔습니다. (엑스박스원 게임패드로 하려고요 ㅎㅎ)
얼마 전 부터였을까...
게임을 좋아하는 스스로가 무척 마음에 들고, 대견스러웠습니다.
드퀘 123 을 (3은 숨겨진 적 신룡까지 돌파) 연파하면서, 자아효능감이 엄청 올라가는 그 기분.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참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뭐랄까요. 근래에는 스스로가 마치 천국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제가 좋았습니다.
규모 있는 연합동호회 이끌기도 솔직히 능력부족으로 실패했고,
지금은 예전보다는 확실히 적은 분들과 교류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어쩐지 상처투성이를 지난, 지금 이 순간, 여기가 좋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언어로 선명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써본다면,
재발견
세 글자로 쓸 수 있을 듯 합니다.
길게 쓰면, 바로 발밑에 보물상자가 있었고, 바로 거기에 최고의 검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역사로 말한다면, 80년대 초반에 태어난 것이 (비디오게임 세대라는) 행운이라는 기분이고,
개인으로 말한다면, 너무 힘든 환경에서 (한 때는 모든 것을 포기할만큼) 와르르 전부 무너졌지만,
그럼에도 주변에 따뜻한 분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이 로또 1등만큼이나 즐겁기만 합니다.
베토벤의 좌우명이었던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 라는 구절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늘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을 수야 없지만,
슬픔만 가까이에 있는 것이 결코 아니구나를 인식한다면,
오늘도 감사합니다 라는 언어를 충분히 쓸 수 있겠다고 여깁니다.
순두부님과 카미유님, 뉴건담님께도 안부를 함께 전합니다.
12월도 함께 근성을 걸어봅시다. 마더1 엔딩 기다려라! 지하묘지에 지지 않아!
첫댓글 저도 드퀘도 좋아하긴 하는데 탐험하면서 막상 여기저기 찾으로 돌아다니고 레벨노가다에 지쳐서 슈로대로 돌아오게 된다능.....
신룡까지 도전하시다니 굉장하시네요.
전 나이가 들고나니 게임은 짧고 얇게 즐긴다란 모토로 바뀌어서...
드퀘3도 조마잡고 엔딩본 이후 그냥 꺼버렸습니다.
물론 뒷씨리즈들도 전부 막판 보스만 잡고 끝~
그나마 3가 신룡을 잡고 나면 드래곤볼마냥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좀더 해봐야하는 생각이 들긴하더군요.
역시 편의성으로 하는 게임은 모바일 버젼이 최고이죠.
언제어디서든 1분을 하든 10초를 하든 도중저장도 되고 ^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