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 김진구 원장님의 칼럼 모음집이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화순 탄광지대에서 보았던 '흰눈세탁소'의 간판 이름처럼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문구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교육자의 길을 걸어가면서 교육에 관한 글을 쓰면서 전달력이 뛰어나고 호소력 있는 문장을 정선해서 썼지만 '흰눈세탁소'만큼 뛰어난 어휘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겸손한 말씀이다.
그의 칼럼 하나하나는 분량은 짧지만 칼럼에 담긴 목소리는 그 어느 연설가보다도 명쾌하고 그 어느 지식인보다도 지성의 깊이가 느껴진다. 긴 장문의 무늬만 그럴듯한 글보다 '흰눈세탁소'처럼 짧지만 의미를 잘 담아낸 글이 정직하고 오래 감동을 준다고 강조한다. 이 시대에 진정한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단언컨대 그의 칼럼집을 펴서 읽는 순간 나이 듦어감의 경외감, 성숙한 시민의 삶의 안목,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자세.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아니라 그의 삶이 어른이요 선생이다.
칼럼에 쓴 문장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다. 밑줄을 긋고 색깔을 입힌다. 되새김질하듯이 잘근잘근 오랫동안 입안에 넣어 두고 싶다.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고 싶은 욕심이 든다. 그러나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삶의 깊이는 결코 따라갈 수 없으리라.
3평 남짓 한 집을 손수 지어 노후의 검소한 삶을 지향하며 지금도 어르신을 만나기 위해 요양원을 찾아가서 그동안 갈고닦았던 하모니카 연주와 아코디언 연주를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드리고 마음을 선물하고 계신다. 노년일수록 예체능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삶의 지혜를 알려주신다. 승마도 수준급이다. 마치 사극 드라마 주인공을 보는 듯하다.
가끔 강연 요청을 받아 타 기관에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기관을 대표하는 기관장님께서 인사말을 하시고 대부분 강연장을 떠나신다. 아무래도 여러 개의 일정이 놓여 있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오늘 나의 강연 시간 내내 맨 앞에서 자리를 뜨지도 않고 경청해 주시는 것도 모자라 강의 후에는 먼 길 가기 전에 차 한 잔 드시고 가라면서 원장실로 직접 안내해 주셨다. 더 놀라운 사실은 불편한 정장 차림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환복하기 위해 화장실에 가는 나를 붙잡고 원장실에서 갈아입으라고 본인은 바깥에 나가 계셨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까지 손수 운전해서 태워주셨다. 감히 그의 발자취를 흉내 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