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품에도 단풍잎 로고... 소비자 혼란 키우는 식품 표시
메이플 시럽마저 캐나다산 표시 없는 아이러니
애국심 마케팅에 진짜 캐나다 제품 가려져
미국과의 관세 분쟁 속에서 애국심 마케팅이 과열되며 캐나다 식료품점에서 원산지 표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캐나다산을 의미하는 붉은 단풍잎 표시가 남용되면서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진짜 캐나다산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소비스와 슈퍼스토어에서는 단풍잎 표시가 제각각 사용되는 실태가 확인됐다. 특히 외국 기업이 소유한 제품도 캐나다산으로 표시되는 일명 '메이플워싱(maple-washing)' 현상이 만연했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이탈리아 라바자에 매각된 킥킹 호스 커피는 단풍잎 스티커를 받은 반면, 정작 캐나다 뉴펀들랜드 지역 회사인 점핑 빈 커피는 받지 못했다.
심지어 브라질 투자회사 소유의 팀 호튼스 커피는 같은 제품임에도 소비스에서는 캐나다산 표시가 없었으나, 슈퍼스토어에서는 "캐나다에서 제조됨" 표시가 붙어 있었다. 제품 자체에는 "1964년부터 캐나다에서 로스팅"이라는 문구와 함께 단풍잎이 인쇄돼 있어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켰다.
더 놀라운 사실은 캐나다의 국가적 상징인 메이플 시럽 코너에서 발견됐다. 소비스에서는 자체 브랜드인 '아워 컴플리먼츠' 메이플 시럽만 단풍잎 표시를 받았고, 다른 캐나다 브랜드들은 받지 못했다.
노바스코샤 지역의 메이플 시럽 생산자 애나 허친슨씨는 "같은 제품이 매장마다 다른 표시를 받는다"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했다. 허친슨씨가 생산한 메이플 시럽은 중동, 네덜란드, 코스타리카에도 수출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지만, 일부 매장에서만 단풍잎 표시를 받았다.
캐나다 기업인 소비스의 자체 브랜드 제품들은 대부분 단풍잎 스티커를 받았다. 심지어 소비스를 위해 "수입된" 강판에 간 코코넛이나 "준비된" 오렌지 주스까지 캐나다산으로 표시돼 있었다.
구엘프 대학교의 마이크 폰 마소 교수는 "식료품점들이 제품 라벨의 실제 의미와 부착 이유를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캐나다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메이플워싱' 현상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식품 라벨에는 "수입 및 국내 재료로 캐나다에서 제조", "~을 위해/에 의해 제조됨", "~에 의해 수입됨" 등 모호한 표현이 사용되고 있어 제품의 실제 원산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캐나다 식품검사청은 라벨링 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를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없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단풍잎 표시만 믿기보다는 제품의 실제 원산지와 생산 과정을 확인하는 적극적인 소비 습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