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경 240 /동산양개 선사 1 /나는 그가 아니다
洞山良价禪師가 問雲巖和尙호대 百年後에 忽有人이 問호대 還貌得師眞不아하면 如何祗對닛고 巖이 良久云 只這是니라 師가 佇思어늘 巖云 承當者箇事인대 大須審細니라 師가 猶涉疑러니 後에 因過水覩影하고 大悟前旨하야 乃有偈曰 切忌從他覓이니 迢迢與我疎라 我今獨自往에 處處得逢渠라 渠今正是我요 我今不是渠라 應須恁麽會하야늘 方得契如如니라
동산양개 선사가 운암 화상에게 물었다.
“백년 뒤에 문득 어떤 사람이 묻기를,
‘스님의 참 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까?’라고 하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운암 화상이 가만히 있다가 말하였다.
“다만 이것이니라.”
동산 선사가 오랫동안 생각하거늘 운암 화상이 말하였다.
“이 일을 알려고 한다면 모름지기 자세히 살펴야 하리라.”
동산 선사가 오히려 의심하였는데
뒷날 물을 건너다가 그림자를 보고는 그 뜻을 크게 깨달았다.
이에 게송을 남겼다.
“절대 다른 곳에서 찾지 말라.
아득하게 나와는 더욱 멀어지리라.
내가 지금 홀로 가고 있으니 곳곳에서 그를 만나도다.
그가 지금 바로 나요 나는 지금 그가 아니다.
응당히 모름지기 이렇게 알아야만 바야흐로 여여함에 계합하리라.”
해설 ; 동산양개(洞山良价,807-869)는 운암 화상의 법을 잇고 조산본적(曺山本寂,840-901) 선사를 제자로 두어 선종5가 중의 하나인 조동종의 창시자가 되었다. 평소에 효성이 지극하였으나 출가하여 승려가 된 뒤에 어머니에게 보낸 어머니를 이별하고 출가의 길을 걷겠다는 사친서(謝親書)는 천하의 명문으로 강원의 교과서인 치문(緇門)에도 들어있다.
스승인 운암 화상이 제자를 가르치는 방법이 슬기롭다. 사람이 살다가 죽은 뒤에 그 사람의 진영(眞影)을 그리는 문제에 대해서 다만 묵묵히 있음으로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만 이것뿐이다.”라고 하였다. 어떤 문제라도 실은 백년 뒤나 천년 뒤나 지금 이순간의 일이기 때문에 지금 이순간의 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동산 선사는 그 뜻을 알지 못하였다. 어느 날 물을 건너다가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는 비로소 그 뜻을 깨닫게 되었다. 깨닫는 데는 여러 가지의 계기가 있다. 갑이라는 화두를 들다가 을이라는 화두를 깨닫기도 하고 을이라는 화두를 들다가 병이라는 화두를 깨닫기도 하며, 때로는 화두와 전혀 별개의 일에서 깨닫기도 하고 언어나 문자에서 깨닫기도 하는 등 깨닫는 계기는 일정하지가 않다.
동산 선사는 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는 깨달은 바가 있어서 오도송(悟道頌)을 지었다. 좀 더 부연하면 이렇다.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것에서 찾지 말라. 만약 다른 것에서 찾으면 자신과 너무나도 멀어진다. 내가 지금 제대로 완벽하게 홀로 있기만 하면 이 몸이야 어느 곳에 있든지 아무런 상관없이 그 모든 것들은 바로 나 자신이다. 오직 나일뿐 다른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반드시 이렇게만 알면 모든 존재가 저절로 그러한 도리에 계합하리라. 현재 이대로 일뿐 굳이 고치거나 다듬거나 바꾸거나 할 필요가 없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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