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녹상서사 김유문의 집.
"아니아니! 이게 누구신가! 비한이 아닌가?! 연락도 없이 예까지는 어인 발걸음이신가?"
위나라에서 녹장서사라는 꽤 높은 관직을 맡고있는 김유문의 아들 김한선은 연락도 없이 찾아온 지기 비한을 반갑게 맞았다.
비한의 나이 열 여덟.
남해황제의 명령을 받고 위나라에 사신으로 왔을 때, 우연히 객점에서 만나 술한잔 하던것이 인연이 되어 한선과 지기의
연을 맺은지 벌써 오년이었다.
"조국에 큰 일이 터져 그대와 더 이상 길게 담소를 나눌 시간이 없네. 다름이 아니라, 그대에게 청할것이 있어 이렇게 잠시 들렀네."
"휴- 은나라 소식은 나도 들었네. 애통한 그대의 마음을 감히 위로해 줄 엄두조차 나지 않는구만.. 헌데, 내게 청할것이란게 무엇인가?"
"이 아이가.. 내 누이인데.. 수도인 은영이 점령당하기 전까지 곁에서 공주마마를 뫼셨네. 자네도 알겠지? 얼마전 포로로
끌려온 난향공주."
"난향공주? 아- 이번에 황제폐하께 첩지를 받았다는 그 천하절색이란 소문이 자자한 공주를 말하는 거구만."
한선의 말에 비한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후궁이라니.. 벌써, 그녀에게 후궁첩지를 내렸단 말인가? 혹..
혹, 벌써 그녀의 몸을 취한것이 아닌가?
시리도록 차갑게 굳어진 그의 얼굴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연교(화향공주)가 불안한 마음에 얼른 그의 팔을 슬며시 잡아챘다.
'나중을.. 나중을 생각하셔요, 비한.'
"이 아이가 공주께서 적적하실까 밤낮으로 걱정하며, 그 옛정을 못잊고 다시 공주마마를 뫼시고 싶다 하도 청을 하길래..
나도 개인적으로 그 공주와 친분이 있는데..
아는사람 하나 없는 궁에서 어찌 지내실까.. 걱정도 되고.. 하여, 이 아이를 궁으로 보내 곁에서 공주마마를 다시 뫼시게 해주었으면 해서."
"흐음~ 헌데, 자네의 여동생이 궁에서 궁녀노릇이나 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의외구만, 그려. 자네집도 꽤나 유명한 재상댁이 아니었는가?"
"공주께서 이 아이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하셔서. 시간이 없네. 도와줄 수 있겠는가?"
"..물론이네. 궁녀 하나 들여보내는건 일도 아니지. 맡겨만두게. 보름안에 입궁시켜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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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심심해서 견딜수가 없구만!'
화령이 놓고간 몇병을 술로 무료함을 달래며 그래도 몇일동안 잘 버텨오던 은교는 술이 다 떨어지자 드디어 폭팔직전에
이르렀다. 정신적 고통도 이런 정신적 고통이 없었다.
'않되겠다. 이렇게 살아선 속병들어 돌아가기도 전에 답답증으로 죽고말꺼야. 그리구, 지금 나는 바깓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체, 하루종일 이 궁에 쳐박혀 있어야 하잖아?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구.
밖에 나가면.. 아무래도 위나라 정세와 은나라 소식.. 그리고, 어쩌면 신유오라버니나 비한의 소식을 들을 수도 있을꺼야.
좀 자존심 상하긴 해도.. 일단은.. 그 황제를 만나봐야겠어.'
"그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갈것이니, 길을 안내해 주세요."
"마마, 송구하오나 그 사람이 어느분을 지칭하시는건지.."
"누구긴 누구겠어요. 황제죠."
절대로 내뱉기 싫은 말을 억지로 휙 내뱉고는 몇일 째 폐인처럼 잔뜩 헝클어놓았던 머리를 대충 비단끈으로 동여매었다.
"저- 마마. 송구하오나, 그런 모습으로는 황제폐하를 알현할 수 없사옵니다."
평소에 왠만하면 그녀의 일에 별 간섭하지 않던 김상궁이 시녀들을 불러 그녀의 머리와 옷새무새를 매만지게 했다.
마음같아서는 '그런놈 만나러 가는데 단장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간신히 참았다.
이윽고, 어느정도 공주의 모습이 갖춰지자 김상궁은 은교를 신성전으로 안내했다.
"유상궁, 난향비마마께오서 폐하를 뵙고싶다 청하시네."
"아- 난향비마마. 인사가 늦었습니다. 소인은 신성전 외 모든 궁의 인사와 살림을 맡아보고 있는 유상궁이라 하옵니다.
헌데, 마마.. 송구하오나, 지금은 폐하를 뵐 수 없을 듯 하옵니다."
"왜죠? 안에 없나요?"
"저- 그게 아니오라.. 지금 안에 중요한 분이 들어계셔서 그분과 말씀이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는.."
"아.. 그럼 다음에 다시오죠, 뭐."
무척 곤란한 표정을 짓고, 은교에게 고하는 유상궁을 향해 은교는 어색한 웃음을 한번 지어준 뒤 발걸음을 떼려했다.
그 순간, 굳게 닫혀 절대 열리지 않을것만 같던 사령의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사령의 굳은 얼굴이 보였다.
"이곳까지는 무슨일이지, 난향비?"
"아- 뭐.. 좀 드릴말씀이 있어서요."
그녀의 말에 그는 자리에 앉아있던 뫼를 향해 그만 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리고, 뫼가 그의 옆을 지나갈 때 그에게만 들리게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향비가 자결했다는 말이 난향비의 귀에 절대 들어가지 않도록 단속 단단히 잘 하도록."
첫댓글 앗....죽었다니 ㅜ ㅜ 난향이 그 소식들으면 또 미치겠군요 ㅜ
헉 어떻해요;;; 나중에 알면.....아 생각만해도 안습 ㅜ_ㅜ! 잘보고갑니다~
아..ㅠㅠ 향비가 자결을 .... ㅜㅜ 다음편기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