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폭우에 1명 사망 1명 실종… 서울 일부지역엔 ‘극한호우’ 재난문자
11일 오후 광주 광산구에서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에 도로가 침수되자 시민들이 차량을 밀어 도로에서 빼내고 있다. 이날 폭우로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서울 지역엔 기상청의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처음 발송됐다. 12일에도 중부 및 남부지방에 최대 15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광주=박영철 기자
서울 ‘극한호우’ 첫 재난문자… 1시간 50mm, 3시간 90mm때 발령
[장마 ‘극한호우’]
지난달 시범도입후 첫 실제상황
폭우 피해 대비 신속한 대피 유도‘
[기상청] 15:48 동작구 신대방제1동 인근에 시간당 72mm 이상 강한 비로 침수 등 우려, 안전확보를 위한 국민행동요령 확인 바람 cbs.kma.go.kr’
폭우가 전국을 휩쓴 11일 처음으로 기상청의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서울 지역에 발송됐다. 지난달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실시된 이후 첫 실제 상황에서 문자가 발송된 것이다.
기존의 호우 재난문자는 행정안전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상청 기상 특보를 바탕으로 발송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8일 서울 일대에 내린 폭우로 동작구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기상청이 직접 행안부 통합재난문자시스템을 이용해 바로 문자를 발송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기상청은 보통 시간당 3mm 미만의 비를 ‘약한 비’, 3∼15mm 미만 ‘보통 비’, 15∼30mm 미만 ‘강한 비’, 30mm 이상은 ‘매우 강한 비’라고 표현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재난이 잦아지자 경고 차원에서 ‘극한호우’란 용어를 쓴 것이다.
극한호우 재난문자는 ‘1시간 누적강수량 50mm’와 ‘3시간 누적강수량 90mm’를 동시에 충족할 때 발송된다. 호우 피해 사례의 약 80%가 이 같은 조건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자를 발송하는 이유는, 시민들에게 위험 기상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긴급 대피를 돕기 위해서다. 발송 문자에는 해당 지역의 시간당 강수량, 위험 우려, 안전 확보를 위한 국민행동요령 확인을 당부하는 내용이 들어간다. 11일처럼 1시간에 72mm 이상 폭우가 쏟아졌을 때는 ‘3시간 누적강수량 기준’을 어차피 충족한다고 판단하고 신속히 문자를 발송한다. 이날 오후 3, 4시 사이 서울 동작구와 구로구에 1시간 동안 각각 73.5mm, 72.5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3시 31분 서울 구로 등 4개 동에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려 했으나 일시적인 시스템 오류로 발송되지 않았다.
김예윤 기자
서울-부산 1시간 75㎜ ‘물폭탄’… 불어난 하천서 70대 숨져
[장마 ‘극한호우’]
지하철 1호선 일부 16분간 멈춰… 퇴근길 도심 곳곳 극심한 정체
입주 넉달 강남 ‘개포자이’ 침수… 부산 급류 휩쓸린 3명중 1명 실종
광주선 어린이집 천장 무너져
물에 잠긴 경산 지하차도 11일 오후 2시 17분경 경북 경산시 옥산동의 한 지하차도에 물이 차올라 이곳을 지나던 차량이 비상등을 켠 채 서 있다. 이날 폭우로 지하차도 일부가 물에 잠기면서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서울과 부산에 1시간에 75mm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진 11일 갑자기 불어난 하천에 휩쓸려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호우특보가 발효된 수도권과 강원 내륙, 남부지방 등에선 짧은 시간에 ‘양동이로 퍼붓듯’ 비가 쏟아지며 하루 100mm이상 비가 내린 곳도 속출했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9분경 경기 여주시 창동 소양천변 산책로를 걷던 A 씨(75)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력 77명과 펌프차 등 장비 12대를 투입해 3시간가량 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A 씨는 실종 지점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A 씨가 휩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서 급류 휩쓸린 여성 구조 11일 오후 부산 사상구에서 경찰과 소방 당국이 폭우로 불어난 학장천에서 급류에 휩쓸린 60대 여성을 구조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산 사상구에선 오후 3시 34분경 폭우로 불어난 학장천 인근에서 3명이 급류에 휩쓸렸다. 경찰과 소방은 오후 3시 56분경 구명정과 사다리를 이용해 60대 여성을 구조했고, 근처에 있던 70대 남성은 스스로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또 다른 60대 여성 B 씨가 실종돼 구조 당국은 100여 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다.
● 폭우 속 퇴근길 ‘혼란’…신축 아파트 침수도
이날 수도권에선 퇴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에선 노들로에서 올림픽대교 하남 방향 진입 연결로가 침수돼 전면 통제됐다. 서울 동작구와 구로구에는 각각 시간당 76.5mm, 72.5mm의 폭우가 쏟아져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6분경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금천구청역 구간의 열차 양방향 운행이 16분 동안 중단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간당 65mm 이상 강한 비가 내릴 경우 운행을 중단한다는 내부 규정 때문에 운행을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3일 입주를 시작한 인천 서구의 약 5000채 규모 대단지 아파트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는 집중 호우로 커뮤니티 시설이 침수됐다. 3층 외벽에서 1층 테라스로 물이 쏟아졌고 지하주차장도 침수됐다.
서울 강남 아파트도 침수 입주 4개월차인 서울 강남구의 3375채 대단지 아파트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이날 폭우로 단지 곳곳이 물에 잠겼고 지하주차장에도 빗물이 차오르는 등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 단지는 지난달에도 누수 및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 트위터
입주 4개월차인 서울 강남구의 3375채 대단지 아파트 ‘개포자이프레지던스’도 침수 피해를 겪었다. 단지 곳곳이 물에 잠겼고 지하주차장에도 빗물이 차올랐다. 이곳은 지난달에도 누수와 침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저녁 이후 빗줄기는 잦아들었지만 곳곳에서 도로가 통제된 탓에 주요 간선도로에선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 어린이집 천장 붕괴…사고 속출
전국 곳곳에선 폭우로 도로가 유실되고 건물이 부서지는 등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 9분경에는 광주 북구 운암동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 천장이 무너졌다. 당시 보육실에선 원생 10여 명이 점심을 먹고 난 후 양치를 하고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미리 어린이들을 대피시켰다”고 했다. 이날 광주 지역에는 시간당 50mm 이상의 비가 내렸는데 광주소방본부에 100여 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이날 대구에서도 78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11일 오후 7시 기준 누적강수량은 서울 서초 114.0mm, 경기 하남 118.5mm, 부산 해운대 111.5mm, 강원 원주 106.5mm 등을 기록했다.
이상환 기자, 부산=김화영 기자, 정순구 기자, 김예윤 기자
오늘 최고 150㎜ 더 온다… 돌풍-천둥 동반한 강한 비
[장마 ‘극한호우’]
기상청 “대기 매우 불안정해
물주머니 어디서 터질지 몰라”
11일에 이어 12일에도 중부와 남부지방에 최대 150mm 이상의 비가 더 쏟아진다. 특히 12일 오전까지는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80mm의 매우 강한 비가 예상된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12일까지 경기(북서부 제외)와 강원, 충청, 전라, 경상에 30∼100mm의 비가 오겠으며, 이 중 많은 곳은 150mm 이상 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인천, 경기 북서부와 강원 동해안, 제주도, 울릉도 독도는 5∼60mm의 강수량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를 품은 티베트 고기압이 내려오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제트기류를 타고 만났다. 매우 불안정한 대기에서 중규모 대류운이 발달했다”며 “이 비구름이 남북으로 움직이면서 언제 어디서 물주머니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2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과 낮 최고기온은 각각 22∼25도, 27∼32도로 예상된다. 비가 내리며 일시적으로 온도가 내려갈 수는 있으나, 장맛비로 습도가 높아지며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31도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맛비는 다음 주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3일부터는 산둥반도 부근에서 다가오는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아 비가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