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보는 하늘이 밝아 보이는 것은, 햇빛이 지구의 두꺼운 대기에 산란되어서 밝게 보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주 왕복선을 타고 우주 정거장에 가서 우주를 바라보게 되면, 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아도 하늘은 어둡습니다. 달에는 대기가 없습니다. 실제로 대기가 없는 달에서 하늘을 보면, 해가 있는 방향이나 지구가 있는 방향이나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하늘은 언제나 어둡습니다. 우주의 하늘은 언제나 어둡습니다. 왜 우주 공간은 이렇게 어두운가?
오랜 과거의 사람들은 우주는 무한하고, 우주를 채우고 있는 별들의 개수도 무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무한한 개수의 별들은 무한한 공간속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별들이 내는 빛의 속력 역시 무한하다, 빛의 속력은 무한하다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원리적으로 확립했던 뉴턴 역시,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은 무한하고, 우주는, 과거나 현재나 언제나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블이라는 천문학자에 의해서 우주의 팽창 현상이 알려진 이후에도, 호일, 골드, 본디와 같은 천문학자들은 우주는 팽창은 하되, 그 우주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물질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서 우주 전체의 특성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는 정상상태 우주론을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우주는 언제나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정상상태 우주론입니다. 우주를 내 머릿속, 상상의 세계로 넣어보겠습니다. 정적이고 변화가 없는, 무한한 크기, 무한한 공간 속에, 무한한 개수의 별들이 균일하게 퍼져 있는 그러한 우주를 상상해 봅시다. 그리고 그 별들에서 나오는 빛의 속력이 무한하다고 생각해봅시다.
이제 우리가 바로 그러한 무한 공간 속의 밤하늘에 있는 별들을 관측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별의 밝기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어두워집니다. 즉, 먼 거리에 있는 별일수록 더 어둡게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관측자가 하늘의 일정한 작은 표면을 바라보는 경우에,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서 특정 거리에 있는 별의 개수가 그만큼 더 많아집니다. 그렇다면, 무한개의 별을 내포하는 무한한 공간에서 우리가 어떠한 방향을 보더라도 하늘에는 무한 속력의 빛을 발산하는 별이 언제나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될 것입니다.
설령, 어떤 별은 가까이 있고 또 다른 별은 멀리 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는 하늘 어디를 보나 하나의 별 표면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빽빽한 나무 숲 속에 주위를 우리가 살펴볼 때, 어디를 보더라도 나무 하나의 표면을 볼 수밖에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측자의 입장에서는 밤하늘의 어느 방향을 보아도 모든 방향에서 나오는 무한 속력을 갖는 빛의 양은 일정합니다. 즉, 밤하늘은 낮과 같이 언제나 밝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밤하늘은 어둡습니다.
1823년, 독일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올버스는 이와 같은 논리로 우주가 무한히 크고 별들의 공간 분포가 균일하다면, 별들로 받는 무한 속력을 갖는 빛에 의해서, 밤하늘은 낮처럼 밝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우리는 이것을 올버스의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밤하늘 전체에 한군데도 빠짐없이 별들이 반짝인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엄청나게 밝은 밤하늘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밤하늘이 밝아야 한다는 이러한 올버스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주 공간에 빛을 흡수하는 물질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설령 우주 공간의 특정한 물질들이 무한히 많은 별들이 내놓는 빛을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물질들이 흡수한 빛을 다시 방출할 수밖에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해결책으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쨌든, 밤하늘은 낮처럼 밝지 않고 어둡습니다.
그렇다면 올버스의 역설을 유도하게 된 가정 중에서, 무언가는 틀렸을 것이라는 논리를 우리가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주는 정적이지 않거나, 무한하지 않거나, 별의 개수가 무한하지 않거나, 별들이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거나, 별의 속력이 무한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주가 현재 팽창한다는 사실, 그 사실은 우주의 시공간의 크기가 유한하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주가 현재 팽창한다는 사실은 우주의 시공간 크기가 유한하다는 것으로 귀결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과거 언젠가 한 시점에서 팽창을 시작했다는 것이고, 팽창하는 우주 공간은 유한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유한한 시간 동안 팽창을 계속 해왔다면, 당연히 우주의 나이도 유한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유한한 우주 공간 속에 유한한 천체의 개수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간이 유한하니까. 유한한 공간 속에 무한개의 별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입니다.
우주에는 무한한 개수의 별들로 채워져 있을 것이라는 올버스 역설의 가정이 또 깨졌습니다. 우리는 이미 빛의 속력이 무한하지 않고 일정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올버스 역설의 가정, 즉 빛의 속력은 무한하다고 하는 가정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입니다. 무한히 먼 거리에 있는 천체로부터 오는 빛은, 그 속력이 무한하지 않다면 우리에게 도달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제한된 빛의 속력 때문에 빛이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는 우주의 범위가 또한 유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유한하고 팽창하고 있는 우주 공간 속에서의 빛은 우주 팽창으로 인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파장이 길어지게 되면서, 우리에게 도달될 때 그 에너지 자체가 감소한다는 우주론적 적색 편이 현상이 일어납니다.
올버스의 역설은 간단히 생각하면, 무한한 우주의 공간은 언제나 밝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 천문학적 사실은 올버스의 역설을 추론하게 한 모든 가정들을 뒤엎고 있습니다. 즉, 팽창하는 우주는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며, 우주 속 별의 개수는 무한하지 않고 유한합니다. 또, 우주 속 별들이 내는 빛은 그 속력이 무한하지 않고 유한합니다. 팽창하는 우주 속의 빛은 팽창함에 따라서 그 에너지가 점점 감소합니다. 한 가지 상상을 해 보겠습니다. 창문이 가려진 어두운 강당에 촛불이 켜져 있습니다. 그 안에 유한한 개수의 촛불, 그리고 그 촛불이 내는 빛은 유한한 속력을 가지고 어두운 대강당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빛은 있으나 어두운 공간입니다.
상상력을 더 발휘 해 보겠습니다. 그 강당이 서서히 팽창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러면, 그 강당 안을 희미하게 비추는 빛들은, 그 강당이 팽창함으로 인해서 에너지가 더 낮은 빛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팽창하고 있는 그 강당은 점점 더 어두워집니다. 현재의 우리 우주, 팽창하는 우주가 바로 이러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