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함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야고보서 4장 14절). 이처럼 인생이 비록 안개와 같을 지라도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은 말하기를 “인간의 위대함은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음을 깨닫는 점에 있다. 그런데 나무는 자신이 보잘 것 없음을 모르고 있다”고 하였다.
인간이 이런 제 자신을 알지 못하고 남을 헐뜯는 것은 키가 크다고 풀들에게 주어진 햇살까지 독차지하려는 키 큰 나무와 같다. 만약 햇살을 쬐지 못한 풀들이 시들어 죽게 된다면, 비가 올 때 나무는 뿌리가 허옇게 드러날 것이고 가뭄이 들 땐 땅이 갈라져 결국 자신도 말라죽게 될 것이다. 그런즉 우리는 상대방의 결점을 드러내기보다는 상대방의 가치를 높여줌으로써 자연스레 자신의 가치도 높아지게 됨을 깨닫고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너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형제여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할 수 있느냐 외식(外飾)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라 그 후에야 네가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리라” (누가복음 6장 41,42절).
우리는 인생이 이처럼 보잘 것 없는 안개와 같은 피조물임을 알고 나 자신과 만물의 뿌리를 찾아 진리의 근원으로 향해 나가야 생명의 가치를 제대로 찾을 수가 있으리라.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장 23절).
회재 이언적(李彦迪) 선생은 ‘관심(觀心)’이란 시(詩)에서 진리의 근원을 찾아가는 우리의 ‘고요한 마음’의 중요성을 노래하였다.
공산중야정관금(空山中夜整冠襟) 빈산 한밤중에 홀로 옷깃 바로하고 앉았으니
일점청등일편심(一點靑燈一片心) 한점 푸른 등불은 한 조각 마음과 같구나
본체사종월처험(本體巳從月處驗) 본체야 세상에서 이미 경험 하였으니
진원경향정중심(眞源更向靜中尋) 진리의 근원을 고요한 가운데서 찾으리라
예수 그리스도는 요한복음 8장 32절에서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사계 김장생 선생이 일찍이 율곡 이이 선생에게 묻기를 “선생께서 국사(國事)를 담당하실 때에 만약 지극히 어려운 곳에 도달하면 장차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하니, 율곡이 답하기를 “죽음으로써 이을 뿐이다. 학문 또한 그러하니 이루고 이루지 못하는 것은 논의할 것이 아니다. 마땅히 온 힘을 다해서 죽은 뒤에야 그만둘 뿐이니라.”라고 하였다.(‘사계유고’ 중에서).
이처럼 진리의 근원을 찾아서 실천하며 살고자 하는 우리의 학문은 우리의 생명 그 자체인 것이며 여기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2023. 2.28.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