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전 현대차 정규직 노조지부장 통합진보당 출마선언에 비정규직 반발
지난 12월 29일 19대 총선 울산 남구 갑 출마를 선언한 이경훈 전 현대차 정규직 노조 지부장에 대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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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갑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로 나선 이경훈 전 현대차 정규직 노조 지부장의 명함. 이경훈 후보는 지난해 8월 24일 김억조 현대차 사장과 함께 재래시장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나선 사진을 명함에 넣었다. [출처: @odengc 트위터] |
이경훈 전 지부장이 출마 선언만으로 노동운동 진영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 점거 농성을 하던 당시 현대차 정규직 노조 위원장이던 이경훈 후보가 보여준 행보 때문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경훈 전 지부장이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는 통합진보당의 후보 자질이 있느냐는 분위기다.
이경훈 전 지부장은 이런 논란을 두고 비정규직을 위해 잘한 일도 있는데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시키는 정치적 공세라는 입장이다. 이경훈 전 지부장은 지난 3일 <참세상>과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그런 문제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인 공세일 수 있다”며 “이미 결론이 내려진 일로 긍정적 평가도 있고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 된다”고 반박했다. 이 전 지부장은 “제가 정치 초년생이지만 노동조합을 했던 것처럼 열심히 하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바뀔 것”이라며 “우리주변에 어려운 다른 사업장 동지들의 문제, 그런 노동형제와 어린 자녀들의 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저 같은 현장 출신이 현장정치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울산공장 점거 농성 당시 현대차 비정규직들과 연대 세력들은 이경훈 지부장이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투쟁을 오히려 파괴하는 행보를 하고도 진보를 자처 하는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심지어 점거 농성 당시 공장 밖에서 분신을 시도했던 황인하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은 이경훈 전 지부장이 통합진보당 후보가 된다면 그를 따라다니며 낙선 운동을 하고 싶다는 심정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당시 농성을 주도했던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이상수 전 지회장은 “당시 (이경훈 전 지부장의 압박 때문에) 미치기 일보 직전 이었다”며 “차라리 이경훈이 전 지부장이 ‘나는 어용이라 니들(비정규직들)과 함께 못하겠다. 니들끼리 다 해라고 했으면 속이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계속 우리에게 양보를 요구했고, 하나를 양보하면 또 다른 양보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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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이 농성을 풀던 날 이경훈 전 지부장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2010년 겨울, 울산 현대자동차 1공장의 안 차가운 바닥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0년 7월, 대법원은 현대차가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며 이들을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현대차는 4개월여 동안 전혀 대책을 내놓지 않아 비정규직 점거 파업이 시작됐다.
11월 15일 시작된 울산 공장점거는 다분히 우발적이었다. 사내하청 업체 동성기업의 폐업으로 인한 해고 문제로 투쟁을 벌어졌고, 회사의 무차별 폭력행사에 격분한 비정규들은 변변한 음식이나 추위를 견딜 장비하나 마련하지 못한 채 우발적으로 1공장에 들어가 농성을 시작하고 공장을 세웠다.
우발적으로 시작된 농성인데다 정규직 조합원이 월등히 많은 상황에서 정규직 노조의 연대는 절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경훈 전 지부장의 당시 행보를 놓고 논란이 이는 가장 큰 대목은 △선 농성 해제, 후 단체교섭 압박 △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 징계 최소화로 축소 △외부세력 논란을 통한 비정규직 고립화 △농성 해제 압박을 위한 음식량 조절 논란 등이다. 이런 논란은 비정규직 농성 과정에서도 나왔지만 이경훈 전 지부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시 점화 됐다.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외부인이 왜 허락도 없이 들어왔나”
특히 이경훈 전 지부장이 당시 비정규직 농성 조합원 교육을 위해 들어온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외부세력으로 취급한 일은 출마 선언 후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시는 희망버스가 나오기 전이라 이경훈 전 지부장의 김진숙 지도위원 외부세력 취급은 노동계 일부에만 알려졌다. 지금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1년 사이 희망버스와 함께 노동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고 희망버스가 외부세력 논란에 빠진 만큼 외부세력 취급 논란은 파괴력이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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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27일, 비정규직 점거 농성 13일째 되던 날 농성장에 들어와 교육을 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사건의 발단은 2010년 11월 27일. 비정규직 노조(지회)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울산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정규직 노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섭외하면서 시작됐다. 비정규직 농성단은 회사 쪽의 검문을 피해 김 지도위원이 공장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농성장을 함께 지키던 정규직 대의원들에게 부탁했다.
이렇게 들어와 김진숙 지도위원이 공장 안에서 농성 비정규직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이경훈 전 지부장이 교육이 끝나자 “외부인이 왜 허락도 없이 들어왔느냐”며 외부세력 취급을 했다. 이경훈 전 지부장은 농성 조합원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진숙 지도위원도 거기에 주눅들 사람이 아니었다. 이경훈 전 지부장이 목소리를 높이자 그 자리에서 “나도 발이 있는데 내 발로 들어왔다. 얼마 전에 정규직 대의원들 교육도 왔고, 이경훈 지부장 당신도 그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느냐”고 되받아 쳤다. 이어 지부장 허락 운운 한 것을 두고는 “정규직이 부르면 교육이고 비정규직 불러서 교육을 하면 외부인사냐”며 “당신이 사측이냐 자본이냐”고 되물었다.
당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교섭 실무를 위해 금속노조에서 파견됐던 박점규 전 금속노조 교섭국장은 당시 점거 투쟁 기록을 담은 책 <25일>에서 “어렵게 농성장 안으로 들어온 김진숙 지도위원이 교육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본 이경훈 전 지부장이 이상수 전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과 박점규 국장을 불러 소리를 버럭 지르며 ‘누가 김진숙을 불렀고, 누가 데리고 들어왔느냐’며 ‘왜 지부의 사전 허락도 없이 외부사람을 공장 안에 들였느냐’고 물었다”고 적었다..
박점규 전 국장은 이 책에서 “(김 지도위원이 교육 중인데) 한 정규직 간부가 다가오더니 교육을 빨리 끝내라고 요구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럴 수 없었다”며 “교육이 끝나자 이경훈 지부장은 ‘외부인이 어떻게 들어 왔느냐? 왜 허락도 없이 들어왔느냐?’고 대놓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반말로 시비를 걸었고, 그녀는 가져온 가방도 챙기지 못한 채 공장 밖으로 쫓겨나야 했다”고 밝혔다.
김진숙, 당시 농성 비정규직 교육으로 주거침입죄 검찰 조사
노조 관계자, “이경훈 전 지부장이 노력했다면 고발 안 갔을 것”
문제는 1년여 전에 발생한 이 사건이 단순한 외부세력 논란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데 있다. 참세상이 당시 외부세력 논란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2주 전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농성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당시 1시간여의 교육을 위해 정규직 노조나 회사의 허가 없이 공장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고발당한 것을 알았다. 검찰은 두 사건을 병합해 조사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현대자동차 사쪽과 체결한 단체협약 9조엔 “회사는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자의 현장 출입은 조합간부 동행 시 가능하다”고 돼 있다. 즉 정규직 노조가 김진숙 지도위원의 비정규직 교육을 노조와 함께 한 것이라고 회사 쪽에 통보하면 고발당할 일이 없었지만 당시 현대차 노조는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지도위원은 공장을 나갈 땐 정규직 노조에 떠밀리다 시피하며 노조간부와 동행을 했다. 참세상이 당시 정규직 노조를 통하지 않고 교육 등을 위해 들어간 다른 사람들에게 확인한 결과 다른 사람들은 고발을 당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경훈 전 지부장은 <참세상>과 통화에서 “민주노총 지도위원이건 진보정당의 정치인이건 노조 사무실을 들리려면 항상 노조에 부탁한다. 당시 제가 지부장인데 지도위원이 오는 것을 상집 간부 누구도 몰랐다”며 “만약 사고라도 터지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이냐. 그러다 관리자들과 치고받으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교육이 끝나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가는 순간까지 설전을 벌인 이유를 두곤 이경훈 전 지부장은 “제가 그날 직접 김밥을 가지고 들어갔다. 김 지도위원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인데 저도 조합원들에게 할 말이 있어 옆에 있었지만, 제가 나이가 어리든 어떻든 거의 한 시간 동안 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저도 노조 지부장으로 또 다른 업무가 있는데 지도위원이 자기 이야기를 한 시간이나 이야기하고 나는 거기 서 있어야 했다. 그런 부분을 문제제기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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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 신문의 외부세력 관련 기사 [출처: 당시 현대차 정규직 노조 신문] |
이런 답변에 대해 박점규 전 교섭국장은 “설령 노조를 통하지 않고 들어와 기분이 나빴다고 해도 오히려 방어를 해줘야 할 사람이 김 지도위원과 조합원들이 얘기 한마디 나누지도 못하고 나가도록 했다”며 “이경훈 전 지부장은 자기가 원하면 수시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을 수 있다. 말할 기회 운운은 말도 안된다”고 비난했다.
이경훈 전 지부장은 김 지도위원을 회사 쪽이 고발한 것을 두고는 “만약 지부(정규직 노조)를 통해 들어왔다면 회사의 고발이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도 관리자들과 싸우면서 많이 다쳤다. 비정규직을 위해 우리가 했던 긍정적인 측면은 다 어디로 가고 부정적인 것만 부각하는 것은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현재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진숙 지도위원 고발 문제는 전 집행부를 통해 인수 받은 것이 없어 전혀 몰랐다”며 “비정규직 농성 당시 이경훈 집행부나 회사 쪽 모두 김진숙 지도위원을 외부세력이라고 공격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후적으로라도 정규직 노조가 회사 쪽에 고발 문제를 제기했다면 고발을 막을 수 있는 구조냐는 질문에 “사전에 정규직 노조와 얘기가 안됐다 해도 노조가 의지만 있었다면 사후적으로라도 회사에 문제제기해 검찰 고발까지는 안 갈 수 있다. 이경훈 집행부가 고발을 막을 생각을 전혀 안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규직 노조 간부와 함께 공장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노조가 비정규직 연대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다면 절차상 문제가 있다 해도 김진숙 지도위원을 회사로부터 방어해 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이경훈 전 지부장이 의지만 있었다면 비정규직 해고나 농성 비정규직 대량징계도 최소화 됐을 것”이라며 “이경훈 집행부가 전혀 의지가 없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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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쪽이 2010년 11얼 30일 뿌린 유인물 |
“이경훈 전 지부장이 연대단위와의 관계 막고 비정규직 압박”
이경훈 전 지부장의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태도는 정규직 노조가 논란을 키우고 사쪽이 공세를 이어간 외부세력 논란과 맥을 같이 했다.
이상수 전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은 “당시 회사는 공장 안과 밖의 연대단위 소통과 관계를 고립시키려는 압박이 컸다”며 “그런데 오히려 이경훈 전 지부장이 나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교육을 온 것을 두고 외부세력 개입이라고 했다. 농성대오가 이런 분들에게 힘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이경훈 전 지부장이 연대단위와의 관계를 막고 집행부를 압박했다”고 회고했다.
이런 외부세력 논란을 부풀려 비정규직 압박이 극에 달한 날은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노조 사이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던 2010년 11월 30일 오후 노조 정기 대의원대회였다. 이경훈 전 지부장은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을 대의원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이 글에서 농성장에서 일어난 몇몇 소동을 외부세력의 개입 사례라는 듯이 소개하고 비정규직 노조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글에서 이경훈 전 지부장이 밝힌 외부세력은 3명 이었다. 교육을 하러 들어온 김진숙 지도위원과 울산 사회당 당원이면서 농성 이전부터 비정규직과 연대해 왔던 울산연대노조 권우상 전 사무국장, 해고됐지만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었던 김태윤 전 수석부지회장이었다.
이경훈 전 지부장은 2010년 11월 26일 김태윤 전 수석부지회장이 실수로 농성장에 들어오려는 자신의 출입을 막으며 가슴에 손이 닿은 것을 두고 “김태윤이 가로막고 밀치며 ‘상황실의 허락 없이 출입은 안된다’며 지부장 가슴을 수차례 가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왜곡했다.
심지어 11월 28일엔 농성장 안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경훈 전 지부장이 뺨을 때리며 권우상 전 사무국장을 끌어내 정규직 노조 사무실 고충처리실로 끌고 갔다. 당시 권우상 전 사무국장은 “이경훈 지부장이 단 둘이 있는 상태에서 문을 닫아 놓고 쌍욕을 하며 때리기 시작했다. 목을 누르고 뺨을 때리고 목이 제압된 상태에서 10여분 계속 맞았다”며 “한참 때리고 나서 ‘무릎 꿇어라 눈 깔아라. 니가 공장생활 한 번이라도 해봤냐? 너 어느 학교 나왔냐? 외부세력이, 공장생활도 안 해본 놈들이 지회 조합원들을 부추기느냐? 배후세력 때문에 지회가 자기 의견을 이야기 못한다’고 말했다”고 증언 한 바 있다.
이경훈 전 지부장이 30일 조합원에게 보낸 글에선 당시 이런 일련의 사건을 두고 “연대를 빙자하여 신성한 일터를 유린한다면, 아름다운 연대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며 “파업현장에 올라가니 교육 중이었고, 그 외부 교육 강사가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와 들어왔는지 비지회에 확인하였지만 ‘죄송하다’며 위장 출입을 함구했다“며 의혹을 부풀렸다.
자신이 폭행한 권우상 전 사무국장을 두고는 “‘연대하는 동지를 왜 감금하냐’ 는 등의 발언으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상황으로 치달아 격분한 상태에서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폭행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파업현장에서 혁명가처럼 지휘하는 모습이라면, 이 투쟁의 목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불순한 의도가 있는 외부세력으로 몰았다.
이어 “아직도 조합원이라고 신분을 속이는 외부인이 다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본격적으로 색출해 나갈 것이며 사회당과 일부 외부 세력은 더 이상 현장을 우롱하지 말 것을 거듭 경고 하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동지들의 파업투쟁이 왜곡되지 않도록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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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30일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이경훈 전 지부장이 조합원들에게 뿌린 글. |
과격세력의 전말, “정규직 노조 어떤 놈이 시너 통 사진 유출했다”
이 글에서 정규직 노조는 또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안전이 우려되어 지부 노동안전실에서 농성장의 안전점검을 하면서 발견된 신너통과 파이프를 갈아서 만든 창은 무기이며, 이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비정규직 노조를 공격했다.
그러나 당시 농성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이나 권우상 전 사무국장, 김태윤 전 수석부지회장이 모두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규직 노조가 안전점검을 한다고 하면서 공개한 시너 2통을 두고는 정규직 노조에 대한 불신을 터트렸다. 시너 통은 애초 공장 공구를 닦기 위한 작업 도구였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선 이 시너통과 창을 두고 오히려 선 농성해제를 압박하기 위한 정규직 노조의 언론 플레이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다. 실제 정규직 노조의 누군가가 언론에 시너와 창을 발견했다고 사진을 유출하면서 비정규직 투쟁은 외부세력에 의한 과격 폭력 세력으로 부각됐다.
이 사건을 두고 <참세상>이 이경훈 집행부 당시 공보를 담당했던 관계자에게 다시 확인 한 결과 “당시 정규직노조 집행부에서 시너 등의 사진을 찍어왔는데, 집행부 어떤 놈이 사고를 쳤다. (사진을) 유출한 것 같았다”며 “어느 기자가 (그 문제를 묻기 위해) 전화를 해서 기사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내가 집행부에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사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에게 드리는 글이 나온 30일, 회사는 홍보물에서 “농성장에서는 다량의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이 연이어 발견되는 등 과격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외부세력 개입’과 연관시켰다. 다음 날인 1일엔 당시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이 사내 방송을 통해 “농성장 내에서 시너 등의 인화물질이 발견되고 횃불, 쇠창과 같은 살상무기까지 발견되고 있으며 생산 시설을 훼손해 각종 무기까지 만드는 등 아수라장이 되어 있다고 하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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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지부가 11월 30일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공개한 시너 등 위험물품. 보수언론과 사쪽은 이 사진을 두고 비정규직 농성을 폭력으로 몰아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그러자 비정규직 노조도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2010년 11월 28일 정규직노조가 농성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자고 제안해 정규직 간부들과 농성장을 확인하여 1/3 가량 담겨있는 시너를 발견했고, 이를 내보냈다”며 “29일 2차 안전점검에서도 기계의 공구와 기름을 맊기 위해 원래 있던 조그마한 통의 시너가 발견되었고, 도장 작업 등을 위해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소수의 페인트가 있어 정규직 노조가 수거해 갔다”고 밝혔다.
또 “‘횃불’이라고 불린 막대 끝에 천을 씌어 만들었는데, 창문을 열었을 때 고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으며, 두 개 밖에 없었다”며 “자재 테이블(다이)을 갈아서 만든 창은 처음 보는 물건이며, 만든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을 두고 박점규 전 금속노조 교섭국장은 “이경훈 집행부는 외부 세력을 운운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을 유발했다”며 “정규직 지부가 농성장안에서 시너 같은 물질이 발견됐다고 언론에 제보하면서 비정규직의 고립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회사뿐만 아니라 정규직 지도부도 회사와 비슷한 일을 했다. 그것을 직접 목격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마음은 점점 멀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평가했다.
그러나 이경훈 전 지부장이 비정규직 농성 도중 김진숙 지도위원 등에 불러일으킨 외부세력 논란과 폭행 등은 오히려 작은 소동에 불과했다.
(이경훈 진보후보 출마 논란 (2)로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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