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여당 최고위원, 민원인에 손도끼 피습

[明品]

박재순씨, 이마 찢어져 입원
민원 해결 안되자 앙심… 50代, 새벽에 창으로 침입

광주서부경찰서는 10일 오전 2시 40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박재순(66)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의 3층 아파트에 침입, 박 전 위원을 흉기와 둔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 미수)로 윤모(5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낚싯대에 매단 로프 고리를 아파트 3층 가스배관에 걸어 기어 올라가는 수법으로 뒤쪽 베란다 열린 창문으로 박 전 위원 집에 침입했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박 전 위원 부부가 잠에서 깼고, 손도끼를 손에 든 윤씨와 방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위원 이마가 3㎝가량 찢어졌다. 박 전 위원은 이마에 출혈이 심해 입원 치료 중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 부부에게 제압당해 경찰에 인계된 윤씨는 대중목욕탕에서 구두닦이로 일하는 사람으로, 2008년 12월쯤 목욕탕 단골인 박 전 위원을 알게 됐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윤씨가 2006년 고속도로 공사 현장 근처 자기 땅에 의도적으로 돈 되는 무궁화 6000주를 심은 뒤 공사 과정에서 무궁화들이 훼손되자 그 보상 민원 해결을 2008년 말 박 전 위원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봉황삼까지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재순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2시 40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아파트에 침입한 윤모(56)씨에게‘도끼 테러’를 당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윤씨가 범행에 사용한 손도끼 등 압수된 증거물.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경찰은 "윤씨는 보상금 11억원을 건설회사에 요구했지만 2007년 말 1심 재판부는 5900만원 지급을 판결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발한 윤씨는 항소했고, 2008년 말 재판부는 1억9500만원 보상금 지급에 대해 양측이 합의하라는 조정을 결정했다. 그러나 건설사가 이의 신청을 하면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윤씨의 항소는 기각됐고, 1심 5900만원 보상이 굳어지게 됐다. 이후 대법원 상고, 항소심 재심 청구를 요청했지만 모두 각하 또는 기각됐다.

윤씨는 "박 전 위원으로부터 '고위직에 부탁했으니 기다려라. 재판부의 조정 권유에는 응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재판을 진행했으나 관련 재판에서 계속 졌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윤씨는 "박 전 위원 말만 믿고 법원의 조정도 거절하며 돈을 들여 소송을 계속 진행했지만 결국 손해만 봤다. 이후 박 전 위원이 계속 만나주지 않아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