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재무불안을 없애는
자산관리 5계명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경록 소장
나의 수명에 돈의 수명을 맞추는 게 좋다. 내가 돈보다 오래 살면 노후파산을 한다. 그렇다고 돈의 수명에 나의 수명을 맞출 수는 없다.
돈이 바닥났다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돈의 수명이 적어도 내 수명보다 길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수명은
자꾸 길어지는데 조기퇴직과 저금리로 돈의 수명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 돈의 수명을 늘려서 은퇴자금이 고갈되지 않게 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수명까지 불확실하다. 노후의 재무불안을 없애는 5가지 자산관리 방법을 알아본다.
인생 후반에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소, 미리 주의하기
노후의 재무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잃지 않아야 한다. 축구는 후반전에 골이 터진다. 1930년부터 2010년까지 772번의 월드컵 경기를 15분 단위로 나눠보면 골이 가장 많이 들어간 시간대는 후반 ‘마지막 15분’으로 무려 433골이 터졌다. 인생도 후반에 조심해야 한다. 50대에 최고 기업의 임원까지 하고 나와 노후는 보장됐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대규모로 음식점을 했다가 실패하고 자녀 유학비에 많은 돈을 지출하다 보니 70대가 되기도 전에 돈이 바닥나버렸다. 이제는 젊을 때처럼 일을 해서 보충할 수도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인생 반전이다. 인생 후반에 닥칠 일 중 조심해야 할 것들이 성인 자녀, 금융사기, 은퇴 창업, 중대 질병, 황혼이혼이다. 인생 후반의 다섯 가지 리스크를 조심해야 한다.
인생 후반의 다섯 가지 리스크
적은 소득이라도 일을 하며 전문성 키우기
다음으로 일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 금리가 낮아지면 돈의 가치는 낮아지지만 일을 해서 버는 소득의 가치가 높아진다. 금리 1%이면 10억 원을 예금에 두면 한 달에 90만 원의 이자를 받는다. 한 달에 일을 해서 90만 원을 버는 사람은 10억 원 예금에서 이자를 받는 사람과 같은 소득을 얻는 셈이다. 따라서 저금리에 무엇보다 중요한 재테크는 ‘소득을 벌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것이다. ‘나’라는 인적 자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나에게 적극 투자해야 한다.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자산의 가치만 높이려고 노력할 게 아니라 나의 가치도 높여야 한다. 나의 건강과 나의 전문성에 적극 투자하자.
종신연금으로 최소한의 생활비 마련하기
종신연금을 잘 갖추는 것도 재무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종신연금은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기 때문에 나의 수명과 돈의 수명이 일치된다. 종신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과 민간 보험사에서 취급하는 사적 종신연금이 있다. 우선 국민연금의 경우 추후 납입, 수령연기, 임의가입 등을 통해 연금수령액을 최대한 늘리는 게 좋다. 공적연금은 종신 기능뿐 아니라 물가에 연동해서 지급액을 늘리기 때문에 가장 튼튼한 노후준비 수단이기 때문이다. 공적 종신연금과 사적 종신연금을 통해 노후의 최소한의 생활비를 마련해두면 좋다.
종신연금에 가입하고 일찍 죽으면 손해라고 생각해서 가입을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자신의 수명을 두고 내기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평균수명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자신의 개별적 수명은 누구도 모른다. 연금은 자신의 수명을 두고 도박을 하는 게 아니라 혹 예상치 않게 오래 살 때를 대비하기 위한 상품임을 명심하자.
주택연금 적극 활용하기
주택연금도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 가계는 보유자산에서 주택의 비중이 높고 현금은 부족하다. 주택은 나눌 수가 없어서 돈이 필요할 때 벽돌 하나씩 떼어 팔 수도 없다 보니 덩그러니 집 한 채 보유하면서 궁핍하게 살게 된다. 이 문제를 해소해주는 게 주택연금이다. 주택을 맡기면 죽을 때까지 정해진 금액을 주므로 종신연금의 기능을 한다. 더욱이 주택금융공사가 주체이므로 국가의 공신력이 있다. 주택연금 가입 요건을 계속 완화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하면 좋다. 80세에 3억 원의 주택을 맡기고 연금을 받으면 월 144만 원을 받고 70세면 월 90만 원을 받는다. 이제 주택은 상속재산이라는 생각에서 장수 시대에 자신의 노후 생활비 마련 수단으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소중한 자산, 곳간이 아닌 우물로 만들기
마지막으로, 축적된 자산을 곳간이 아닌 우물로 만들어야 한다. 곳간은 곡식을 빼 먹는 곳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없어지지만, 우물은 계속 물이 나와서 채워진다. 이를 위해서는 자산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예금, 부동산, 국내자산’ 구조에서, 예금, 부동산의 비중을 낮추고 인컴자산의 비중을 높이며 국내자산 위주에서 해외자산의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한다. 1%대 수익률의 자산구조를 4% 정도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짜야 한다.
4% 수익률 달성을 위해서는 인컴자산을 중심에 둔다. 인컴(income)이란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이 아니라 이자, 임대료, 배당처럼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말한다. 인컴자산으로는 채권, 수익형부동산, 리츠(REITs), 배당주 등이 있는데, 현금흐름 변동이 크지 않고 자산가격도 변동성이 낮은 편이다. 예금과 주식의 중간에 위치한 중위험·중수익 자산이라 보면 된다. 여기에 글로벌 혁신 기업을 보유하면 좋다.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메가트렌드가 교차하는 시기에 관련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수명이 길어지고 또 얼마나 길어질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노후 재무불안이 커지고 있다. 해답은 일정한 현금흐름이 나오게 하면서 나의 수명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잃지 않아야 하며, 일을 계속하는 ‘나’로 만들고, 종신연금과 주택연금을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자산구조를 곳간이 아닌 우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출처 <노인장기요양보험 웹진 2020년 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