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필충천(飛必沖天)
날게 되면 하늘을 꿰뚫는다는 뜻으로, 침묵하다 놀라운 큰일을 한다는 말이다.
飛 : 날 비(飛/0)
必 : 반드시 필(心/1)
沖 : 화할 충(氵/4)
天 : 하늘 천(大/1)
어떤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는데 더욱 힘을 내도록 격려할 때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고 한다.
속담성어로 주마가편(走馬加鞭)이다. 그런데 재주는 있는듯 해도 도통 열성을 보이지 않으면 보는 사람이 답답하다.
어떤 큰 일을 하는데 준비태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개구리 움츠리는 뜻은 멀리 뛰자는 뜻이다‘란 비유가 있다.
똑같은 의미로 웅크리고 있다가 날게 되면 반드시 하늘을 꿰뚫는다는 이 성어다. 평소에 침묵하던 사람이 한 번 기지개를 켜면 모두 놀라게 할 큰일을 한다는 뜻이다. 일명경인(一鳴驚人)이란 말과 유래가 같다.
이 말은 여러 곳에서 이름만 약간 달리해서 전하는 유명한 고사가 있다. 먼저 史記(사기) 楚世家(초세가)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
春秋時代(춘추시대) 초기 五霸(오패)의 한 사람인 楚(초)나라 莊王(장왕)이 즉위하고 3년 동안 국정을 돌보지 않고 주색에 빠졌다. 그러면서 신하들에게 간하는 자는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보다 못한 충신 伍擧(오거)가 죽음을 무릅쓰고 왕을 찾아 수수께끼를 냈다. ‘언덕 위에 새가 한 마리 있는데 삼년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三年不飛又不鳴/ 삼년불비우불명).’
무슨 새일까 물으니 왕이 답한다. ‘삼년이나 날지 않았으니 한 번 날면 하늘까지 차고 오를 것이요, 삼년동안 울지 않았으니 한 번 울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오(此鳥不飛卽已 一飛沖天 不鳴卽已 一鳴驚人/ 차조불비즉이 일비충천 불명즉이 일명경인).’
그 후로도 몇 달이 지나도록 난행이 그치지 않아 이번엔 대부 蘇從(소종)이 또 죽음을 각오하고 직간했다. 그러자 이후부터 사람이 달라진 듯 국정에 전념했다.
장왕이 방탕을 가장하여 충신과 간신을 선별하기 위해 쓴 계책이었다. 오거와 소종에게 중책을 맡기며 수백 명의 간신을 쳐내고, 나라를 바로잡아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다.
비슷한 이야기로 滑稽(골계) 열전에는 齊(제)의 威王(위왕)에 淳于髡(순우곤)이 간한 것으로 나오고, 呂氏春秋(여씨춘추) 審應覽(심응람)편과 韓非子(한비자)의 喩老(유로)편에도 실려 있다.
▶️ 飛(날 비)는 ❶상형문자로 새가 날개 치며 나는 모양으로, 날다, 날리다, 빠름의 뜻이 있다. 부수(部首)로 쓰일 때는 날비몸이라 한다. ❷상형문자로 飛자는 ‘날다’나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와 몸통을 함께 그린 것이다. 飛자는 본래 ‘날다’를 뜻하기 위해 만들었던 非(아닐 비)자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새로이 만들어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만을 그렸던 非자와는 달리 새의 몸통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飛(비)는 ①날다 ②지다, 떨어지다 ③오르다 ④빠르다, 빨리 가다 ⑤근거 없는 말이 떠돌다 ⑥튀다, 튀기다 ⑦넘다, 뛰어 넘다 ⑧날리다, 빨리 닿게 하다 ⑨높다 ⑩비방(誹謗)하다 ⑪새, 날짐승 ⑫빨리 달리는 말 ⑬높이 솟아 있는 모양 ⑭무늬 ⑮바둑 행마(行馬)의 한 가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상(翔)이다. 용례로는 어떤 일의 영향이 다른 데까지 번짐을 비화(飛火), 공중으로 날아서 감을 비행(飛行), 태양을 달리 일컫는 말을 비륜(飛輪), 빠른 배를 비가(飛舸), 하늘을 나는 용을 비룡(飛龍), 날아 다니는 새를 비조(飛鳥), 높이 뛰어오르는 것을 비약(飛躍), 날아 오름을 비상(飛上), 공중으로 높이 떠오름을 비등(飛騰), 세차게 흐름을 비류(飛流), 공중을 날아다님을 비상(飛翔), 하늘에 오름을 비승(飛昇), 매우 높게 놓은 다리를 비교(飛橋), 날아서 흩어짐을 비산(飛散), 날아오는 총알을 비환(飛丸), 여름 밤에 불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방을 비아(飛蛾), 날아가 버림을 비거(飛去), 내리는 서리를 비상(飛霜), 바람에 흩날리며 나리는 눈을 비설(飛雪), 용맹스럽고 날래다는 비호(飛虎), 던지는 칼 또는 칼을 던져 맞히는 솜씨를 비도(飛刀), 띄엄띄엄 넘어가면서 읽음을 비독(飛讀), 날아 움직임을 비동(飛動), 일의 첫머리를 비두(飛頭), 힘차고 씩씩하게 뻗어 나아감을 웅비(雄飛), 높이 낢을 고비(高飛), 떼지어 낢을 군비(群飛), 어지럽게 날아다님을 난비(亂飛), 먼 데 있는 것을 잘 보고 잘 듣는 귀와 눈이라는 뜻으로 학문이나 사물에 대한 관찰의 넓고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을 비이장목(飛耳長目), 날쌔게 말에 올라 탐을 비신상마(飛身上馬), 천리까지 날아감을 비우천리(飛于千里), 날아가고 날아옴을 비거비래(飛去飛來), 곧바로 흘러 떨어짐을 비류직하(飛流直下),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비상지원(飛霜之怨), 성인이나 영웅이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 있음을 비유하는 말을 비룡재천(飛龍在天),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구를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붊을 형용하는 말을 비사주석(飛沙走石), 새도 날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성이나 진지의 방비가 아주 튼튼함을 이르는 말을 비조불입(飛鳥不入) 등에 쓰인다.
▶️ 必(반드시 필)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八(팔; 나눔, 필)과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의 합자(合字)이다. 땅을 나눌 때 말뚝을 세워 경계를 분명히 하여 나눈다는 데서 반드시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必자는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必자는 心(마음 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심장’이나 ‘마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必자는 물을 퍼 담는 바가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나온 必자를 보면 바가지 주위로 물이 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必자는 바가지나 두레박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더한 柲(자루 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참고로 必자는 心자에서 유래한 글자가 아니므로 글자를 쓰는 획의 순서도 다르다. 그래서 必(필)은 ①반드시, 틀림없이, 꼭 ②오로지 ③가벼이, 소홀히 ④기필하다, 이루어 내다 ⑤오로지, 전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없어서는 아니 됨을 필요(必要), 그리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필연(必然), 반드시 없으면 안 됨을 필수(必需), 꼭 이김이나 반드시 이김을 필승(必勝), 필연이나 반드시를 필시(必是), 반드시 패함을 필패(必敗), 반드시 읽어야 함을 필독(必讀), 장차 반드시 이름이나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을 필지(必至), 반드시 죽임 또는 그런 마음가짐을 필살(必殺), 꼭 얻음 또는 꼭 자기의 물건이 됨을 필득(必得), 필요하게 씀을 필용(必用), 반드시나 틀림없이 꼭을 필위(必爲), 꼭 그리 됨을 필정(必定), 반드시 명중함을 필중(必中), 반드시 앎을 필지(必知), 우편물 따위가 정해진 기일까지 틀림없이 도착함을 필착(必着), 꼭 이루기를 기약함을 기필(期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 또는 어찌하여 반드시를 하필(何必), 필요가 없음을 불필(不必), 생각하건대 반드시를 상필(想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을 해필(奚必), 틀림 없이 꼭 망하고야 맒을 필망내이(必亡乃已),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음을 필유곡절(必有曲折), 품은 원망을 반드시 풀어 없애고자 애씀을 필욕감심(必欲甘心),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 결코 이러할 이치가 없음을 필무시리(必無是理), 삼십 년 뒤에는 반드시 인仁이 된다는 필세이후인(必世而後仁) 등에 쓰인다.
▶️ 沖(화할 충, 빌 충, 찌를 충)은 형성문자로 冲(충)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中(중, 충)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沖(충)은 ①화하다(따뜻하고 부드럽다), 겸허(謙虛)하다 ②담백(淡白)하다 ③비다, 공허(空虛)하다 ④깊다, 심원(深遠)하다 ⑤어리다 ⑥오르다, 솟구치다 ⑦높이 날다 ⑧꺼리다, 상충(相衝)되다 ⑨찌르다, 부딪치다 ⑩사물을 형용하는 말,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열 살 안팎의 어린 나이를 충년(沖年), 나이 어리고 사리에 어두움을 충묘(沖渺), 온화하고 슬기로움을 충예(沖睿),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함을 충정(沖靜), 냅다 적을 쳐부숨을 충파(沖破), 부드럽게 조화함을 충화(沖和), 마음이 고상하고 고요함을 충적(沖寂), 흐르는 물에 의하여 토사가 운반되어 쌓임을 충적(沖積), 성미가 조촐하고 깨끗함을 충담(沖澹), 방위가 똑바로 맞섬을 대충(對沖), 어울리지 않고 서로 마주침을 상충(相沖), 내가 깊다는 뜻으로 사람의 심지가 매우 깊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천충(川沖), 나이가 어림 또는 그런 사람을 묘충(眇沖), 하늘과 땅 사이의 조화된 기운을 충화지기(沖和之氣) 등에 쓰인다.
▶️ 天(하늘 천)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이 서 있는 모양(大)과 그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늘(一)의 뜻을 합(合)한 글자로 하늘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天자는 ‘하늘’이나 ‘하느님’, ‘천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天자는 大(큰 대)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天자를 보면 大자 위로 동그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天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하늘’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단순히 획을 하나 그은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天(천)은 (1)하늘 (2)범 인도(印度)에서 모든 신을 통들어 이르는 말. 천지 만물을 주재 하는 사람, 곧 조물주(造物主)나 상제(上帝) 등 (3)인간세계보다 훨씬 나은 과보(果報)를 받는 좋은 곳. 곧 욕계친(欲界責), 색계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 등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늘 ②하느님 ③임금, 제왕(帝王), 천자(天子) ④자연(自然) ⑤천체(天體), 천체(天體)의 운행(運行) ⑥성질(性質), 타고난 천성(天性) ⑦운명(運命) ⑧의지(意志) ⑨아버지, 남편(男便) ⑩형벌(刑罰)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민(旻), 하늘 호(昊), 하늘 궁(穹),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지(地), 땅 곤(坤), 흙덩이 양(壤)이다. 용례로는 타고난 수명을 천수(天壽), 하늘과 땅 또는 온 세상이나 대단히 많음을 천지(天地), 타고난 수명 또는 하늘의 명령을 천명(天命),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천연(天然),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이 곧 황제나 하느님의 아들을 천자(天子),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의 총칭을 천체(天體), 부자나 형제 사이의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천륜(天倫), 타고난 성품을 천성(天性), 하늘 아래의 온 세상을 천하(天下), 천체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을 천문(天文), 하늘과 땅을 천양(天壤),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재주를 천재(天才), 하늘에 나타난 조짐을 천기(天氣), 하늘이 정한 운수를 천운(天運),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을 천재(天災),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과 땅 사이와 같이 엄청난 차이를 천양지차(天壤之差),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천의무봉(天衣無縫), 세상에 뛰어난 미인이라는 천하일색(天下一色)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