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도 약을 안 먹어 본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크고 작은 병을 앓고, 그때마다 약을 찾는다. 하지만 약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확한 복용법은 무엇인지 주의 깊게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약은 제대로 복용해야 '약'이다. 잘못 복용하면 '독'으로 변한다. 대학교수·개원약사 등 20명으로 구성된 '헬스조선 약사자문단'이, 약국에서 빈번이 접하는 잘못된 약 관련 지식 20가지를 엄선해 바로잡았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 높다면, 오메가3 먹지 마세요
김예지 교수
오메가3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찾는 건강보조식품 중 하나입니다. 당뇨병성망막질환 완화, 수험생 집중력 강화, 중성지방 저하, 안구건조증 완화 등의 다양한 효능이 알려졌기 때문이죠. 심근경색을 예방하거나 중성지방을 저하시키기 위한 전문약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혈관을 손상시키는 나쁜 콜레스테롤 LDL의 체내 수치가 높은 사람은 오메가3를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오메가3는 중성지방 농도를 20~50% 낮추지만, LDL 콜레스테롤 농도는 높입니다. 중성지방이 매우 높은 사람이 오메가3를 먹으면 LDL 콜레스테롤이 45%나 높아진다고 합니다. 보통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30mg/dL 이하면 정상으로 보는데, 사람에 따라 이 기준은 조금씩 다릅니다. 위험인자가 1개 있으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60mg/dL 미만, 위험인자가 2개 이상인 경우 130mg/dL 미만인 게 정상입니다. 위험인자는 ▲흡연을 하거나 ▲고혈압이 있거나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40mg/dL 이하이거나 ▲나이가 남성 55세 이상, 여성 65세 이상이거나 ▲관상동맥질환의 가족력(남성 45세 이전, 여성 55세 이전)이 있는 경우입니다. 당뇨병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으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00mg/dL 이하로 관리해야 합니다. 당뇨병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으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00mg/dL 이하로 관리해야 합니다.
유효기간 지난 약, 절대 먹지 마세요
김정은 약사
마트에서 식품을 고를 때 유효기간은 물론 제조일자까지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도, 집 안 냉장고나 약장 속에 몇 년 묵은 약을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약도 식품처럼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약효가 조금씩 감소돼 충분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없고,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먹으면 콩팥에 손상을 입히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특히 항생제의 경우 유효기간이 경과해 효과가 떨어진 채 복용했다간, 감염 증상이 치료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성균을 키울 우려도 있어 약의 유효기간 확인이 필수입니다.
한편 연고나 안약은 먹는 약보다 유효기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훨씬 떨어집니다. 하지만 연고와 안약은 유효 기간이지나면 약 자체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요. 단, 연고와 안약은 개봉 후에는 겉 상자에 표시된 유효기간이 아니라, 개봉일로부터 경과된 날짜를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연고의 사용기한은 6개월, 통에 덜어 담은 경우는 한 달 정도며, 안약은 개봉 후 한 달을 원칙으로 해요. 먹는 약의 유효기간은 개별로 알루미늄에 밀봉 포장된 형태면 겉 상자에 표시된 유효기간까지, 여러 알약을 한 번에 복용하도록 조제받았다면 6개월, 항생제 시럽은 가루 항생제를 녹인 날부터 1~14일 이내입니다. 단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므로 확인은 필수죠. 유효기간 이내의 약이더라도 색이 변하거나 악취가 나거나 거품이 생기면 복용하지 말고 버리세요.
시럽 같은 액체류는 당연히 냉장 보관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데 잘못됐습니다. 항생제 시럽 중 클래리스로마이신 성분 시럽제는 냉장 보관하면 쓴맛이 강해져 복용이 어려우니 실온에 보관해야 합니다. 아지트로마이신 성분 항생제 시럽도 실온에 보관합니다.
액체 속에 작은 고체 입자가 떠 있는 현탁액은 냉장 보관하면 약 성분이 서로 엉겨 침전물이 생길 수 있어 실온에 보관해야 합니다. 냉장 보관해야 하는 시럽제나 인슐린 주사제를 하루 정도 실온에 두면 상했을 것이라 생각해 무조건 버리는 사람도 많은데, 잘못된 것입니다.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고온에 두지 않는 이상, 상온에서 하루 정도 둔 약이 상하는 일은 드물어요.
숙취로 인한 두통에 진통제 복용은 피하세요
남창원 약사
숙취로 인해 두통이 생겼을 때 무심코 두통약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간을 손상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알코올은 간에서 나오는 특정 효소(CYP 2E1)에 의해 체내에서 분해됩니다. 그런데 알코올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은 이 효소가 과하게 생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역시 이 효소에 의해 대사가 되면서 독성물질인 NAPQI을 생성하고, 이 물질이 간세포를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알코올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은 보통 용량의 진통제를 복용해도 간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외의 다른 성분 진통제들도 위장장애나 신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니 위장이 약해진 음주 후 두통에는 되도록 진통제를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더 세거나 더 약한 항생제요?
박소진 약사
특정 항생제가 더 세거나 약하다는 표현은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항생제가 죽이거나 증식을 멈추게 하는 균의 범위가 다르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습니다. 예를 들어 A항생제는 1·2·3번 균을 죽이고 B항생제는 1·2·3·4·5·6번을 죽이는 약이라고 합시다. 환자가 3·5번 균에 감염됐을 때, 병원에서 지역 사회의 역학 통계를 반영해 A약을 쓰면 3번 균은 죽지만 5번 균은 치료되지 않습니다. 이후 B약을 써 3·5번 균을 모두 죽이면 증세가 급격히 호전될 수 있습니다. 이때 환자는 '처음부터 센 약으로 처방해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B약이 더 센 것이 아니고, 더 다양한 균을 죽일 수 있는 약이라고 정의해야 옳습니다. 같은 균을 더 잘 없애거나 덜 없애는 개념도 약리학에 존재하는데, 이와는 다른 개념이죠.
진통제와 두통약은 다르지 않아요
김정은 약사
손님이 "두통약 주세요" 했을 때 "네, 여기 진통제입니다"라고 하면 "아니요, 진통제 말고 두통약이요"하거나, "약 상자에 생리통이라고 적혀 있는데, 생리통약 말고 두통약 주세요"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하루 서너 번 이상 됩니다. 또 손님이 "진통제 주세요" 했을 때 "네, 여기 해열제입니다" 하면 "열은 나지 않으니, 해열제 빼고 진통제만 주세요"라는 답변을 들을 때도 많습니다. 두통약이든 생리통약이든 모두 통증을 없애는 같은 종류의 '진통제'입니다. 진통제는 통증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성분을 억제하는 것으로, 두통·치통·생리통·요통 등 각종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하는 것을 막습니다. 따라서 두통에 쓰이는 진통제, 치통에 쓰이는 진통제로 나뉘지 않아요. 또 진통제는 모두 해열작용을 하기 때문에 해열작용 없이 진통 작용만 하는 약을 줄 수 없습니다. 모든 진통제가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하는데, 프로스타글란딘이 통증뿐 아니라 염증과 발열을 유발하는 데 동시에 관여하기 때문이죠.
식후 30분에 먹어서는 안 되는 약도 있습니다
신경도 약사
"약은 식후 30분에 먹어야 하죠?"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약은 종류에 따라 복용 시간대와 복용방법이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처방받은 약을 언제 먹어야 하는지 약사에게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천연추출물 약은 해롭지 않을까요?
엄준철 약사
제약사들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생기는 오해입니다. 천연성분 약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오히려 천연성분 약은 다른 불순물을 포함할 수 있어 필요치 않은 약물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죠. 합성약물은 고순도 유기화학 정제 기술로 일정한 품질의 정확한 유효성분만 들어가지만 천연추출물은 원재료의 재배 상태나 농약 등 불순물에 대한 검증이 미흡할 수 있어요. 원재료가 다양하면 그에 따른 알레르기 위험 또한 높아지고요. 또 천연 제품이라고 광고하는 제품도 제조 과정에서 인위적인 첨가물이 들어갑니다. 자연에서 100% 얻어지는 성분이라 해도 부작용은 역시 존재하죠. 자연 재료라고 해도 독버섯은 안전하지 않은 것처럼요. 신장결석 환자는 비타민C를 과도하게 먹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천연제품과 합성제품 둘 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요. 다만, 천연추출물은 흡수율이 더 좋거나 위장 부작용이 적을 수 있습니다.
약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효과가 강해질까요?
엄준철 약사
그렇지 않습니다. 각각의 약물마다 그 약이 낼 수 있는 효능의 한계가 있어요. 따라서 약 2알을 먹으면 약 1알을 먹을 때에 비해 효과는 늘지 않고 부작용만 2배 이상 증가할 위험이 있어요. 약 효과를 높이려면 약 성분 자체를 바꾸거나 다른 약을 추가하여 복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진통제·혈압약·위장약·발모제·수면제 등 다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규정 용량보다 적은 저용량을 복용하던 경우라면 저용량에서 정상 용량으로 2배 늘리면 약효가 증가할 수 있어요.
감기약은 먹으면 7일, 안 먹으면 일주일 만에 낫는다는 속설도 잘못된 것입니다. 감기약이 감기바이러스를 원천적으로 없애지 못하고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이라서 생긴 오해입니다. 감기약은 증상이 빨리 완화되는 것을 도울 뿐 아니라 콧물·기침 등 불편한 증상을 없애 먹는 게 좋습니다. 몸살·콧물·기침 등을 방치하면 면역력이 갈수록 떨어져, 오히려 2차적인 세균 감염의 우려가 커져요.
약 복용 기간에 자몽주스는 아예 피하세요
이미지 약사
약을 복용할 때 자몽주스는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자몽은 고지혈증 치료제인 로바스타틴, 심바스타틴, 항경련제인 디아제팜, 고혈압약인 칼슘채널차단제 등 다양한 약의 체내 흡수율을 과도하게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자몽 속 특정 성분이 장에서 나오는 약물 대사 효소 CYP3A4의 작용을 억제해 혈중 약물 농도를 상승시킵니다.
CYP3A4의 기능이 다시 회복되려면 3일 이상 걸립니다. 일반적인 오렌지나 레몬, 귤 등 대부분의 과일은 이런 작용을 내지 않지만 탄젤로, 라임 등 몇몇 과일은 자몽처럼 약의 체내흡수율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자몽주스와 약을 몇 시간 간격을 둬 따로 먹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금물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복용하는 약이면 다 '독한 약'일까요?
권세원 약사
하루 한 번 혹은 일주일 한 번 먹는 약이 처방되면 '독한 약'으로 오해하고 꺼리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약효는 강력하겠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은 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약은 복용 한 번 만으로도 약효가 장시간 유지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시럽은 액상 형태만 있다고 알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건조시럽은 가루약 형태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관지 치료에 처방되는 씨투스 건조시럽이나 아토크 건조시럽, 해열진통 성분의 세토펜 건조시럽은 가루 형태로 조제됩니다. 따라서 처방전엔 시럽이라고 적혀 있는데, 액상 형태의 약을 못받았다고 해서 따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 일부 건조시럽은 물에 타서 시럽 형태로 조제될 때도 있습니다.
고혈압약 먹는다고 칼슘보충제를 무조건 삼가야 할까요?
이보현 약사
고혈압약과 칼슘보충제를 같이 먹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치아지드계 이뇨제나 이를 포함하는 복합제인 고혈압약을 제외하고는 아직 위험성이 입증된 바가 없습니다. 치아지드계 이뇨제나 이를 포함한 복합제를 복용 중이라면 하루 칼슘섭취량이 1500mg 이상(음식·보충제 포함)인 경우 고칼슘혈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칼슘혈증이란 혈액 속 칼슘 농도가 정상치보다 높은 것이고, 심해지면 의식소실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고혈압약 중 칼슘채널차단제는 정상적인 복용량을 섭취했을 때 칼슘보충제와 상호 위험성에 대한 근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이외에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저해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레닌 차단제 등도 칼슘보충제와의 상호 위험성이 밝혀진 바 없습니다.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는 뜻이지만, 상호작용이 없는 항고혈압제와 칼슘보충제를 함께 복용 중이더라도 혈압 측정을 주기적으로 하고, 이상이 있을 시에는 주치의에게 상담받아봐야 해요.
칼슘보충제를 먹으면 고혈압 등의 심혈관질환이 악화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의견이 분분합니다. 칼슘보충제가 심혈관질환의 증상 완화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칼슘보충제가 심혈관질환을 악화한다는 주장은 칼슘보충제가 혈관을 석회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 탓인데, 이게 우려되는 사람은 마그네슘이 포함된 칼슘보충제를 먹으면 됩니다. 마그네슘을 1일 350mg 정도 복용하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참고로 칼슘보충제는 한 번에 500mg을 복용해야 체내 흡수량이 가장 높아집니다. 따라서 하루의 칼슘 총 복용량이 1000mg이라면, 이를 1일 2회 (아침, 저녁)로 나누어 1회당 500mg씩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습윤밴드, 아무 때나 사용하면 안 돼요
이준 약사
과거에는 상처가 나면 포비돈, 알코올 등으로 소독하고 항생제 연고를 바른 뒤 거즈나 붕대, 거즈가 붙어 있는 일회용 밴드로 덮어주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밴드를 교체하면서 새로 난 피부가 거즈에 붙어 떨어져나가면서 피부가 손상될 수 있고, 건조한 환경으로 인해 피부가 잘 재생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가 비교적 늦고 흉터가 생길 확률도 높았습니다. 최근에 이를 보완해 나온 제품이 '습윤밴드'입니다. 습윤밴드는 상처 표면의 진물을 흡수해 상처를 보호하고 공기를 완벽히 차단해 상처 회복 효과를 높입니다. 하지만 습한 환경을 만드는 탓에 세균이 감염된 상처에 쓰면 감염이 더 심해질 수 있어 위험합니다. 따라서 상처가 나면 소독하지 않고 바로 습윤밴드를 붙여선 안 됩니다. 반드시 소독한 후 사용해야 합니다.
파스에도 부작용이 있어요
이지향 약사
타박상, 근육통, 신경통 등이 있을 때 무조건 파스를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파스가 워낙 널리 알려진 의약품인 탓이죠. 하지만 파스 역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자신의 체질과 맞지 않거나, 너무 오래 붙이는 탓에 접촉성피부염이 생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파스는 보통 케토프로펜 성분인데 이는 15세 미만 소아에게 사용이 금지돼 있고, 파스를 붙인 채 햇빛을 쐬면 피부에 염증이 생긴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소염진통제 성분의 파스도 천식이 있는 등 기관지가 약한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즉, 파스를 구입할 때도 반드시 약사와 자세한 상담을 거쳐야 합니다.
속 쓰릴 때 무조건 제산제 찾지 마세요
정영운 약사
속이 쓰리면 무조건 제산제를 사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위가 쓰린 것은 위산이 너무 많은 게 원인일 수 있지만, 반대로 위산이 너무 적게 나온 탓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제산제를 먹으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는 것이죠.
위가 쓰릴 때는 자신이 과산증인지 저산증인지 테스트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식사 후 5~8배 희석한 감식초(약산성)를 먹어보세요. 이때 속이 편해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제산제 대신 매실이나 감식초 등의 약산성 음식을 보충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저산증인 것이지요. 반면 식후 감식초를 먹었을 때 속이 더욱 불편하거나 쓰리면 제산제 복용이 필요합니다.
진통제는 내성이나 중독을 우려하지 않아도 돼요
정성현 교수
대표적 진통제인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을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중독될까요? 단연코 아닙니다. 사람들이 진통제에 중독된다고 잘 오해하는 이유는 진통제 속 카페인 성분 때문입니다.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과 마찬가지로 카페인 역시 중추신경에 작용이 강한 물질이기 때문이지요. 카페인은 습관성과 의존성을 일으켜요. 커피나 콜라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카페인은 복용 횟수나 양이 많아질수록 점점 복용량이 늘어나요. 따라서 진통제에 중독된다는 표현은 카페인을 함유하는 진통제에 국한된 겁니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진통제는 주로 복합성분 진통제로 게보린, 펜잘S 등이 있습니다. 카페인이 들어가는 진통제가 쓰이는 이유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성분)의 체내 흡수를 돕고, 더 작은 양의 진통 성분으로 빨리 약효를 내기 때문입니다.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은 약효가 똑같아요
김형선 약사
의사가 처방전에 써준 약과 동일한 게 없어도 약사들은 같은 성분의 다른 회사 약으로 바꿔 처방할 수 있습니다. 약사법 제27조에도 '약사가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을 동일 성분, 동일 함량, 동일 제형의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해도 된다'는 '대체 조제' 항목이 분명히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약국이 의도적으로 싼 약을 주고 이윤을 챙기려는 게 아닌지 의심을 품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나온 의약품을 '오리지널 약'이라고 한다면, 그 후에 나온 같은 성분의 약은 모두 '제네릭(복제약)'이라고 합니다. 처방전에 있는 의약품은 오리지널일 수도, 수많은 제네릭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제네릭 의약품이 있습니다. 특정 오리지널 진통제 같은 경우 제네릭이 10종이 넘고, 특정 항생제는 제네릭이 128종이나 만들어졌습니다. 이때 어느 회사의 어떤 제품이 더 좋은지 판단할 수 있을까요? 의약품은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구분하는 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서로 '동등함'을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입증받았기 때문이죠. 오리지널이든 제네릭이든 사람 몸에 들어갔을 때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국가가 보증한 것입니다.
한편 약사가 조제하는 모든 약의 조제료는 동일합니다. 더 싸거나 비싼 약으로 대체하더라도 약사에게는 같은 이윤이 남는 것이죠. 단, 환자가 지불하는 돈은 달라질 수 있어요. 100원짜리 약을 80원짜리 약으로 바꾸었다면 환자가 내는 약값은 적어지니까요. 그래서 약사는 반드시 대체 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효과는 같지만 더 저렴한 약을 환자에게 권하는 것입니다. 효과가 같은데 굳이 비싼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생리통 심한 사람, 생리 시작 1~2일 전에 약 드세요
김혜진 약사
생리통이 있어도 도저히 못 참을 때까지 기다렸다 진통제를 먹는 여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생리통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려면 생리 시작 1~2일 전부터 소염진통제를 먹어야 합니다. 특정 질환 탓이 아닌 일반적인 생리통은 자궁내막에서 만들어지는 과도한 프로스타글란딘으로 인해 자궁이 과하게 수축해서 생깁니다. 자궁이 과하게 수축하면 자궁에 혈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저산소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심한 경련과 통증이 유발됩니다.
생리 시작 전 약을 먹는 게 도움이 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째는 프로스타글란딘이 과하게 생성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통증이 빨리 효과적으로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생리통이 시작되고 나서 진통제를 먹으면 일반 복용량의 두 배를 먹어야 하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일반 복용량 두 배의 소염제를 복용한다면 위장장애를 겪을 위험이 큽니다.
경구피임약, 매일 정확한 시간에 복용하지 않으면 100명 중 9명은 임신 됩니다
정지윤 약사
경구피임약은 매일 일정 시간에 한 알씩 21일을 복용한 후 7일 쉬고 다시 복용하도록 설계된 약물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시간에 약을 매일 복용하는 것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경구피임약을 구매하면서 "시간을 매번 정확히 지키지는 않아도 되겠죠?"라고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질병통제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매일 일정 시간에 정확하게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피임에 실패할 확률은 0.3%에 불과한 반면, 정확한 시간에 복용하지 못하거나, 한두 번 빼먹으면 피임에 실패할 확률이 9%까지 높아집니다. 피임약을 제 시간에 복용하기 위해 추천하는 방법은 휴대전화로 알람을 맞추라는 것입니다. 만약 피임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약 때를 놓친 지 12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바로 한 알을 먹습니다. 12시간이 지났다면 즉시 한 알을 먹고 최소 7일 동안은 콘돔 등의 보조피임법을 사용하세요. 약 때를 놓친 지 24시간이 지나 그 다음날 약 먹을 시간이 됐다면 두 알을 복용하세요.
치과 치료 후 처방된 항생제, 반드시 끝까지 드세요
황은경 약사
치과 치료 후 3~4일분의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제대로 복용하는 환자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치주질환·발치·임플란트 등 여러 이유로 처방전을 받지만 대부분 통증이 멈추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약을 안 먹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치과 처방전에는 항생제가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중이염이나 폐렴 등 다른 질환에 의해 처방된 항생제도 꾸준한 복용이 필요하지만, 치과 진료 후 처방하는 항생제의 경우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잇몸질환으로 인해 입에 세균이 생기면 세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을 순환, 심장질환·당뇨병·류마티스관절염 등 전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로 인해 발치 전부터 항생제가 포함된 약을 복용하도록 처방전을 발행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8
임성실 교수
알립니다.
헬스조선이 20명의 약사 자문위원을 위촉했습니다.
헬스조선은 셀프 메디케이션(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는 것) 시대를 맞아, 건강과 직결되는 약에 관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약사자문단을 구성했다. 대학교수·개원약사 등으로 이뤄진 헬스조선 약사 자문위원 20명은 앞으로 헬스조선의 약 관련 콘텐츠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조언하며, 헬스조선 기자들과 공동으로 약 관련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에도 참여한다.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도 열고, 헬스조선 홈페이지에 '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제)를 신설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