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구실은 시간을 잘 말해 주는 데 있다. 만일 시계에 자유가 있어 제 구실을 하지 않고 딴 짓을 한다면 그것은 나쁜 시계라 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구실을 못했을 때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 할 것이다. 어떤 사물이나 인간은 그 존재가 갖추어야 할 기본 자세를 갖추지 않았을 때 악이라 하고 기본 자세를 갖추었을 때 선이라 한다.
그러니 인간이 받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 자세를 규범(NORMA)이라 한다. 어떤 행위가 이 규범에 맞으면 선이요 맞지 않으면 악이라 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행위의 이 규범과의 관계를 윤리성이라 한다. 이 윤리성은 사람의 생각이나 시대나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윤리성은 객관적이고 근원적인 것이다.
어떤 시대나 민족에게도 선악의 개념은 있었고 선은 행하고 악은 피해야 한다는 원리도 양심적으로 느껴 왔다. 성문율이건 불문율이건 법률이 있었고 그 법은 반드시 어떤 규범을 토대로 삼고 생긴 것이다. 같은 규범으로 만들어진 법이나 관습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객관적인 어떤 행위의 가불가(可不可)에 대한 의견이 있다든지 부모를 살해하고 고려장을 하는 예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리 자체에 대한 객관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 면에 있어 말단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나 적용의 착오로 생기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하등의 문제 될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말하더라도 모자를 벗는 것이 예로 된 서양 풍습과 갓을 써야 예가 된다는 한국 풍습은 정반대 현상이긴 하나 예를 지켜야 사람다운 행위라는 점에서는 다를 점이 없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에서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해야 할 구실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간 본성이라는 것도 한 개인의 본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본성이다. 따라서 윤리성은 인간을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하신 창조주의 본성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말하는 객관적 윤리성이란 필연적이고 불변적이며 영원한 것이다.
그래서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윤리성은 때나 장소나 한개인의 생각 등에 의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행위의 대상ㆍ정상ㆍ목적 등 세 가지에 의해 윤리성은 달라질 수 있다. 즉 대상은 의욕하는 것이고 정상은 조건들이고 목적은 무엇 때문이라는 행위의 이유가 된다. 윤리적으로 악이다 선이다 하는 판단은 위 세 가지로 판단된다.
/ 김영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