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미용팩을 하고 '데일리룩'을 SNS에 올리는 '패션피플'(이하 '패피') A씨(24). 그가 요즘 가장 신경쓰는 건 머리카락이다. A씨는 탈모환자가 아니지만 탈모약 '프로페시아'를 빼놓지 않고 하루 한 알 먹는다. 그는 "머리카락이 없어지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미리 관리한다"며 "옷과 피부가 괜찮아도 머리카락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고 말했다.
패션, 제모, 피부…. 챙겨야 할 것 많은 '패피'들에게 탈모약이 필수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모에 큰 영향을 끼치는 머리카락을 사수하기 위해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탈모가 연령,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찾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탈모 예방을 위해 무분별하게 약 등을 복용하기보다 자신의 두피·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한 뒤 개인별로 적합한 예방책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비싼 가격때문에 전립선 비대증 약 쪼개 먹기도 군 제대 후인 20대 중반부터 3년째 탈모약을 먹고 있는 B씨(28)는 "머리카락은 외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외모를 조금이라도 신경쓰는 친구들 중에 당장 탈모가 아니더라도 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탈모약의 가격 부담 때문에 나름의 자구책도 성행한다. 남성 탈모약의 대표격인 프로페시아의 경우 비급여 약품으로, 한 달분 가격이 5만~7만원가량 한다. 경제적 부담이 커 일부 탈모인들은 프로페시아와 같은 성분인 전립선 비대증 약 '프로스카'를 처방받아 쪼개 먹는다.
프로페시아와 프로스카는 모두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성분으로 각각 피나스테리드 성분을 1mg, 5mg씩 함유하고 있다. 프로페시아 대신 프로스카를 복용하는 사람은 자를 때 소실되는 양을 감안해 프로스카를 4등분해 먹는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치료 목적을 확정받으면 프로스카 한 달 분을 2만원 이내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프로스카를 4등분한다면 한 달 분을 약 5000원에 먹는 셈이니 프로페시아를 구입할 때보다 10배 이상의 금액을 아낄 수 있다. 4등분한 프로스카를 먹고 있는 B씨는 "남성 커뮤니티에서 프로스카를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 정보를 공유한다"며 "약이 울퉁불퉁하고 자르기 힘들어 프로스카를 잘 자르는 팁이 올라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이 아닌데 전립선 비대증 목적으로 프로스카를 처방받는 건 의료법 제 22조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에 의해 불법이다.
무분별한 탈모약 남용을 하지말고 정확한 탈모 진단을 받은 후 치료해야 한다/사진=프리큐레이션
◇무분별한 민간요법·탈모약 남용 안돼…"정확한 진단 후 치료"
정확한 진단 없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무분별하게 실시할 경우 오히려 탈모가 악화될 수 있다. 탈모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탈모약과 함께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것 중 하나가 탈모 샴푸다. 하지만 탈모 샴푸는 탈모를 근본적으로 치료해주지는 못한다.
김진오 뉴헤어의원 원장은 "탈모 샴푸는 탈모에 좋을 것 같은 성분들을 모아놓은 것"이라며 "두피 타입에 맞는 샴푸를 쓰는 것은 좋으나 두피상태가 개선된다고 유전성 탈모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탈모약 역시 예방약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진단 후 치료약으로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
김 원장은 "프로페시아는 유전형 탈모 증상이 일어난 후 이를 치료하는 약으로, 탈모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탈모가 아니라면 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프로페시아의 경우 성기능 감소, 여성형 유방증, 우울증 등의 부작용도 보고된다.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프로페시아와 모나드, 피나테드 등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 치료제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의 허가사항에 '투여 후 우울증, 자살 생각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를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MSD에서 국외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국내에 보고했다"며 "이에 따라 해당 안전성 정보를 검토해 추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