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꿈에 그리던 한예종 연극을 마침내 오늘 보러갔다. 내가 생각한 주제: 진정한 사랑과 가족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주는게 아닐까?
비록 창작극이고 4명밖에 안되는 등장인물들이였지만 정말 각자 어떤 인물인지 정말 제대로 보였다.(특히 도연,서율,윤정,지원 순으로 진행한 각 인물들의 방백이 압권이였다.) 또한 현재 사회에서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고 민감한 주제인 "동성애"를 다루고 있지만 오히려 난 그런 주제를 정열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풋풋하게 풀어나가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던게 매우 인상깊었다.
무대 -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봤던 무대와 비슷했다. 검정색 무대... 또한 큰 상자와 조명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여러 다체로운 공간으로 이동 할 수 있게 만들었고 무대에 걸린 사진들과 중간중간 보여지는 무지개.... 작은, 앉을 수 있는 상자들로 공간을 디자인 하며 특히 마지막에 그 상자들을 차례대로 배치하여 만든 무지개는 매우 인상 깊었다.
임서율 -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해 괴로워한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알게 된 윤정(이모)의 여자 배우자에게 냉담하게 군다. 아버지는 떠난지 오래다. 우연치 않게 아웃팅 당한 도연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녀와 친구가 되고자 노력한다.
계속 밀어내고 경계하는 도연을 끝까지 따라다녔고 자신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도연의 관심을 얻는다. 최종적으로 그녀를 괴롭히는 운동부 무리들과 같이 싸워주며 도연의 마음을 얻는다.
윤정(이모)에게도 반감이 심했지만 나중에는 이모라는 사람 자체를 이해하며 그녀의 연인인 지원을 받아들인다. 주변에 자신에게 사랑을 줄 사람들 덕분에 마음속에서 어머니를 비로소 떠나보낼 수 있었다.
- 이젠 떠나고 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인물. 극중 유일하게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으로써 동성애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우리(동성애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생각하기 자체를 껄끄러워하는)를 투영한 캐릭터인 것 같다.
김도연 - 한달전 자신의 SNS 계정이 털려서 자신이 레즈비언인게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고 운동부에서도 쫓겨났다.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상담사는 지원이다.) 운동부에게 크나큰 실망을 한 나머지 자신의 마음에 큰 벽을 세웠다. 그래서 순전히 친구가 되고자 찾아오는 서율을 의심하고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그녀를 밀어낸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가오고 극 막바지에 자신과 같이 싸워준 서율을 보고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되고 친구가 된다.
-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십대에 동성애 취향을 가진 한 사람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적나라게 보여준 인물.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까운 인물...
서윤정 - 서율의 이모. 매우 보수적인 부모 밑에서 자신의 동성애 취향을 억눌러야만 했던 인물. 그럼에도 지원과 교제하고 있었지만 지원을 어떻게든 남들에게서 숨기려고해 지원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부모님이 죽자마자 바로 지원과 결혼했고 서율에겐 끝까지 비밀로 하다가 그녀의 어머니가 죽자 비로소 알려준다. 가족이라 부를 사람이 사실상 지원과 서율이 전부...
- 자신의 본 모습을 끝까지 가족들에게 숨겼고 그것에 의한 상처를 또한 억누르고 있는 인물... 하지만 그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헌신적인 인물... 모순 덩어리인 인물... (그래서 가장 내게 와닿았던 캐릭터였다. 저런 모습이 인간성이라고 난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지원 - 윤정의 배우자. 윤정과 다르게 당당하게 자신의 취향을 커밍아웃했고 가족들과 의절한 상태. 그렇기에 당당하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를 계속 숨기려고 하는 윤정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성소수자 인권센터에서 도연을 담당하고 있다. 극중 초반부터 마음의 벽을 가지고 있는 도연이 유일하게 믿고 신뢰하는 대상...
- 자신의 의지와 철학이 매우 뚜렷하고 강한 사람. 정말 윤정과 정반대의 인물이며 그렇기에 둘은 천생연분인 것 같다 ㅋ
느낀점: 가족이란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피가 섞였지만 나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거나 나를 바꾸려고 드는 사람들, 정말 피 한방울 1도 섞이지 않고 전혀 이렇다 할 공통점이 없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둘중에 누가 가족인가?? 나는 당연 후자라고 생각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 그게 가족 아닐까... 그렇기에 난 리액팅 학원에서 말하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더욱 이해 할 수 있는 시간이였다.
여담: 최근에 본 동국대 dream girls에 감탄을 하고 돌아온 사람으로써 말하자면 둘은 다른 느낌으로 재밌다. 하지만 그 dream girls 는 원래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와서 만든 공연이라면 이 건널목 교차로는 극작과 졸업공연으로 100퍼센트 창작 공연이다. 그런데도 난 정말 매우 민감한 소재(사실 내가 민감한 소재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는 한다 ㅋ)임에도 불구하고 잘 짜여져 있는 스토리에 감탄했고 또한 무대 연출(조명, 배우들이 실시간으로 디자인 해나가는 무대, 깨알 사진들과 무지개들 등)에 진심으로 감탄했고 음악이 커튼콜 제외하고는 일절 없는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친듯이 몰입해서 봤다.
결론: 한예종 가야겠다..... 진짜로....
첫댓글 재밌게 보고 오셨다니 다행입니다ㅎㅎ 오빠가 기대하시던 연극인데 재밌으셨다니 궁금하네요! 실제로 봐보고 싶은 욕구가...😢🤭 한예종에서 봤던 학생들이 무대를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태도는 어떤지를 계~~속 생각하면서 저희도 점점 발전해 나가봐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