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네요.
주위 분들은 내년에 삼재가 물러가는 때라 될 것이라고 다독거리기도 했습니다. 여자친구 曰 운세를 보니 12월 5일에 백수탈출한다는 말이 있어서 기대된다며 은근히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되면 잘 할것인데 통과를 잘 못해서 안타깝다던 선배들도 이번에는 좋은 소식이 있을 듯하다고 기대감을 불어넣었고. 종묘에 들러 사진을 찍다가 창경궁 넘어갈 제 함인정이 영조가 장원급제한 사람들을 접견하던 곳임을 알고 연상되던 바가 있어 은근히 기대를 많이 했지요.
그동안 안절부절 못하면서 기다렸는데 막상 낙방 소식을 접하고서는...
옥상 올라가 줄담배 피웠습니다. 서울 하늘인데 희미하게 오리온 자리가 보이더군요. 참..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디다. 한국어능력시험 점수가 워낙 안 좋아서 포기하고 담담하게 시험을 봤지요. 사실 우여곡절 끝에 시험장에 갔었더랬습니다. 기대도 안 했는데 붙었길래 덤으로 주어진 기회다 생각하고 차분하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떨어지니 '실력이 있는데 운이 없었다'라고 해석해버리네요....
아직 설익었다, 그래서 좀 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추스리지만 나이가 많은 것이 걸립니다. 그도 그럴것이 서류에서 불합격하는 횟수가 늘어만 가니까 말입니다. 변변한 활동, 경력도 없이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며 시험만 보러 다녔던 1년이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많이 배웠고, 많이 고민했다고 믿지만 말입니다. 아래 삼세판 님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면서 힘을 얻지만 그보다 덜컥 겁이 먼저 납니다.
그래도 '일 년 더 시간을 얻었다, 그 동안 내가 못 해 본 것을 하자, 느끼자, 그리고 지금 기자가 되는 것 보다 더 나은 모습을 갖추도록 준비하자'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79년생,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78년생. 2008년, 무자년에는 삼재도 없다하니 이젠 운 탓 할 수도 없네요.
토요일까지 여행다니면서 허파에 시원하고 깨끗하며 새로운 공기 불어넣어주고, 부모님께 힘없이 낙방 소식 알려드렸던 점 사과도 하고, 앞으로 주어진 1년이란 시간동안 내가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그냥 허허 웃습니다.
그리고 함께 합숙, 면접에서 뵈었던 분들 무엇보다 남고 물러나면서 기자에 대한 열정을 내뿜었던 모든 분들께 저마다의 향기를 풍기며 제 삶을 잘 가꾸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합격하신 분들께 좋은 기자 되시라고 주제넘게 파이팅 한 번 외쳐봅니다(특히 3전 4기를 실천해보인 사람께) 힘냅시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며칠 안 남은 2007년 좀 쉬셔도 누가 욕할 사람 없을겁니다~^^ 맘 편히 기자가 됐으면 못했을 것 같은 일 하나쯤 하시는 2007년 겨울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웃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글을 남길 수 있다는 것... 님에게 좋은 경험이었을 거란 생각입니다. 좌절이 아닌 앞으로 한걸음 더 걸을 수 있는 웃음이길 바랍니다. 진짜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긴 삶에서 일년이 후회가 아닌 추억으로 기억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힘내시구요. 더 성숙한 모습으로 K 맨이 되길... 바랍니다...
저도 같은 심정이네요-!!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야죠^^ TV에 나오는 같이 합숙했던 사람들보며 배도 아프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런 아픔을 가지고 더 큰 행복을 누리라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분명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나중에 지금 이야기를 합격후기에 써 넣으며 허허허 웃으면 되는거죠!! (이렇게 쓰면서도 한 켠으로 쓰라린 마음.,,ㅋㅋㅋ)
79년생이 올해 3재입니까? 그렇다면 올해 이렇게 안좋은 일이 나머지 28년을 합친것만큼 한꺼번에 일어난 일이 설명이 되는군요;;; ㅎㅎ 웃고 봅니다.
79년생이 아니고, 78년생이 올해 3재였습니다. 저는 태어난 날과 호적에 올라간 날이 다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