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인절미 이야기
우리에게는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다
나는 피난길에 수원 신풍동에서 태어났다고 하고
바로 서울이 수복되며 서울로 이사와 지금껏 서울에서 산다
그러면 내 고향이 수원인가? 서울인가?
수원은 출생지이고, 서울은 성장지라고 볼 수 있겠다
아니 어쩌면 내 고향은 서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평생을 서울에서 자랐고 생활했고 지금도 살고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들이 모두 황해도 평산이 고향이시다
황해도 평산군 고지면이 두 분의 고향이다
아버지는 완정리이고 어머니는 봉암리가 고향이다
완정리가 아마도 우리 수안이씨 집성촌이었나 보다
우리를 가리켜 주위에서 모두 완재이이씨네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곳이 우리 수안이씨 평산파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머니 고향인 봉암리엔 한양조씨 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최신판 북한 행정구역도를 보면 지금은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1952년 황해도 평천군을 거쳐 1990년 황해남도 봉천군이 되었다
그리고 면 단위는 다 없어지고 부모님 고향은 봉암리로 통합됐다
황해남도 봉천군 봉암리가 과거 부모님 들의 고향이다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북한 행정구역 얘기가 아니고
바로 황해도인절미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매년 이맘때 쯤 되면 먹던 떡이름이다
크기는 중간 크기의 고구마만 하고 모양도 꼭 고구마처럼 생겼다
겉에는 인절미인데 안에는 팥고물이 들었다
모찌떡의 앙꼬가 아니고 수수팥떡의 떡고물 비슷하다
색깔이 허옇던 걸로 봐서 겉 껍질을 벗겨냈던 거 같다
크기가 커서 두 개쯤 먹으면 꺼~억~하고 한 끼가 됐었다
그 떡고물을 손으로 꼭꼭 눌러서 찹쌀로 만든 인절미 안에
꼭 송편을 만들듯이 넣어 고구마모양으로 만들면 된다
그리고 겉에는 콩가루를 넣은 사발에 굴려 콩가루옷을 입힌다
나도 어머니 곁에 앉아서 황해도인절미를 만들던 기억이 난다
겉의 떡부분보다 안의 팥고물 부분이 더 컸던 거 같다
다시 말하면 안에 팥고물이 들어간 인절미다
그걸 채반에 죽 늘어놓고 말린다
더러는 따뜻한 채로 먹기도 하지만 그러면 맛이 덜하다
웃목의 냉골에 그렇게 며칠 말리면 꾸덕꾸덕 굳게 된다
그걸 다시 석쇠에 올려서 숯불이나 연탄불에 굽는다
꾸덕꾸덕해진 떡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거뭇거뭇하게 약간 태운 석쇠자국이 나게 구운 후에
아주 묽게 만든 조청에 살짝 찍어서 먹는다
보통 젓가락 두 개로 쿡 찍어서 조청을 찍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처럼 포크를 쓰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두고두고 팥고물이 들어간 인절미를 구워 먹었다
나는 이게 다른 집에서도 다 해먹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황해도식의 향토음식이란 걸 알게 됐다
그 것도 결혼 후에서야 알게 됐다
결혼 후 여러 해가 지나고 어느 날 위에 얘기한 떡 얘기를 하게 됐다
그랬더니 장모님께서 그게 바로 황해도인절미라며
내가 다음에 한 번 만들어 줌세 하셨다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다음 해 설 쯤해서 처가엘 가니
바로 내가 그렇게 먹고싶어 했던 황해도인절미가 있었다
그 것도 베란다에서 꾸덕꾸덕하게 적당히 말려진 채로 있었다
그걸 가스불에 구워서 따로 만들어 놓으신 조청에 찍어 먹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꿀맛이 이 보다 좋을까
흔히 다섯살 때 입맛이 평생 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 아들래미도 그 무렵에 했던 미국생활 때문인지
미국식 인스탄트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먹었던 황해도인절미
다소 거친 팥고물이 입안에서 터지는 느낌과
아주 달지는 않지만 팥의 참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겉을 싸고있는 인절미의 쫄깃쫄깃한 식감과 콩가루의 맛
그리고 찍어먹는 조청의 맛이 어우러져 정말 절묘한 맛이 난다
대구가 고향인 손윗동서는 별로 입맛에 당기는 거 같지 않았지만
내 입맛에는 그만이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장모님께서 내게 해 주신 황해도인절미였다
벌써 오래 전 일이다
내일 장모님 생신을 앞두고 내가 먹고 싶다는 말을 기억하시고
일부러 황해도인절미를 만들어 주셨던 장모님 생각이 났다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의 일이었는데 너무 감사하였다
장모님은 황해도 연백이 고향이시다
기회가 된다면 죽기 전에 다시 한번만이라도
황해도인절미를 맛보고 싶다. 쩝~~~
인절미와 고구마 떡 그리고 백보쌈김치 | 쿠킹&다이닝 | 매거진 | 행복이가득한집 (designhouse.co.kr)
검색을 해보니 고구마떡으로 소개가 돼 있네요
뒷쪽의 큼직한 고구마떡이 바로 내가 위에 쓴 황해도인절미입니다
저는 사진에서처럼 잘라서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 아버님도 황해도 평산이 고향이라고 하시네요
참 반가운 글입니다
이 사진에서 말고는 고구마떡이라고 소개된 곳은 없네요
고구마떡을 검색하니 고구마로 만든 떡이 나옵니다
황해도인절미도 검색이 안 됩니다
아마도 황해도 평산쪽의 향토음식인 듯 합니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나는고향이 경기도파주인대 어릴적에 그런인절미 먹구자랐네요 나는 떡보다는 속에팥고물이 맛있어서 어린마음에 속에팥고물만 파먹구 떡은버리다 엄마한태들켜서 혼난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네요
어린시절 추억감사합니다
아 그러셨군요.
저는 장모님께서 황해도식이라고 하셔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첨부한 추가자료엔 고구마떡이라구 하네요
떡 모양이 꼭 고구마 같긴 합니다
저는 꾸덕해진 인절미를 구워서
조청에 찍어 먹는게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팥고물만 파먹었다는 말씀에 빵 터졌습니다 ^^*
감사합니다
어렸을때 맛있게 먹던 음식은 평생 기억에 남는것 같습니다.
황해도 인절미에는 개골팥을 기피내어 쓰인것 같네요.
송편 속으로도 많이 쓰였었는데....
요즘은 편하게 참깨나 건포도등으로 많이들 하더군요.
저는 할머니가 해주시던 송화다식을 잊지못해 지금도 설날이면 하게되더군요.
황해도 인절미 하는방법 찿아 한번 해봐야 겠어요.
네 저는 이 떡맛을 잊지 못합니다
건넌방 윗목에 놓여있던 채반 위에
줄지어 놓여져 있던 인절미들
크기도 아주 커서 먹으면 배가 불렀습니다
꾸덕꾸덕해진 떡을 석쇠에 구워내어
묽은 조청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었지요
조 위에 제가 포스팅한 고구마떡이 바로
제가 기술한 황해도인절미인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황해도 인절미는 처음봅니다. 평남 성천이 고향인 아버지 입맛따라 우리집도 이북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돼지고기를 삶아 새우젓에 찍어 먹었고 두부보쌈과 만두 등을 많이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러시군요
저는 어려서 맛있게 먹었던 떡입니다
저도 돼지고기 삶아 새우젓에 찍어서
먹었습니다. 다른 지역도 그럴겁니다
만두도 자주 해 먹었습니다
제가 만두피 잘 만듭니다
다듬이 방망이로 밀었지요
바닥에 두리반 다리접어 받쳐놓고...
감사합니다
황해도 인절미는 처음듣네요.
만드는 방법도 다른 인절미와
틀리네요
먹어보진 않았지만 내용상
맛있을 듯.ㅎ
유년시절 맛있게 먹던 음식은
누구나 잊지못할 추억이지요.
네 여느 인절미와는 좀 다릅니다
저는 저 떡이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설날이 오는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맞습니다
그 시절엔 먹을 것이 참 귀했습니다
요즘이야 먹을 것이 주위에 지천이지만...
감사합니다
북한의 떡이야기 잘 읽고 과거의 추억도 말이오. 황해도란 지방의 특색의 떡이였네요?
황해도 인절미 아직 못먹어봤지만 위 그림과 이야기로 만족합니다. 글 쓰느라 수고했어요.
네 장모님 말씀이 황해도식 인절미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게 황해도식이구나 했지요
참 맛있게 먹었던 떡입니다
감사합니다
콩강정 쌀강정 많이해서
다락에 올려놓고 하나씩 꺼내주시던 할머니
어렸을때 먹던 그강정맛
잊을수 없네요
아이고 저도 강정 많이 먹었습니다
뻥튀기 아저씨한테 쌀 튀겨다가
엿 녹여서 강정 만들었지요
그게 그렇게 맛있었는데...
아공 넘넘 맛나것네예
묵고잡땅...ㅎ
네 맛있습니다 ^^*
인절미 먹고 싶습니다
네 인절미 맛나지요
ㅎㅎㅎ 황해도의 인절미 구경합니다.
전 고구마같은 인절미를 처음 봅니다.
구워서 조청 찍은 인절미가 얼마나 맛있을까요
처음 보시는군요
네 아주 크게 만드는 푸짐한 떡입니다
두 개 정도 먹으면 한 끼니지요
네 아주 맛좋은 떡입니다 ^^*
어릴때
우리 집에는 민속신앙을
잘 지켜서.그런지 몰라도요
사흘드리 떡을해서 손비비고
축원을 하대요
떡을 많이 드셨겠습니다
그럴 때는 주로 시루떡을 많이 하던데요
팥을 많이 두고 만든 시루떡
아주 맛이 좋지요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도 있구요
저도 어렸을 때
가을이면 고사떡을 해서
동네 집집이 돌리던 생각이 납니다
엄마가 담아 주시면서 누구네 갖다줘라 하시면
바로 달려 나가곤 했지요
@청솔 옛날에는 떡을 하면
이웃과 나눠 먹었는데
정겨운 풍습
이었습니다
맛 있겠어요.
특히 어머니 고향 음식이니
어머니의 손 맛이
그리우시지요.
전 제주가 고항인데
빙떡이란게 있어요.
밀가루로 얇게 전을부쳐 무채나물
넣어 둘둘말아 놓은겁니다.
옛 생각에 공항에서 빙떡이 있어 사먹어 보니
엄마 맛이 아니었어요.
여행객들에겐 토속 음식으로 인기라
하는데...
장모님께서 사위사랑하시니
만들어 달라
졸라보세요.ㅎ
네 많이 그립습니다
어머니도 떡도...
제주빙떡은 처음 들어 봅니다
장모님께서 연로하셔서...
두손으로 여는 다락에 콩 인절미 만들어 놓고 겨울이면 꽝꽝 얼은
인절미 를 석유난로 위에 얹어 구워먹던 그 옛날이 그립네요
황해도 인절미 처음 들어요
네 저도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처음 보시는군요
보기보다 참 맛난 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