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국회 예산파동과 부수법안 직권일괄처리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특히 향후 4대강 등 국가하천 주변이 친수구역으로 지정되어 관광·레저·주거·유통·산업시설을 조성할 수 있는 소위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은 전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국가하천변 양쪽 2㎞를 기준으로 전 국토의 12%인 1만2008㎢가 새로운 관광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더욱이 기존 수변환경과 상수도원보호를 위한 29개 관련 법률이 사실상 무력화됨으로써 유락·관광시설물 건설이 쉬워짐으로써 제주의 관광산업은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런데 제주언론과 제주정치인들은 세계자연보전총회예산 삭감, 4·3관련예산의 무시,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음, 공항건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는 제주홀대 운운하며 요란하나 이 상황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일언반구하지 않고 있다. 특히 도정과 도의회는 내년도 가용예산 배분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중이다.
사실 제주의 자연풍광과 관광자원은 세계적 유산이다. 그래서 역대도정들은 도민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관광산업 육성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쏟아 부어 왔다. 특히 90년대 말 이후 관광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는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제주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고 장담하기도 하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도지사 권한이 집중되어야 한다며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우매함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지금 역대도정들이 약속했던 대로 제주는 경쟁력 있는 관광천국이 되어 있지 않다. 관광을 통한 도민의 민생 또한 썩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주된 시사점은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의존적인 제주개발의 미래가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관광산업 위주의 제주개발의 알파와 오메가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거나 뜯어 고쳐서 생산적인 자생능력을 배양하는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제주개발은 지금보다 더 참담한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비추어 도민의 권익보호 보다는 시장 지배와 장사속의 손익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기존 제주개발전략의 내용은 과감하게 새롭게 수정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제주개발과정이 최근의 제주롯데리조트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특별법상 자본가를 위한 특혜성 토지수용제도를 만들어 놓고 자본유치차원에서 저렴하게 땅을 팔게 하는 수순으로 진행되어 왔다고 본다면 그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본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준비 없이 기회를 포착하겠다는 망상은 우연을 믿고 안주하겠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우선 특혜적인 자본유치와 개발행정 추진상의 도정의 권한행사강화만을 고집하는 제도들을 과감히 취사선택하고, 도민에게 그들의 생업의 생산성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고, 천혜의 자연풍광을 오래 살릴 수 있는 제도들을 도입하는 특별법의 개정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경비조달차원에서 단기재정확보나 치적을 위한 편향개발이나 불균형개발의 관행적 안주행정을 시정하면서, 장기적으로 도민의 이익과 행복 그리고 삶의 질을 담보하려는 도정의 정책적 의지가 담긴 개발정책들을 입안하여 시행하는 데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