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돌면서 나무마다 물이 함빡 차올랐다. 고로쇠 수액도 제철을 만났다.
고로쇠 수액은 ‘하늘이 내려준 신비의 약수’라 불릴 정도로 수액 중에선 으뜸으로 친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충북대학교 수의대와 공동으로 동물실험을 한 결과 고로쇠 수액이
골다공증과 성장기 어린이의 뼈 발육, 생체 면역력 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고로쇠 수액이 뼈에 좋다는 것은 전해오는 속설에서도 알 수 있다. 통일신라 때 도선국사가 오랫동안 좌선을 한 후
무릎이 펴지지 않아 옆 나무를 잡고 일어서려는데 나무가 부러지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었다고 한다.
그때 부러진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로 목을 축이자 신기하게도 무릎이 펴지고 몸도 가뿐해졌다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이 골리수로 불려진 연유다. 또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 병사들이 샘을 찾다 화살이 박힌 나무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마셨더니 갈증이 풀리고 힘이 솟아 양측이 한판 신나게(?) 붙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변강쇠가 빠질 리 없다. 갑자기 몸이 허약해진 변강쇠도 고로쇠 수액을 마신 후 건강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도내에선 하동, 산청, 거제 등지가 고로쇠 수액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생산지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증막이나 찜질방 등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마시는 모습은 이제 흔하다. 인터넷상엔 판매처가 넘쳐난다.
짠 음식을 곁들이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실 수 있어 덤으로 오징어까지 끼워 준다.
일반 물과는 달리 아무리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하니 천연의 웰빙음료라 할 만하다.
한 주전자 정도 들이켜다 보면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그만큼 흡수가 빠르고
이뇨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벌컥벌컥 마시기엔 한계가 있다. 일반인들이 채취하려면 공·사유림은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산림청의 채취 규정도 엄격하다. 판매가격 또한 만만찮다. 어쨌든 고로쇠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이 이번 기회에 대거 참여해 한 사발 마셔보길 권한다.
경제 살리는 데 힘깨나 쓸 수 있고 여차하면 서로 멱살잡이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이선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