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남자 최고위원에 비해서, 목소리가 더 씩씩하고, 몇몇 후보의 선동적인 목소리에 살갗이 떨리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나오셔서 말씀하신 분들 중에 가장 아줌마스런 목소리가 이재영 사회자가 아닌가 싶다. <비정규직 철폐> <기층여성조직화>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서 주장한 것은 좋았다. 콘크리이트 (일명 공구리)에 비유를 좀 하자면, 좋은 콘크리이트는 ‘강도’ 뿐만 아니라, 내구성 및 경제성을 가져야 한다고들 한다. 여성 최고위원 후보들의 ‘강도(투쟁 경력, 다짐등)’는 사실 일반부문보다 더 나은 것 같다. 그러나 내구성 (모래, 자갈, 시멘트의 혼합 비율이나, 레미콘에서 사용되는 혼화제, 고성능 감수제 사용등)이라는 측면에서, 아직 민주노동당식 <여성정책-여성정치>를 펼칠 내용이 충분하지는 못했다. 여성정치화라는 ‘강도’는 높았으나, 어떻게 여성정치화하고 그 아젠다가 무엇인지, 장기적 비젼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여성후보자들의 목소리가 컸다는, 즉 강도가 셌다는 말은 그냥 입발린 소리는 아니다. 우리는 이상적인 여성상이 뭐냐고 했을 때, 세계적인 공통이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혹은 촉각으로 느껴지는 여성의 얼굴과 몸이지, 그들이 무슨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행복개념을 가지고 있는지는 부차적일 때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문구= An ideal woman is to be seen more than heard” 여성들의 목소리가 먼저 울려퍼져야 한다는 점 자체가 우선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 평가] 총론적으로 “가부장적 질서와 믿음체계” 비판과 대안제시가 있어야 한다.
서유럽의 여성들과 아랍권의 여성들을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행복하냐 ? 이런 논의는 우선 차후로 미루고, 논의를 한국적 상황과 민주노동당의 당면과제 쪽 가급적 한정시키겠다. 민주노동당식 여성운동의 핵심중에 하나가 될 것은, 바로 ‘가부장적 질서’를 계속해서 조장시키고, 공고하게 쌓아나가는 제도, 관행, 의식등을 타파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부장적 질서와 믿음체계에 대한 저항과 새질서 창출은, 이번 여성 후보들이 이구동성 이야기했던 <여성 노동자>,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차별’ 철폐와 같은 계급해방이라는 과제는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정치 발달수준과 그 구성원리를 고려했을 때, 부르주아 민주주의 (혹은 자유주의) 단계에서 성취된 여성의 정치적 권리 (*호주제 폐지, 불평등 악법 폐지등),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성들의 개인 공간 (personal space)의 확보 – (가) 이는 실제로 여성을 위한 물리적 공간이 엄청 부족하다. 하다 못해 건물 안의 남녀화장실 개수를 비교해보라, (나)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공간 밀착, 여성의 사회적 공간이나 교류영역 자체가 타인에 의해서 침해당하는 방식 (다) 이러한 물리적, 사회적 공간을 확보할 객관적 조건인 경제적 자립과 자기 시간의 확보 – 등은 중요한 과제이다. 더 나아가서 대안적 가족형태에 대한 모색이나, 이미 다양화된 가족형식들(확대대가족, 핵가족, 아버지-자녀들, 어머니-자녀들, 동성커플, 무자녀 가족, 이-인종간 결혼 등)에 대한 논의까지를 민주노동당에서 포괄해야 하고, 이에 걸맞는 여성-정치 아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다시말해서, 한국은 자유주의 여성운동, 사회주의적 여성운동, 그리고 생태운동에 근거한 에코페미니즘 등 여러가지 색채의 여성운동 내용이 중첩/복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갈래의 여성운동의 흐름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여성연대 Sisterhood 를 강조하는 흐름, 계급철폐 주장, 미군의 야만적 행태 고발, 반전 등)을 민주노동당에서 보다 더 급진적으로 해석하면서, 다른 정당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 놀란 것이 있다. 한국에서 몸짱 아주메와 “웰빙”이 그렇게 유행처럼 퍼진다고 하는데, 민주노동당 여성최고위원들이 그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랬다. 여성정치-여성아젠다를 <반미><노동해방>과 같은 거대담론과 병렬시키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뿌리박은 문제들 역시 깊이있게 다뤄야 한다. “웰빙 well-being”은 단지 쁘띠부르조아, 혹은 중-상류계층 여자들이나 관심있는 것인가? 민주노동당의 여성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아직 전체적으로 경직된 느낌이다. 여성정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더 유연하고, 개방된 자세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자신감있게 다양한 주제들을 포용하는 민주노동당 여성정치를 기대해본다.
[다른 나라들의 남성위주 노동조합 운영을 탈피해야 한다]
민주노동당내 운영방식과 행태만을 보더라도 금새 드러나지 않은가? 서유럽 노동조합 운동이 ‘탈-정치화’ ‘체제내화’되거나, ‘코포라티즘’이 사회관행으로 그친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에 하나가 노조가 ‘백인 남자 우월주의’에 근거했기 때문이라는 보고서들이 많이 나왔다. 50-80년대 서유럽이나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노조들이 무력화된 이유들 중에 하나가 바로 백인 남성위주, 경제주의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한국 경제구조와 노동시장 조건으로 인해 발생한 <여성 비정규직>의 급증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비판과 그 대안제시는, 백인남성위주로 운영되다 체제내화되어 버리고, “급진성”이 탈각되어 버린 서유럽이나 북아메리카의 노동조합과는 다른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다시한번 물어야 할 것같다. 민주노동당식 여성정치는 무엇인가? 민주노동당내 여성최고위원이 할 일이 무엇인가?
[아래는 각 후보들의 공약 및 핵심 주장 정리] --------------------------------------------------------------------------------------------------------
김미희(1): 여성 교육, 지역구 재정 문제, 민중연대에 적극 참여, 당내 전문가 발굴 및 당내 의견수렴, 시립병원 건립운동, 진보적 여성단체 강화, 2006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여성 출마 30% : 미국에 당당한 나라, 여성이 주인되는 나라 만들겠다. 이라크 파병 반대, 쌀시장 개방 반대, 비정규직 철폐, 미군기지 이전반대, 민주노동당만이 해결할 수 있다.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홍승하(2): 최고위원 자질은 정치적 판단력과 집행력이다. 여성/소수자 편에서, 혁신의 태도로 임하겠다. 여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최고위원이 되겠다. 날마다 당을 혁신하겠다.
이정미(3): 기층 조직으로부터, 여성간부, 여성후보를 발굴하는데 힘을 쏟겠다. 비례대표 선거과정에서 가장 사랑 받았다. 당의 통합적 지도력을 위해서 힘쓰겠다. 현장-중앙을 잇는 통합의 지도력, 여성이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
유선희(4): 뼈빠지게 일하면서 피눈물 흘리는 노동자들을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현재 미군의 이라크 여성 성폭행 등 야만적 행태를 비판해야 한다. 말 많은 정당이 아니라, 실천으로써 해결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청소년, 청년의 힘을 모아내야 한다. 광화문에서 촛불 투쟁, 피켓투쟁을 하겠다.
김진선(5): 소수 엘리뜨가 아닌 민중여성들이 정치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의회중심이 아닌 민중중심의 정치하겠다. 민주노총에서 10년 간 일했다. 말이 필요없는 실천가, 혁명성, 경험성이 뒤따랐다. 당의 행정 공개, 당직-공직 겸직 금지, <의원단> 등 당 간부 보고서 작성, 직접 민주주의 실시하겠다.
박승하(6):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정치 세력화하겠다. 770만 여성 노동자 조직화에 힘쓰겠다. 생활정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더 낮은 곳으로 가야한다.
박인숙(7): 20년의 노동운동의 경험을 살려 여성 노동자의 정치참여를 유도하겠다. 10명의 의원단과 효과적으로 대중투쟁을 벌여 나가겠다. 지구당을 강화해서, 2006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승리를 위해 일하겠다.
김은주(8): 7년간의 중앙위원회 경험을 살려, 당원 속에서, 당원을 교육하고, 노동자 중심성, 진보적이고 여성적인 계급적인 정당이 되게 하겠다. 능력있는 최고 위원이 되겠다.
황혜로(9): 청년이 자주 통일의 주체로 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청년학생 당원들이 민주노동당의 집권을 위해서, 조국통일을 위해서 앞장서 투쟁하겠다.
정현정(10): 젊은 당을 만들겠다. 민주노동당을 현실 정치정당으로 국민들이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 젊은 청년들의 참여가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다.
김혜련(11): 노동자 중심성을 견결히 지켜나가야 한다. 신자유주의-세계화 정책에 맞써 반-자본주의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을 전개한다.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노동당을 만들어야 한다. 브라질 PT 뻬떼 당은, 세계사회포럼을 조직했다. 아시아 사회 포럼 등을 민주노동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