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의 엔딩 크레딧
영화가 끝나면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지만, 어떤 이들은 끝까지 남아 스크린 위로 천천히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을 바라본다. 그 장면에는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함께 수고한 흔적을 담고 있다.
감독과 배우처럼 잘 알려진 이름도 있지만, 조명과 음향, 분장과 소품을 맡은 사람들, 촬영 현장을 정리한 사람들, 때론 배우와 제작진의 식사를 준비한 사람들까지 기록된다. 어떤 이름은 크게 적히고, 어떤 이름은 작게 지나간다. 앞에 배치된 사람도 있고, 한참 뒤에야 등장하는 이름도 있다. 영화 제작 공헌도와 역할의 중요도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 크기를 나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엔딩 크레딧은 세상의 방식과 다르다. 하나님은 사람의 이름을 크기로 기억하지 않으시고, 충성으로 기억하신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자와 두 달란트를 받은 자에게 동일하게 “잘하였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하나님은 맡겨진 몫을 얼마나 성실히 감당했는지를 보신다. 눈에 띄는 자리에 섰는가보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끝까지 성실과 책임을 잃지 않았는가를 더 귀하게 여기신다.
사람들은 무대 위의 주인공만 기억하지만, 하나님은 이름 없이 섬긴 이들의 눈물과 수고를 하나도 잊지 않으신다. 우리는 화려한 주연은 아닐지라도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성실하게 자기의 몫을 감당하면 된다. 교회에서 말없이 의자를 정리하던 손길, 가족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던 부모의 무릎,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정직하게 살아낸 하루까지 하나님은 모두 기록하신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하나님 앞에서는 하나의 긴 엔딩 크레딧과 같다. 화려한 업적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킨 충성이다. 언젠가 인생의 막이 내리고 하나님 앞에 서는 날, 세상이 알아준 이름이 아니라 하나님께 기억되는 이름으로 남는 것, 그것이 믿음의 사람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엔딩 크레딧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