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5 – 대대장의 승은을 입다.
앞서 말한 것처럼 놈은 글도 읽지 못하는 문맹자로서 억수로 재수 없게 징집되어 군생활을 하고 있었다. 인사장교가 보고했는지 아니면 인간극장에나 나올 감동적인 부하의 이야기를 우리 중대장이 이야기 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대대장의 귀에 까지 놈의 사연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대대장과 놈의 대면에 관한 이야기는 실제 내가 보지는 못했고 우리 중대 3소대에서 대대장 따까리로 파견되어 있던 선임이 직접 보고 우리들에게 전해준 내용인데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MROTC 출신이었던 대대장은 어느 날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던 놈에 대한 사연을 듣고 직접 놈을 만나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다지 용감하지도, 책임감이 투철하지도, 명석하지도 못했던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 대대장은 자신의 500명 가까운 부하중 하나인 놈을 딸딸이를 돌려 대대장 벙커로 호출했었다고 한다. 생김새 만으로 보아서는 당장 원산만에 상륙시켜 북조선을 해방시키는 특수전사의 임무를 맡겨도 될 듯했지만 놈이 정말로 글을 읽고 쓸 수 없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고 느꼈는지 말똥가리 두 개의 대대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야 김해병! 너 말이야, 진짜 글을 모르나?”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악!”
“너 대대장인 나한테 거짓말 하면 영창 간다.”
“악!”
“그래...... 글을 모르니 힘든 점이 많지?”
“악!”
본인이 직접 놈의 상태를 점검한 대대장은 그때 심각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아마 이대로 놈을 데리고 정예해병대대를 이끄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며 이에 따라 대대장은 놈에게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고 한다.
“그래 김해병, 자네 고생이 많다. 근데 말이야 글을 모르고는 군생활을 하기 힘들어. 그렇지 않겠어? 그래서 말인데 김해병, 내가 널 제대시켜 줄 테니까 말이지 사회 나가서 열심히 살어.”
이렇게 자기 휘하의 특이 사병을 제대시킨다는 것은 그때만 해도 우리 조선의 병력 자원이 차고 넘칠 때라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2대 독자만 되면 군생활을 단기코스로 6개월 만에 끝낼 수도 있었다. 그 해당자들이 우리 친구들 중에 3사관학교에서 근무한, 지금은 이름을 바꾸고 열심히 영천에서 살아가는 이모 친구와 자천지서를 열심히 지키고 점심때가 되면 집으로 밥 먹으러 갔다 왔다 했다던 서모 친구가 있다.
하여튼 대대장은 진지하게 놈을 제대시켜야 겠다는 말을 꺼냈던 모양인데 첫날밤에 서방님이 옷고름 풀어주기를 다소곳이 기다리는 신부처럼 대대장실에 대기하던 놈의 입에서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대대장님!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열심히 군 생활 잘할 수 있슴다. 믿어 주십쇼!”
“!!!!!!!!!!!!!”
뭘 용서해야하는지는 모르지만 놈은 그때 아마 대대장이 자기를 대단히 미워해서 군생활을 못하도록 내쫓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랬으니까 열심히 근무 할테니 제발 제대시키지 말라고 했지 않겠는가?
하루 하루 자신이 제대하면 받을 연금 계산으로 세월을 보내던 대대장은 크나큰 자신의 은총에 대해 이렇게 반응하는 놈을 보며 그 자리에서 뒤로 나자빠졌고 상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작전장교가 좃빠지게 군의관을 불러들여 링겔을 팔뚝에 두 개나 꽂고서야 상황이 안정되었다고 한다. 자리에 쓰러져 숨만 헐떡거리며 얼굴이 노래진 대대장을 보고 말똥가리 한 개의 작전장교는 아마 놈이 대대장을 암살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나 의심했을 것이다.
“이 시박쉐이, 니 대대장님 옥체에 함부로 위해를 가하려고 했지?”
“............”
“아냐 아냐, 작전장교. 저 대원 야단치지 말게.”
“그럼 어쩐 일로 이렇게.....”
“저 대원 말이야, 정말 훌륭하다네.....”
그랬다. 당장 집에 보내주겠다는 대대장의 호의를 거절한 것은 서른이 넘도록 한번도 남자에게 안겨본 적이 없는 지지리도 못생긴 무수리에게 오늘 밤 전하를 홍콩 보낼 준비를 하라는 도승지의 전교를 걷어찬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니 대대장에게는 놈이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 해병대원으로 보였겠는가!
우리가 군대 생활을 하던 당시에는 한 놈당 1000만원에서 5000만원을 받고 겁나게 많은 멀쩡한 놈들을 군면제 시키던 시절이었고 그 역할을 박원사와 원준위라는 육군 간부가 했다고 몇 해 뒤 한동안 온 나라가 벌집 쑤신듯 했었다. 하긴 어느 유력한 대통령 후보도 자기 아들 둘 모두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 면제 되는 바람에 쪽은 쪽대로 팔리면서 선거에서 두 번이나 패하지 않았던가? 또 그런 사연을 보고 졸라 통박을 빨리 굴린 전라도 출신의 어느 야당 대통령 후보는 자기의 아들을 해병대로 떠밀다 시피 보냈었다.
그렇게 자신의 이십년 넘는 군생활 동안 일생 일대의 감명을 받은 대대장은 당장 중대장을 불러 들여서 명령했다고 한다.
“야, 중대장 임마, 저렇게 훌륭한 대원을 왜 아직 저렇게 쳐 박아 뒀어? 당장 모범해병 표창 상신해!”
그랬다. 정말 그 주 토요일 오전에 대대 연병장에 열린 대대과업정렬에서 놈은 당당하게 지휘대에 불려 올라가 대대장으로부터 모범해병 표창과 함께 부상으로 4박 5일의 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대대장은 놈의 손을 살포시 잡고 마이크도 쓰지 않고 우리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훌륭한 대원이 나의 휘하에 있음이 자랑스럽다! 하하하!”
놈이 그렇게 대대장과 짝짜꿍이 되어 그의 승은을 입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실 나도 졸라 부러웠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때는 방위병 제도가 있어서 18개월이나 12개월, 혹은 6개월을 집에서 도시락 사서 다닐 수 있었다. 사실 나도 거기에 해당되어 6개월만 쫄랑 쫄랑 방위로 복무하면 군역이 끝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경주 경찰서 형사 노릇하고 있는 놈과 술쳐먹고 미치는 바람에 자원입대해서 현역으로 꼬박 2년 2개월 20일을 쓸데없이 복무했었다. 그때 먼저 군대 가서 양구에서 뺑이를 치면서 내가 자원해서 군대 간다니까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욕을 졸라 하던, 서울에서 덴탈클리닉을 운영하는 조모라는 친구의 충고를 무시한 게 내 일생일대의 과오였다...... 이 놈도 아주 가끔은 쓸모가 있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첫댓글 덴탈 클리닉이 아니라 덴탈 랩이다 인마
나는 도저히 못 죽이겠네..
둘이서 함 떠 봐~ㅋ
@hyun-a 내가 이겨.
짜식이 비리 비리하잖어.
@저산너머 존 만한 씁송구리
디진다
@이빨 욕하마 진거다...
졌지?
@저산너머 그래 졌다
입으로는 못 이길따
무슨 여자도 아니고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