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전문가 오씨가 우리집 고추를 보고 부러워합니다
얼마전 월미1통 부녀회장댁 고추 200포기
옆집 오씨네 고추 150포기를 심었는데 둘다 비실 비실하여 올해는 고추농사 끝났다 하며
걱정을 하니 동네 꺽다리 아줌마가 뭔가 한병을 들고 온다.
오가피액기스란다 물과 썩어 주라기에 이틀에 한번씩 정성을 다해 고추에게 뿌려주고 EM(미생물발효제)도 함께 주었다.
그리고 고추사이 사이에 요소비료도 주었다.
덩치에 걸맞게 마나님이 넉넉히 주는걸 보고 "이 사람이 고추가 체하겠네" 했지만 내 소리를 몾들은듯...
얼마 후 다 죽어가던 고추가 잎이 짖게 변하며 고추가 달리기 시작한다.
고추나무 아래 누렇케 된 떡잎과 가지 사이에 있는 꽃을 모두 짤라 주었다.
지인이 농업대학에서 배워 만든 유기질 액비를 한통 가져다 주어 시간날때 마다 뿌려 주었다.
어는날 고추 옆구리에 비료를 주고 있는데 오씨가 와서는 호들갑이다
요소비료가 아니라 복합비료를 주어야 한단다.
나 원참 집사람은 다시 요소를 주어담고 복합비료를 주었다
얼마 후 밭에 갔다오던 오씨가 울상이다.
오씨네 고추가 다 죽어간다고 그래서 농업기술센터에 갔더니 요소를 주라고 한단다.
비러먹을 맨날 들락 거리며 자문을 해 준다고 해서 시키는 데로 따라 했더니
뭔넘의 전문가냐 하면서 고추 옆구리에 준 비료는 잘 주었다고 묻어 두었다.
우리집 고추가 잘 된 이유중 하나는 매일 집사람이 고추밭에 들락거린 이유도 있을것 같다.
옆지기 친구들이 오면 일부러 고추밭에 데리고 가서 고추 농사가 어떠냐 하면서
고추를 따가라고 하면 궁디를 하늘로 치들고 고추를 딴다.
지가 고추인데 어쩌랴...
언젠가 옥천 이원에 묘목을 사러갔는데 비료 주는 법을 물으니
키를 크게 하려면 요소를, 살을 찌게 하려면 복합을 주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 이제는 키도 커지고 몸도 좋아지겠구먼 하고 그냥 놔두기로 했다.
오늘 아침 땀을 흘리며 액기스 비료를 주고 물 빠짐을 위해 고랑도 정리 하고 왔다.
매년 고추는 농작물에서 빼기로 마음 먹고는 일년이 지나면 다시 고추를 심는다.
매력있는 농작물이다.
이렇듯 애를 태우는 농작물은 없다.
애인을 사귀다 서로 삐져 싸우다가 다시 만날때 기쁨처럼 고추는 나에게 실망을 주었다가
다시 환한 미소를 던져준다.
비가 오고 나면 바로 약을 해야하고 커가는 고추대를 묶어줘야하고 비료도 주어야 한다.
그러다 어느날 탄저병이 오면 그해 농사는 끝이 난다.
고추를 기르는 동안 스릴넘치는 영화한편 보는것 같다.
첫댓글 애태우는 농작물. 그럼에도 그 과정을 일일이 거두고 챙기는 모습에서
깊은 신뢰감이 느껴집니다. 농작물도 농부가 믿어주는 만큼 더 잘 자라게 되지 않을까요?
큰 것 하나 건지셨습니다. ㅎㅎ
역시 오씨는 오씨입니다.
언제 한 번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