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in부산] 폐결핵을 앓던 소년, 의사가 되어 꿈을 이루다! (3월호)

[영화처럼]

국제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를 이끄는 정근 병원장을 만나다.

폐결핵을 앓던 소년,

의사가 되어 꿈을 이루다.

작년부터 6천 여명의 의사를 이끄는 부산광역시의사회 회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근 병원장. 현재 대한의사협회 중앙이사이자 서면메디칼 센터대표원장, 부산 YMCA 이사장, 재단법인 그린닥터스 상임대표 뿐만 아니라 올 3월에는 서면 최초의 종합병원을 개원하는 등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이런 약력만 보아도 그의 밑바탕에는 남다른 창조경영과 열정, 도전적인 리더십의 힘이 있지 않을까 지레 짐작하게 되는데...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항상 평탄하고 성공만 쟁취했던 삶을 살았을 것 같던 그의 청년시절은 아픈 몸 때문에 꿈을 접을 뻔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번 ‘헬스 IN 부산’창간호에서는 ‘정근’병원장의 꿈 스토리를 소개한다.

의사가 되어 아픈 이들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

Q 언제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나요

1975년 진주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폐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탓에 약을 타러 가기 위해 매달 진주의료원을 드나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의사 선생님이 입고 있는 하얀 가운과 청진기를 보고 어린 저는 생명을 살리는 귀한 직업에 대해 처음으로 경외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폐결핵은 치사율이 꽤 높은 전염병이었고 장기간 약물 치료를 요하는 터라 적지 않은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투병생활 때문인지 어느 정도 병이 완쾌되면서 의사가 되어 아픈 이들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Q 의사를 결심했어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어

떤 시행착오를 겪으셨나요

고교 3학년이던 1977년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 사립의대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나름대로 준비를 해 자신감을 갖고 서울행을 나섰으나, 보기 좋게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1년 동안 재수하면서 다시 폐결핵이 재발하였고 가래에 피가 묻어 나오고 죽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단어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추락도 아니고 스무 살 청년에겐 완전한 추락처럼 느껴졌습니다. 신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참기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도 마음이었습니다. ‘의대를 지원하지 않았으면 나도 대학생이었을 것인데…’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떠오르며 마음이 어지러웠습니다. 재수시절을 끝낼 때쯤 다시 서울지역의 의대에 진학하려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을 고려해서 뜻을 접고 국립인 부산의대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결국 폐결핵을 않던 한 소년이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선생님을 보고 다짐했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였습니다.

Q 그중에서 안과전문의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부산대병원 안과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안과 병실을 도는데 할머니 한분이 ‘내일 눈 수술을 받는다’고 하시면서 지팡이를 들고 보호자의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을 찾아 헤매고 다니셨습니다. 단순히 ‘앞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다음날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어제 마주친 할머니께서 시력표를 줄줄이 읽고 계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어떻게 저런 일이…”

20세기 부산대학교 병원 안과에서 성경 속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부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마치 처음 연애하며 사랑의 열병을 앓은 듯한 느낌으로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이런 충격의 열병으로 안과인턴을 마치면서 반드시 안과를 전공해야 되겠다고 결심하고, 장님을 눈뜨게 한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처럼 눈 먼 사람들에게 세상의 광명을 되찾아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Q 10년 전만 해도 안과가 비인기 과목이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대는 없으셨나요

네, 부모님, 학교 선후배 모두 입을 모아 충고했습니다. 제가 전공을 선택할 당시인 1985년 경에는 안과가 안경만 맞추는 것으로 치부되던 시절이었고, 의학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내과였습니다. 끝내 탐탁해 하지 않으셨던 부모님께 “10년 정도 지나 보세요. 아이들은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고, 오락게임 등 눈의 건강을 해치는 환경속에서 자라게 되므로 안과 의사들의 역할도 커질 것입니다. 또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들이 백내장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므로 안과는 엄청 인기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라고 설득했습니다. 당시 예측이 적중해 안과의사가 된지 18년이 지난 지금은 의대생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이 안과가 되었습니다.

부산 지역 환자의 역외유출을 막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

Q 작년부터 부산광역시의사회 회장으로서 활동하고 계신데, 2010년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지요?

부산광역시의사회 회장으로서 2010년의 화두는 부산 지역 환자의 역외유출을 막아내는 것입니다. 우리 부산광역시의사회를 비롯한 부산의 의료인들은 부산 의료수준을 수도권에 손색없도록 유지하기 위해 부산지역 대학병원과 개원가의 협력 시스템 구축을 확고히 할 것입니다. 또한 동네의원들은 수술 환자들을 부산지역 대학병원으로 안내하고, 대학병원은 수술이 끝난 환자들을 다시 동네의원에 보내는 상생의 의료를 펼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Q 현재 북한 개성공단 내 개성병원을 운영중인 재단법인 그린닥터스 상임대표이신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시면 이야기 해주세요.

그린닥터스의 개성병원이 진료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1월 11일입니다. 북측의 개성공단지역 행사개최 금지 등으로 개원식 일정도 몇 번이나 연기되기도 하고, 북측이 ‘그린닥터스’ 라는 간판이 영어 명칭인 것과 기독교인들의 활동에 대해 문제 삼는 등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2005년 5월경 연탄가스 중독 사고를 당한 북측 고위인사를 개성병원 의료진이 치료해 살려내면서 북측의 태도는 급변했고 양질의 항생제 등의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자 북측은 개성병원과 그린닥터스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일은 2007년경 개성병원에서 남북측 의사가 공동 진료 문제를 논한 때 일입니다. 남측정부와 북측이 3개월 이상 지루하게 협상만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였는데, 북측 고위인사와 30분간의 면담으로 원만한 해결을 이루어 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Q 지난해 11월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개도국 원조를 주도하는 선진국 클럽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에서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린닥터스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우선, 대한민국이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우선적으로 북한의 의료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개성병원의 시설 현대화, 대한결핵협회와 공동 북한 결핵퇴치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국내의 외국인노동자, 새터민들에 대한 무료진료를 꾸준히 추진하며,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중국 등 의료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 달려가 의료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서면 최초의 종합병원‘온 종합병원

Q 3월에 서면에서 개원하는 ‘온 종합병원’은 어떤 병원인가요?

한마디로 서면 최초의 종합병원입니다. 그동안 부산의 중심지이지만 종합의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서면일대에, 서면 유일의 최첨단 도심형 종합병원이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외부에

서 들어오는 병원 입구에는 경남 산청군에서 기증한 정자를 비롯한 조경공원이 조성되고, 외래 진료실과 병실마다 내걸린 판화가 병실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특히 11층에 위치한 특실은 호텔 같은 병원, 즉 ‘호스텔(Hostel)’이라고 불리는데 옥상의 하늘공원까지 갖춰져 있어 더욱 품격을 높입니다.

Q 다른 병원과 차별화된 점은?

온 종합병원은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종합병원 진료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일반적인 종합병원 진료시스템은 과별 운영방식지만 온 종합병원은 이와는 달리 센

터 중심의 운영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즉 뇌신경센터는 풍부한 임상경험의 신경외과 전문의를 비롯해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팀을 이루고, 턱 얼굴센터에서는 치과, 이비인후

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협진을 합니다. 또한 척추·관절센터는 신경외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손발을 맞추고, 대장항문센터의 경우는 외과와 소화기 내

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팀을 이뤄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진료 만족도를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앞으로 어떤 병원을 만들어 가실 계획이신가요?

서면 최초의 종합병원으로서 환자들이 편리하게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명색이 부산의 중심가인 서면지역에서 토털케어가 불가능해 의료관광에 관심을

보이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쉬움을 안고 돌아간 바 있습니다. 이에 온 종합병원은 국제부를 두고 서면 메디컬스트리트의 의료관광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설 예정입니다. 4개 국어로 된 홍보 팜플렛 제작과 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의 의료관광객 모집에 대비해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들을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로 채용할 예정이고, 향후로 개성병원의 의료진 수급과 관련하여 온 종합병원이 적극적인 활동도 전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온 종합병원은 서면 유일의 첨단 종합병원으로서 도심 속의 휴양시설을 표방하며 우수한 의료진과 최신 의료장비로 생

명을 온전하게, 세상을 따뜻하게, 인류를 건강하게 하는 병원으로서 부산을 넘어 세계로 도약하는 병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