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허름한 골목 안쪽에 외형만큼이나 내부도 허름한, 신랑이 오랫동안 다니는 단골집이 있다.
이스턴호텔에서 신설동 쪽으로 올라가다 신호등 앞에 김밥사랑이 보이면 바로 작은 골목안으로 들어서 옻오리, 옻닭전문점이 보인다.
오시는 분들이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고들...
밑찬이다.
벌교에서 가져온 생된장에, 청양고추, 삭힌 깻잎과 마늘, 상추무침이 나온다.
한방옻오리 한냄비가 40.000원.
양은 남자 4명이 먹기엔 적당할 정도로 푸짐하며, 부추를 가득 올리고 나왔다.
주인아저씨와 인사를 나누는데 아따메 또 전라도 벌교 분이시네이~
고향분하고 통하는 것은, 부추의 전라도 방언 '솔'ㅋ
부추(솔)를 뒤적거려 보니 옻오리의 국물 때깔이 시커멓다.
옻오리 다른곳도 먹으러 다녀봤는데 이렇게나 시커먼곳은 처음이다.
약성이 넘 넘치는 것 아닌거 몰러. 흐흐흐
테이블마다 돌아 댕김시롱 주인아저씨 손이 바쁘시다.
국물이 끓어 오르면 부추를 국물에 살짝 데쳐서 따로이 큰 접시에 내주시고
오리고기도 살을 잘 발라서 큰 접시에 따로이 담아 주시는데
고기는 너무 많이 꺼내 놓으면 식어버리고, 질겨지니 조금씩 먹을 만큼만 꺼내서 뜨끈하게 먹으라신다.
그러고는 먹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는데
매운 고추를 이렇게좀 썰고나서,
깻잎을 깔고, 부추에 양념상추 올리고, 고기에 생된장 찍어 마늘초절임과 청량고추가 꼭 들어가야 맛나다고...
하나하나 먹을때는 그냥 그렇더니만
진짜로 이렇게 조합을 해서 먹으니 맛나드라고.
오리고기가 꼭 토종닭처럼 쫄깃한것이 역시나 뜨끈할때 먹으니 좋고,
어우러진 부추맛과 매콤한 청량고추가 입맛을 확 돌게 만들면서 새콤한 마늘과 양파 초절임이 개운하다.
국물도 식으면 안먹게 되니, 딱 한국자씩만 자주 떠서 먹으라고 하신다.
국물에는 전혀 간이 되어 있질 않지만
괴기보다는 역시나 이런 음식은 국물이 진국인지라, 그만할때까지 리필을 해줄테니 양껏 많이 먹으라고 하시는데
이집 주인 아저씨, 설명도 푸지시고, 인심도 푸지시고.ㅎ
10.000원을 추가해서
뻘뻘 살아있는 낙지하고 전복을 국물에 데쳐먹기로 했다.
낙지는 녹동, 목포, 무안에서 골고루 들어 온다고 하시면서
아저씨 팔길이 만큼이나 큰, 살아있는 녀석을 들어 보이신다.
끓는 옻오리 국물에 전복을 먼저 넣고 나서는 낙지는 오래 끓이면 절대 질겨서 안된다고, 나물데치듯 살짝 넣어 숨만 죽여서 꺼내신다.
야들하고 부들한 낙지에, 식감좋게 삶아진 전복에
아주 기냥 기력충만 지데로 하는 날이다.
주인 아저씨의 친근한 입담까지 어우러져 먹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국물 맛도 더 진해지고, 때깔도 더 진해지고
마무리로 죽까지 쑤어 먹었다.
이날도 우린 마지막 손님.
옻오리 먹고 나와
동대문 사거리에서 바람맞아가며 기분좋게 커피 한잔씩을 했다.
옻오리나 옻닭은 조리하는 시간이 있으니 예약은 필수.
사계절 내 먹어도 좋을 한방음식이기는 하지만
특히나 더운 여름철이 오기전 미리미리 기력충전을 해두는 '더운 여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쯤.ㅋ
옻 알러지가 없기에 부담없이 즐겼던것 같고
다른곳과는 달리 유독 시커먼 국물에 넣어 먹은
뻘뻘 살아있는 생물 낙지와, 전복으로 골고루 보양식을 즐겼던것 같다.
[한방옻닭, 옻오리전문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464-10
전화 : 02-743-5186
영업시간 :
휴무일 :
전철역 : 동대문역 5번출구 나와 올레와 큐노래방(김밥사랑) 사이 골목길안
주차 : 불가능
매뉴 : 옻오리 40.000원
첫댓글 와우!! 오리탕 먹어본지가 언제이던가. 언제 갈까요? 샤크님 내가 쏠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