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논두렁 길의 새벽
우리 집의 하루는
늘 새벽에 시작되었다.
아직 해가 뜨기 전
마을이 조용히 잠들어 있을 때
어머니는 이미 일어나 계셨다.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셨다.
아궁이에서 장작이 타오르면
연기는 굴뚝을 따라
하얗게 하늘로 올라갔다.
그 연기를 보며
나는 어머니의 하루가
또 시작되는 것을 알곤 했다.
어머니는
농기구와 점심 보따리를 챙기셨다.
그리고 우리는
논두렁 길을 따라
밭으로 향했다.
밤사이 내려앉은 이슬이
풀잎마다 맺혀 있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이슬이 조용히 흩어졌다.
어떤 날은
들판에 안개가 가득 깔려 있었다.
마을도 들판도
안개 속에 잠겨 있었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잠시 뒤
동쪽 하늘에서 해가 떠오르면
그 안개는 말없이 물러난다는 것을.
새벽을 깨우는
새들의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는
어미소와 송아지가
논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등에는
어린 동생이 업혀 있었다.
어머니는
동생을 업은 채
밭일을 하셨다.
어떤 날은
동생을 밭 한쪽에 내려놓고
그 곁에서 일을 하셨다.
동생은
어머니 등에 기대
잠이 드는 날이 많았다.
가끔 울거나 투정을 부리면
어머니는 단호하게 꾸짖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자식들을
조금 거칠게 키우셨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거칠음 속에는
자식들을 살게 하려는
삶의 단단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어머니 옆에서
잡초를 뽑거나
밭을 매는 일을 거들었다.
일을 하면서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어머니께 들려 드리곤 했다.
친구 이야기,
책에서 읽은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끼리 하던
우스운 이야기들.
어머니는 말없이
그 이야기를 들으셨다.
그러다가
내가 우스운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는 일을 멈추고
크게 웃으셨다.
그 웃음은
들판 위를 지나가는 바람처럼
시원하게 퍼졌다.
나는 그 웃음을 보며
괜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순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갔다.
해가 높이 떠오르면
들판의 안개도
이미 사라져 있었다.
논물은 조용히 흐르고
잠자리와 메뚜기,
개구리와 맹꽁이의 소리가
들판에 퍼졌다.
멀리 마을에서는
저녁을 준비하는
굴뚝 연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 풍경 속에서
어머니는
말없이 일을 계속하셨다.
그때의 나는
어머니의 삶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가끔 그 들판을 떠올리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 마음속에 피어 있는
엄니 꽃은
바로 그 새벽 들판에서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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