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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팬 앞에서 펼친 조-서 '맞수대결' (동영상 추가) 전국 팬초청 공개대국, 조훈현 9단이 흑 불계로 서봉수 9단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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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인구 73억여 명. 거의 평생에 한번 스쳐지나치지 못할 사람들이다. 현미경 들여다보듯 범위를 좁히고 좁혀 바둑의 승부세계만 한정한다 해도 일생 단 한판 마주하지 못한 인연 많다. 그런데 이 두 기사, 370번을 만났다. 오늘까지 371번. 명예와 황금이 걸린 타이틀매치만도 72번. 고래심줄보다 더 질긴 인연. 이쯤되면 전생의 연을 들먹거릴 수밖에 없게 된다. 조훈현과 서봉수. ‘필생의 라이벌’, ‘영원한 맞수’라는 수식어가 절로 붙는 까닭이다. 애증의 40년이란 말만큼 딱 들어맞는 표현이 있을까. 370번을 싸워 조훈현 9단이 251승을 거두고 119패를 당했다. 72번의 타이틀매치에서 58승 14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전적만 놓고 보면 서봉수 9단이 3:7 비율로 밀리고 있는 데도 두 사람을 ‘세기의 라이벌’로 평가하는 데 주저치 않는다. 중요한 길목마다, 승부사로서 맞이하는 기로와 승부처마다 일진일퇴, 용쟁호투를 펼쳤기 때문이다. 3번의 전관왕을 달성한 조훈현 9단의 위업이야 말할 것도 없이 눈부시지만 3번의 전관왕 금자탑을 번번이 허문 서봉수 9단의 멈출 줄 모르는 도전과 기질도 못지않게 대단하다. 조훈현에게 서봉수는 시작이자 끝이나 다름없었다. 370번의 대결 중 백미는 단연 명인전에서의 혈투. 일본에서 돌아온 조훈현 9단에게 처음으로 패배의 쓰린 맛을 안겨준 장본인이 바로 서봉수였다. 군복무를 위해 귀국하고 2년 후, 두 승부사가 정면으로 맞닥뜨린 최초의 도전기가 1974년 제6기 명인전이었다. 평소 연습바둑에서 번번이 나가떨어지던 서봉수였기에 바둑계의 예상은 당연히 조훈현의 우세로 기울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3:1로 무참히 졌다. 충격이었다. 조훈현 9단에겐 비로소 진정한 승부가 무엇인지, 정신이 번쩍 들게 한 사건이었다. 이후 한국기원 기사실에서 두 사람의 연습바둑은 자취를 감췄다. 명인전 43기가 이어오는 동안에 서봉수 9단은 4기에 당시 19세, 2단 단위로 일인자 조남철을 무너뜨리고 명인에 오른 이후 6기에 난적 조훈현을 따돌리면서 8기까지 5연속 제패 했고, 이후 총 7회 우승했다. 이때의 강렬한 인상으로 ‘영원한 명인’으로 불리고 있다. 조훈현 9단은 9기에 마침내 서봉수 명인성을 공략하고 타이틀을 차지한 이후 총 12회를 우승했다. 이창호 9단의 13회에 이은 최다 우승 횟수다. 일진일퇴를 거듭한 명인전의 공방은 한국바둑사에 명승부로 남았고 두 기사를 빼놓고는 명인전 반세기를 말할 수 없다. 43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전국 바둑팬 초청 메인이벤트로 특히 명인전에서 가열찬 승부를 펼쳤던 두 기사의 대국을 일순위로 성사시킨 건 당연했다. 12월13일 강원랜드 컨벤션호텔 4층 연회장에서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11시부터 양웅의 대국이 시작됐다. 최유진 바둑캐스터의 소개로 양 대국자가 무대 위로 올라 관객에게 인사하고 돌가리기에 들어가 대국하는 모습, 시작 20분에 한했지만(이후 옆 공개해설장으로 이동) 이런 공개대국 장면, 얼마 만에 보는 건가. 각자 제한시간 10분에초읽기 40초 3회의 팬서비스를 위한 비공식 속기 이벤트 대국이긴 하나 팬들은 평소 말로만 들어왔던 전설들의 반상호흡을 가까이서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었다. 400여 판에 이르는 대결에 한판을 더한 것이니(더군다나 비공식 이벤트 대국) 승패에 그리 의미를 둘 일은 아니지만, 대국결과는 조훈현 9단이 235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2010년 이후 8연승이다. 이 바둑을 공개해설한 박지연 여류국수는 "초반은 서로 스타일대로 판을 짰다. 조국수님은 기풍대로 발빠르게 움직였고 서명인님은 견실하게 행마했다. 이후 백은 좌변 처리가 잘돼 두터운 국면을 만들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변을 흑에게 틀어막히며 비세에 빠졌다. 백90의 3-3에 둔 수로 우변 중앙(백94의 자리)을 뛰어나와야 했다. 나중 중앙 대마 타개를 잘했는데도 불구하고 반면 9~10집 정도를 극복할 수 없어 돌을 거뒀다."고 총평했다. (하단 [관련기보]를 클릭하면 총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은퇴하는 그날까지 또 마주칠 것이다. 조훈현이 해안이라면 서봉수는 그 해안을 향해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다. 밀려와 부숴지고 다시 밀려오면서 하나씩 하나씩 조훈현의 비기(秘技)를 배웠고, 오뚝이처럼 번번이 일어섰다. 깨소금 같은 사이가 아니어도 서봉수 9단은 이렇게 말한다. "조훈현은 내 스승이었다"고. 조훈현도 배웠다. 서봉수의 승부기질을.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 자극하고 경쟁하면서 서로 보완하고 클 수 있게 해주는 존재, 이런 맞수를 얻지 못하고서야 시대를 누렸다 말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조서 양웅은 하늘조차 도운 승부사다. ○● 2015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전국 바둑팬 초청 특별이벤트 이모저모 보기 ☜ 클릭 |
첫댓글 바둑 tv로 이 대국을 시청했는데 초반 불리, 중반 역전, 후반 재역전 등 치열한 대국이었습니다. 불계패했지만 투혼이 빛난 대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