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대로 (Sunset Blvd.. Sunset Boulevard, 1950) 감독 : 빌리 와일더 (Billy Wilder) 출연 : 윌리엄 홀든 (William Holden, 조 길리스 역), 글로리아 스완슨 (Gloria Swanson, 노마 데스먼드 역),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Erich von Stroheim, 맥스 폰 마이얼링 역), 낸시 올슨 (Nancy Olson, 베티 쉐퍼 역), 프레드 클라크 (Fred Clark, 쉘드레이크 역) 각본 : 찰스 브래킷 (Charles Brackett), 빌리 와일더 (Billy Wilder), D.M. 마쉬맨 주니어 (D.M. Marshman Jr.) 제작 : 찰스 브래킷 (Charles Brackett) 음악 : 프란츠 박스만 (Franz Waxman) 요약정보 : 1950년 미국 |드라마 / 필름 느와르 | 110 분 | 흑백 할리우드의 선셋대로에 위치한 어느 대저택 풀장에서, 한 시나리오 작가가 총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시체를 경찰들이 둘러보고 있다. 저택은 왕년의 무성영화 스타인 '노마 데스먼드'의 소유이며, 죽은 사람은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 '조 길리스'이다.
영화의 구성은 독특하다. 방금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사람이 엉뚱하게도 영화의 내레이터가 되어, 왜 자신이 죽게 되었는가를 플래시백으로 돌아가 설명을 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의 죽은 시신을 오프닝부터 보여주며, 상당히 비극 적인 사건인데도 내레이션은 너무 태평하고 여유가 있으며, 심지어 죽은 자신에 대해 코믹하 나래이션을 날리며 시작한다. ( `그토록 풀장 있는 집을 원하더니, 결국 풀장에서 죽었군.` ) 죽은 조의 나레이션을 따라 시간은 사건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사에서 번번히 퇴짜맞기 일쑤인 가난한 헐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 조 길리스(윌리엄 홀덴)는, 더 이상 일이 없고 수입도 없다. 집세는 밀려있고. 할부로 산 자동차의 할부금도 못내는 처지로 많은 빚을 지고있다. 어느 날.. 아침부터 차를 압류하려고 채권자들이 들이닥친다. 조는 어떻게든 차를 압류당하지 않기 위해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팔고자 제작자를 만나러 간다. 그러나 제작자는, 5분안에 스토리를 이야기하라고 시큰둥해 하고... 조는 또 퇴짜를 맞는다. 조는. 그곳에서 시나리오 검토일을 하는 베티를 보게 된다. 조는 자동차 압류꾼들을 따돌리려고 차를 몰다가, 선셋 대로(Sunset Boulevard) 에서 타이어가 터지자 그 곳에서 우연히 어느 대저택을 보게 된다. 대저택이라지만 이미 폐허같은 저택이다, 잡초가 무성한 정원, 방치된 풀장과 테니스 코트가 있는 대저택은 유령이 사는 듯 하다. 그러나 조는 무언가에 끌리듯 그 집으로 들어선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그 대저택 2층에서 조를 부르는 여인, 노마 데스먼드(글로리아 스완슨)가 거기 서 있다. 저택은 무성영화 시절 대스타였던 노마 데스몬드의 저택이었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 했던 대스타였지만, 토키(talkie)가 등장한 후 대부분의 무성영화 시절 배우처럼 그도 은퇴해서 칩거중이다. 조가 시나리오 작가임을 알자 노마는 한 시나리오를 그에게 보여준다. 은퇴 이후 오랫동안 자신이 주인공을 할 시나리오, '살로메'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50대인 노마는 그 시나리오를 거물 감독인 세실 B. 드밀에게 보여서 여주인공으로 할리우드에 복귀할 망상에 부풀어 있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 했던 대스타였지만, 이제 노마는
한물 간 취급을 받고 있고.. 사람들도 더이상 그녀를 기억하지도 찾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을 대스타로 생각하며 화려한 영화계의 복귀를 꿈꾸고 있다. 조는, 노마에게, '누군가에게 맡겨서 대본을 좀 손보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노마는 조에게 그 시나리오를 다듬어달라고 부탁한다.
노마를 알아본 조가, "당신은 위대한 배우였죠"라고 말하자, 그녀는 과장된
연극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지금도 위대한 배우야. 왜소해진 것은 내가 아니라 영화야..." 그녀가 망상증이 있음을 눈치채고, 그 시나리오는 말도 안되는 쓰레기 글
이었지만 마침 경제적으로 몹시 궁핍했던 조는, 자신이 노마의 그 시나리오를 손봐주는 일을 간절히 원하는 속마음에서 재치있게 거든다. "그 영화들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리고 조는, 자신의 속마음과는 다르게 은근히 튕기면서 그 일을 맡게 되어, 노마의 저택에 머물며 시나리오를 손봐주며 이제까지의 생활과는 다른 상류층의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의 저택에는, 말수가 적은 충직한 집사, 맥스(에리히 폰 슈트로하임)가 그녀의 수발을 들고있다. 조가 대저택으로 이사했을 때, 집안을 보여주면서 맥스가 말한다. "이 방은 전 남편의 방이었습니다."...라고... 조는 노마와 함께 살게 되면서 그녀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간다. (영화는 담담히 조의 시선으로 그녀의 생활을 보여준다.) 낡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완전히 늙어버린 신부와 같은 노마의 모습을... 넓은 집안에는 온갖 호사스런 많은 가구들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고, 그녀의 서재에는 그녀 자신이 가득차 있다.
벽에는 자신의 전성기 시절의 사진이, 액자마다 자신의 여러 모습이 담겨있다. 모두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 그녀의 손길, 그녀의 머리카락 하나에도 열광하던
사람들이 있던 시절의 모습들이다. 노마는 팬레터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 그녀에게 보내는 사람은 집사인 맥스이다. 조는 이런 분위기가 못마땅하지만 백수가 별 수 없어 그냥 버틴다. 물론 처음에는 조도, 노마의 막 대하는 태도,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불만을 표하고 반항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마가 베푸는 사치스런 선물이나 부담스런 애정표현등은 조에게는 불편하고 껄끄럽지만, 잘만 참으면 여유있게 살 수 있다는 현실적인 유혹에 결국에는 넘어가버리고 만다.
노마와 조, 그리고 집사 맥스가 이 대저택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모두, 노마의 화려했던 영광을 불러내고 숭배하는데에 바쳐진다. 맥스는 그녀를 위하여, 팬이 쓴 것처럼 수백통의 팬레터를 쓴다. 노마는 조와 함께 영화도 본다. 집사 맥스가 직접 영사기를 돌리는, 그녀의 전용 영화관에서 보여주는 영화.. 물론 그 영화의 주인공은 무성영화 시절의 그녀 자신이 출연한 <여왕 캘리>(1928).... 등의 작품이다. 각본을 수정하는 2주간의 기간동안만 머물겠다던 조의 초기의 결심도 어느 사이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그녀에게 물들여져,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 되어 노마의 화려한 복귀 무대를 기다리게 된다. 두 사람이 같이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노마는 조에게 서서히 마음이 끌리어 조를 사랑하게 된다.
노마의 집에서 열린 게임날.. 역시 과거의 스타들이 모여 게임을 한다. 이들은 실제 인물들.. Anna Q. Nilsson.. 왕년의 스타. .젊은 날의 무성영화에서 무척 아름다운 배우.. H.B. Warner.. 영국 출신의 배우란다.. 그리고.. 버스터 키튼.. 찰스 채플린과 더불어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명사. 항상 굳은 변함없는 표정으로 수많은 이들을 웃기던 그가, 늙은 모습으로 잠시 카메오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는 이들 카메오 외에도 예전 배우들의 이름이 대화중에 많이 등장한다. ) 밴드를 불러놓고 거창한 송년 파티를 열려하지만... 손님은 아무도 없다. 이제 노골적으로 조를 유혹하는 노마... 서서히 조는 갈등한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도 주고 옷도 사주고..그런 것에 행복하며 안주하던 조도,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어 노마를 떠나려 한다. 그러나 '스타'는... 자신을 떠나는 이를 인정하기 힘들다. 노마의 저택을 나와 친구인 조감독의 파티에 들른 조. 그 파티에서 친구의 애인인, 그리고 전엔 자신의 시나리오를 힐난하던 베티(낸시 올슨)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조는 친구의 애인인 베티를 사랑하게 된다. 노마는 세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고, 간혹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곤 했다. 그래서 그의 저택에는 문에 잠금장치가 없다. 노마는 조가 떠난다고 하자 또 조를 협박하는 듯 자살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는 흔들리는 마음에 그냥 노마의 저택에 머물기로 한다. 이제 왕년의 스타와, 3류 시나리오 작가의 동거가 시작된다.. 노마는 조 앞에서는 대스타였던 자기 존재를 벗어 던져 버린다. 조가 심심할까봐 '맥 세네트'의 '목욕하는 여자'를 섹시하게 연기하기도 하고, '채플린'의 '방랑자'의 판토마임까지 귀엽게 흉내낸다. 한편 시나리오는 완성되고.. 노마는 무성영화 시절 자신과 작품을 찍던 거장 세실 B. 드밀에게 시나리오를 보낸다. 그후 놀랍게도 드밀 감독의 직원에게 전화가 오지만 노마는, 감독에게 직접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받질 않다가 드디어 스튜디오로 감독을 만나러 간다.
외출을 할 때면 호화로운 구식 차를 몬다. 카폰은 금도금이 되어 있고.... 이미 잊혀진 스타기에 젊은 경비원은 그를 들여보내지 않으려 하지만, 오래된 경비원은 노마를 알아보고 반가이 스튜디오로 들여보낸다. 노마는 자신 덕분에 이 파라마운트 스튜디오가 세워진 거라고 조에게 큰소리 친다.(실제 글로리아 스완슨의 지위가 그렇다고..)
노마를 알아본 조명기사가 2층에서 그녀에게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쏘아준다. 화면 중심에서 온몸으로 쏟아지는 빛을 받고 있는 그녀는 진정 '여왕'이자 '여배우'의 모습이다. 그러자 엑스트라들이 노마를 알아보고 줄줄이 그녀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노마 주위에 몰려두는 예전 영화계 동료들... 노마는 다시 영화를 하고싶다는 강한 열망에 젖어들고.. 흐느끼는 모습에서 당시 과거의 스타들의 고통을 그대로 전해준다. (실제 글로리아 스완슨이 그런 처지였으니..) 하지만 직원이 노마에게 전화를 걸었던 이유는, 그녀의 시나리오나 그녀를 부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가진 클래식 차를 소품으로 쓰고 싶어서 빌리기 위한 전화였다. (영화에 나오는 차는, 이탈리아의 명품 수제 승용차인 '이소타-프라스키니' (Isotta-Fraschini) 라고 한다.) 드밀 감독은 노마의 배우시절 열정과 재능에 찬사를 보내며, 그녀를 실망 시키지 않기 위해 배려한다. 이 작품엔 앞선 왕년의 스타들이 실명으로 카메오 출연한 것 이외에도, '세실 B. 드밀' 감독도 실명으로 출연한다. 그는 무성영화 시절부터 토키까지, 헐리우드 스튜디오 시대의 거장이었다. 노마의 시나리오는 형편이 없었고.. 자재담당 직원이 노마의 자가용 때문에 전화했던 것을 몰랐던 드밀 감독은, 차라리 차를 살 것이지.. 다시는 그녀의 차를 빌려달라는 전화를 하지 말것을 지시한다. 조와 노마, 이 둘의 사이에 '베티'가 들어오게 되면서 상황은 크게 변한다.
조와 같이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젊고 활기가 가득찬 베티는, 노마에게 붙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조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베티는 조와 함께 작품을 쓰자고 격려하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던 조도 점점 그녀와 함께 시나리오를 쓰는 일에 빠져들게 된다. 조와 베티.. 둘 사이의 사랑은 속도를 더해가고.... 밤마다 외출하고 들어오는 조에게 집사인 맥스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현재의 그는 노마의 충실한 집사이지만.. 자신이 노마를 10대 시절 스타로 키워준 영화감독이었으며, 그리고 노마의 첫번째 남편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노마가 은퇴하자 자신도 더이상 영화를 찍을 수 없어, 집사역으로 노마곁에 머무는 것이라며, 노마에게 상처주지 말것을 부탁한다.
(여기서..맥스역은 Erich von Stroheim이다. 그 역시 24년작인 'Greed'등을
만든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감독 중 하나였다. 그리고 실제 글로리아 스완슨과 많은 무성영화를 찍었던 감독이었다. 이쯤되면 영화와 실제가 혼돈되기도 하는 등... 이 영화는 이처럼 캐스팅이 절묘하다.) 노마는 과연 영화를 찍게 될지.. 그리고 조는 다른 여인이랑 사랑에 빠진건 아닌지... 이래저래... 점점 무너지는 노마..
날이 갈수록 노마의 시선이 집요해지자, 조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처음에는 그런 그녀를 적당히 이용하기로 했을 뿐인데... 조가 노마의 사랑에서 벗어나려고 할 즈음.. 노마도 그에게 젊은 여인이 있음을 눈치채고 질투를 느낀다. 조가 떠날까봐 두렵던 노마는 베티에게 전화를 하고... 이를 듣게된 조는 베티에게 전화를 하여 저택으로 부른다. 조는 베티에게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이야기하고.. 자신의 친구였던 원래의 애인에게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베티를 보내고 난 후 뒤돌아서는 조의 뒤쪽엔.. 노마는 2층에서 그런 조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조도, 더이상 할리웃을 떠나 오하이로 돌아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리고 마침내... 조는, 노마의 사랑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노마는... '평생을 최고의 여배우이자 여왕으로 살아왔다. 갖고 싶은 것, 욕심나는 것은 다 가지며 살아왔다. 아무도 스타를 떠날 수는 없고.. 스타는 나이들지 않는다.'.. 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가 단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조이다. 잡으려고 하면 할 수록 더 멀리 달아나려는 그 남자... 결국 두사람에겐 싸움이 생기고... 조는 그녀에게 현실을 모르는 망상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짐을 꾸려서 떠나려고 하는데... 노마는 권총으로 조를 위협하다가... 결국 그녀는 조를 쏴 죽인다. 지금까지 저 풀장의 조가 지난 일들을 들려준 이야기..... 경찰이 출동하고, 기자들이 자신의 저택에 대거 몰려들고...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들이 노마를 추궁하지만, 정작 노마는 주위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 멍하니 앉아있다가는, 거울을 응시하며 머리를 매만지고 화장을 고친다. 그런 노마에게 스치듯이 '카메라'라는 단어가 들려오고... 카메라란 말에 노마는 반응을 보이며, '심문'이 아닌 '촬영'을 하기 위해 기꺼이 자리에서 일어서 1층으로 내려간다. 시간이 멈춘 듯, 모두가 계단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배경처럼 굳어버린 가운데.. 우아하고 아름답게 계단을 내려오는 히로인 노마.
도도함을 잃지 않은 노마는 그런 광경을 자신의 화려한 영화계 복귀 무대인 것 같은 환상을 한다.
"스타는 늙지 않아... 그래서 스타인걸..."... 이라며 중얼거리는 노마... 그리고.. 노마가 윗층에서 아래층으로계단을 내려오자, 그녀의 실제 감독 이었던 맥스는, 입구에 진을 치고있는 언론사의 카메라를 향해.. 마치 영화를 찍듯 마지막으로 노마를 위해 필사적인 목소리로... '레디, 고!' .... 를 외친다.
조를 죽인 그녀를 체포하러 온 경찰과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가, 마치 자신에게 과거의 명성이 재현된 듯 느끼는 노마..... 언론사들의 카메라 플레쉬가 터지며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내려오는 노마는, 실제 영화를 찍는 듯한 환상에 빠지고 행복하게 포즈를 취한다.
그녀가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 채 카메라를 향해 손을 뻗으며 한 걸음씩 다가올 때 마다 과거에 영광이 재현된 듯 처럼 느끼는 그녀는, 표정과 몸짓으로 처절하게 연기를 한다.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우리와 카메라들과 저기 어둠 속에 있는 경이로운 사람들.. 좋아요 데밀 씨, 난 클로즈업 준비가 됐어요....." 그 처절한 몸짓과 표정이 섬뜩하게 보이면서도... ... 한 편으론 슬픔과 애잔함이 느껴진다..........
Opening Theme from 'Sunset Blvd.' / Franz Waxman 제 23회(1950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각본상, 미술상, 음악상, 의상상 수상. 동년 골든 글로브의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글로리아 스완슨)·음악상을 수상했다.
제목인 ‘선셋대로(Sunset Blvd.)’ 자체가 반영적인 어휘다. 이 거리는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들이 처음 들어서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20년대 후반부터는 스타시스템의 발달과 ‘토키영화’의 대중화로 거부가 된 스타들이 양산됐는데, 이들이 선셋대로로 대거 이주하는 바람에 이 거리는 성공한 스타들의 상징적인 거주지가 됐다. 그러니 제목인 ‘선셋대로’는 영화에 관한 영화임을 충분히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빌리 와일더 감독은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가 유성영화가 출현하면서 몰락해갔던 영화사의 비극을 잘 포착하여 뛰어난 필름느와르 걸작으로 탄생시켰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시절이 지나갔음에도 여전히 그 환상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사는 노마, 그녀를 위해 헌신하는 감독 출신의 맥스, 그리고 재능의 빈곤과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 신분상승하려는 조 등이 등장하여, 영화사의 전환기가 가져다 준 비극의 아이러니를 멋지게 연기한다.
즉 이들은 석양 속에 스러져간 자신들의 영화적 삶을 있는 그대로 연기한 셈이다. 이러한 자기반영의 연기 속에는 어떤 진정성의 느낌이 물씬 나며 감동적이다.
특히 글로리아 스완슨이 변화된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자신이 믿는 환상 속에서 사는 할리우드 흘러간 여배우의 운명을 연기한 것은 대단히 뛰어나다.
또한 그녀가 살인을 하고도 자신의 영화 촬영으로 착각하지만, 막스가 필살의, "레디, 고!.."..를 외치는 장면은 너무나 비감어린 장면이다.
이 영화는 또 영화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의 재현과 판타지에 대해 이 영화는, 영화 형식이 바뀌면 그 또한 바뀐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할리우드라는 특수 세계가 갖는 성격과 그 저변에 깔린 인간의 약점을 포착해내고 있다.
<선셋대로>가 지닌 멜랑콜리한 분위기에는, 영화적인 픽션과 실제를 오가는 캐스팅도 큰 몫을 했다. '노마 데스먼드' 역을 맡았던 배우 '글로리아 스완슨' 은, 실제로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여배우였으며, 그 후 거의 잊혀졌다가 9년 만에 컴백해서 '노마'의 광기를 신들리게 연기했다. (영화속에서... '글로리아 스완슨'은 '컴백'이란 말은 싫고' return'(귀환)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이 역은 원래 '그레타 가르보'에게 캐스팅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절하자 결국 '글로리아 스완슨'이 맡은 것인데, 그녀도 실제 토키가 등장하고는 영화를 찍지 못하던 그런 과거의 스타였다. (이 영화속 '노마'역은 '글로리아 스완슨'의 그 모습 그대로 녹아들었다고 한다.)
시나리오 작가 '조' 역할은 '윌리엄 홀든' 이 연기했다. 처음엔 '몽고메리 클리프트'에게 이 역할을 제의했지만 그가 거절하자, 당시 31세의 '윌리엄 홀든'에게로 돌아가, '글로리아 스완슨'과는 실제로도 20년이 넘는 나이차이를 넘어서는 훌륭한 연기로 그 역할을 다했다.
고전영화의 장인인 '세실 B. 드밀' 감독도 실명으로 출연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 설정과 실제 상황이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드밀'은 당시 <삼손과 데릴라>(Samson and Delilah,1949)를 찍고 있었고, <선셋대로>를 촬영할 때 자신의 실제 스탭들을 데리고 와서 연기했다.
'베티' 역의 '낸시 올슨' 은, '세실 B. 드밀' 감독의 <삼손과 데릴라>의 주인공 이었다. (이 <삼손과 데릴라> 영화에서도 '드밀' 감독은 실명으로 출연했다.)
집사 '맥스'로 등장하는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또한 '그리피스', '에른스트 루비치', '세실 B. 드밀'과 더불어 무성영화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 으로서, '켈리 여왕', '탐욕'등의 작품을 감독했었다. '스트로하'임의 실제 삶과 영화 속의 삶은 '노마 데스먼드' 역을 맡은 '글로리아 스완슨'과 더불어 절묘하게 공명한다.
'노마 데스먼드'의 친구 중 하나로 등장해 카드를 치는 사람은, 무성영화 시대의 감독이자 위대한 코미디 배우인 "Ston Face"라는 '버스터 키턴' 이다. 영화 속에서 조의 표현을 빌리면 “밀랍 인형처럼 앉아 있는” '키턴'의 창백한 얼굴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젊은 날의 글로리아 스완슨) |
글로리아 스완슨 (Gloria Swanson. 1897~1983)
1897년 3월 27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글로리아 스완슨은 무성영화를 거쳐 유성영화시대까지 살아남은 여배우로 젊은 시절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었던 스완슨은 어릴 시절을 여러 곳을 옮겨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시카고에 정착한 후 스완슨은 에세네이 스튜디오에서 엑스트라를 맡아 출연 했다. 그곳에서 월리스 비어리를 만나 1916년 결혼하여 헐리우드로 옮겨간다. 스완슨도 출연한다는 조건으로 남편 비어리는 맥 세네트의 키스톤과 계약을 맺는다.
그녀의 데뷔작은 < Hash House Fraud / The Sultans Wife>(1915)로 이후 로맨틱 코미디들과 눈물을 쥐어짜는 멜로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모으던 중 스완슨은 세실 드밀 감독을 만나면서 1919년에서 1920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린다.
1919년 비어리와 이혼한 스완슨은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불안정한 사생활 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헐리우드의 여왕으로서 더할 수 없는 영화를 누렸다.
1927년부터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감독의 <퀸 켈리: Queen Kelly>(1928)로 파산지경에 이른다.
유성영화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스완슨은 살아남지만, 하는 영화마다 실패하면서 1934년 영화계를 떠난다. 그후 단 다섯편의 영화에 출연했을 뿐이다.
그중에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선셋대로: Sunset Boulevard>
(1950)가 있다. 이로써 그녀는 <새디 톰슨: Sadie Thompson>(1927), < The Trespasser> (1929)에 이어 세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1971년에는 브로드웨이 연극 <나비의 외출: Butterflies Are Free>에 출연하는 정열을 보여주었다. <에어포트: Airport>(1975)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1983년 미국 뉴욕에서 사망한다.
여섯 번이나 결혼했던 스완슨은 사생활이 복잡한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끊임없이 연기에 도전했던 그녀는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한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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