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붕어는 그 생김새나 때깔이 토종붕어와 많이 달라 조력이 조금만 있는 꾼
들이라면 쉽게 구분을 하지만 중국붕어는 사실상 토종과 유사한 점이 많아
전문가들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서 이번 기회에 그나마 판별이 가능한 경우를 예로 들어 중국붕어와 토종
붕어를 비교해 보자.
물론 서식하는 바닥 여건과 방류된 시간에 따라 그 차이는 천차만별이라 이
같은 비교가 다소 의미없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중국붕어가 저수지에 들어가 약 2~3년만 적응하면 비늘의 색이 토
종붕어보다 더 황금빛을 띄는 경우가 있으며 심지어 본래의 '검은 옷'을 완
전히 벗고 하얀 색 옷으로 갈아 입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국붕어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향어 등, 각
저수지의 가두리들이 하나 둘 폐쇄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유료
낚시터들 중 일부 업주들이 대체 어종으로 중국붕어를 들여오게 됐다고 전해
져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수입 어종이 유료낚시터에서 방류,배출되는 데서 그치
지 않고 일부 대류지에까지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타의적이었
다.
누군가 유료낚시터에서 낚은 고기를 몰래 풀어놓았다거나 치어 방류시 섞여
들어갔다는 추측만 해볼 뿐이다.
그러나 대류지 낚시터들도 시간이 지나며 자원 고갈의 문제를 심각히 느끼
게 됐고 그 한 방편으로 수입 붕어의 도입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말에 의하면 대호만이나 천수만 등지에서 잡혀 거래되는 토종붕어는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폐사율도 높다는 것. 게다가 꾼들이 선호하는 대물
을 사다 넣어도 낚시에 그다지 쉽게 빠져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 주둥이 등에서 큰 차이 보여
그에 비하면 중국붕어는 어떤가. 빨리 자라고 가격이 저렴하며 폐사율도 적
고 탐식성이라 저수온에서도 입질이 활발하며 넣으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낚
시꾼들의 품으로 간다.
꾼들도 말로는 중국붕어를 혐오스러워 하면서 꽝을 치는 것보다는 이들 몇
마리라도 건져가는 것을 내심 기뻐하는 눈치다. 꾼들의 이중성일까.
하긴 이같은 모든 일이 토종붕어의 자원 고갈에서 비롯된 것이라 꾼들로서
는 누구를 탓하랴. 모두 자업자득인 셈이다.
처음에 들여온 중국붕어는 그 체색이나 모양이 토종과 완연히 달랐다.
머리가 작고 체고가 조금 높으며 체색이 유난히 검어 '짜장'이니 '짱께'니
하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도입된 일명 '짜지' 붕어는 문제가 약간 다르다.
대부분 관리형 저수지들이 먼저 도입하기 시작한 짜지 붕어는 일단 체색이
덜 검고 체형도 토종과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측선 비늘수도 세어보면 대개가 29개 선이다.
이들 짜지 붕어만 모아놓고 보면 대부분의 꾼들은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이들은 비슷한 씨알끼리 몰려 다니므로 짜지 붕어가 낚이는 곳에서 토종 붕
어가 낚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토종과 구별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사
실이다.
그러나 토종붕어와 중국붕어를 나란히 놓아보면 뭔가 다른 점을 느끼게 된
다.
뚜렷이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딘지 모를 차이점을 꾼들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 차이점은 크게 주둥이와 머리 모양, 체고, 머리에서 등으로 올라가는 곡
선의 경사 정도, 체색 등인데 육안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구별이 쉬운 사진
을 몇 장 실어 보았다.
우선 토종붕어의 경우 주둥이에서 등으로 올라가는 경사가 완만하며 등에서
꼬리까지의 경사율 또한 비슷해 비교적 완벽한 유선형의 체형을 가지고 있
다.
이에 반해 중국붕어는 머리에서 등으로 올라가는 선이 짧고 경사가 높기 때
문에 혹 꾼들은 '붕어가 왜 이리 동글동글한가'하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머리 모양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종은 눈 위 언저리가 움푹 들어가 있는 반
면 짜지 붕어는 오히려 불룩 솟아 있어 다소 투박하게 보인다.
그리고 주둥이에서 아가미까지의 길이가 토종은 길고 중국붕어는 짧아 중국
붕어의 머리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그리고 가장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바로 주둥이. 토종붕어의 주둥이는 그야
말로 자바라에 가깝다. 윗입술이 아랫입술보다 길고 아랫입술을 손가락을 벌
려 당겨보면 머리 길이의 3분의 2정도까지 주둥이가 나온다.
그리고 주둥이의 구경도 넓어 7치급 붕어라도 새우나 참붕어를 삼킬 수 있
다.
이에 비해 중국붕어는 주둥이가 토종의 반 정도로 짧고 구경도 작아 입질이
다소 짧고 시원스럽지 못하다.
체색에 있어서도 수입 어종은 등에 푸른 빛이나 청록빛을 띄고 있으며 아래
로 내려갈수록 검은 빛을 띄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 이는 바닥에 적응하는 기
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므로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
지금도 한강에는 수십 종의 붕어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교잡종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
을 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토종붕어가 천연기념물이 될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그럴수록 토종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떡붕어와 중국붕어가 밉기만 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중국붕어를 미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좋든 싫든 중국붕어는 이제 우리의 곁에서 숨쉬고 생활하는 우리의 이웃이
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종붕어의 자원보호와 증식여건 마련, 치어 방류 등은 낚시꾼들의
몫이다.
토종붕어를 다 잡아가고 이제 와서 중국붕어가 판을 친다고 한탄하는 것은
곧 꾼들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 자기가 낚고자 하는 대상 어
종을 진정 사랑하는 낚시꾼. 어종을 떠나 비늘 하나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마음의 낚시꾼. 미래에 정말 필요한 낚시꾼의 상이 아닐까.
<옮긴 글입니다>
★ 사진으로 구별하기
가장 확실하게 구분되는 토종붕어의 주둥이. 자바라처럼 길고 작은 씨알이라
도 새우를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주둥이가 크다.
중국붕어의 주둥이. 토종붕어에 비해 현저히 짧으며 구경(주둥이의 지름)도
작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중국붕어의 입질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