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산휴게소에서(9:40) 산으로 올라가는 포장도로에는 간간이 얼음이 있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산길에는 밧줄이 달려 있지만 워낙 경사가 급하게 때문에 초보산객은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능선에 닿는다. 이젠 경사가 약해져 힘들지 않게 조금 더 올라가 만인산에 선다.(10:10) 웅장한 덕유산, 특이한 모습의 운장산을 감상하고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는 오늘의 종착지 식장산을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10:15) 내리막길은 안부까지 이어진다. 안부 위에 설치된 세 줄타기를 통과하자 급한 산길이 나타난다. 올라선 전망대에서 잠시 완만한 길로 나아간다.
산길에는 중키의 소나무가 많아 경관이 좋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 가는 산길이 또 경사가 심해진다. 오늘 진행하는 산중에서 식장산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인 성봉에 올라선다.(11:10) 식장산이 뚜렷이 보이고 산줄기가 뻗어 나간 방향이 선명하기 때문에 지도와 나침반 없이도 종주가 가능할 것 같다. 성봉을 뒤로하고(11:23) 잘 손질된 능선을 따라 가볍게 오르고 내리는 산길이 갑자기 곤두박질하듯 내려선다. 이렇게 내려갔다가 얼마나 다시 올라가야 하는 건가하고 걱정될 정도로 한정 없이 내리 뻗는다.
내려선 잘록이에는 이정표 팻말이 서있었다. 이어서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선 다음 조금 평평히 나아가다가 또 급한 산길로 산을 오른다. 올라선 봉우리에서 식장산을 바라보고 가볍게 내리고 올라가 삼각점이 박혀 있는 541봉에 올라선다.(12:30) 541봉서 20분쯤 점심 식사를 한다. 541봉부터는 내리막길이 돼 머들령으로 내려선다. 머들령에서는 왼쪽으로 하산할 수가 있다.
다시 오르막이 된 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은 길로 한동안 서서히 올라가다가 또다시 경사가 급한 산길로 힘겹게 올라가 봉화 터가 있는 봉에 닿는다.(14:15) 지도를 살펴보니 국사봉(480M)으로 어림된다. 국사봉에는 이정표가 잘 나타나 있었다. 국사봉을 뒤로하고(14:25) 한동안 내리막길로 나아가 닭재에 닿는다. 아주 많이 걸어온 것 같은데 만인산에서 12.2Km밖에 걷지 않아 아직도 식장산까지 8.3Km나 남아 있어 기가 질린다. 장거리 등산에 자신 있다는 김애란 총무 제부는 힘들어 닭재서 하산을 한다. 닭재에는 돌탑2기와 정자가 있었다.
또 고행이 시작된다. 양말을 1개만 신어 발바닥이 아프다. 지금까지 진행 중 가장 가파르게 올라가는 산길이 나타난다. 똑바로 길이 나있지 않고 원을 그리듯이 나있는 데도 여간 힘 들은 것이 아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간다. 쉼터 의자 2개가 있는 봉우리에 닿아(15:40) 의자에 배낭을 베개로 벌렁 눕는다. 김애란 대원도 무척 힘들어 하고 있다. 10분 휴식 후 나아간 산길에는 철탑이 나타난다.
또 하나의 봉우리에 올라선다. 시원한 바람이 산행의 피로를 덜어 준다. 이제 식장산이 가까이 있다. 꼬부랑고개로 내려서니(16:15) 하산할 수 있는 길이 나타나고 이정표에는 산내초교 2.5Km라고 쓰여 있다. 꼬부랑고개가 지도에는 곤룡재라고 쓰여 있다. 머들령도 지도에는 마달령이라고 되어있는데 어느 것이 맞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높은 봉우리가 눈앞에 버티고 있어 저 봉우리만 넘으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김애란 대원을 설득하고 힘겹게 그 봉우리를 오르자 또 하나의 봉우리가 기다리고 있어 맥이 다 빠진다. 올라가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내려갔다가 올라야 되니 이거야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간신히 봉우리에 닿아 쉼터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 산행은 대간종주이상으로 힘들지만 지금은 무아경이라 세상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일어나 조망을 하니 서대산이 뚜렷하고 대둔산도 보이고 출발지 만인산도 보인다. 이제 좀 쉬워진 산길을 따라 나아가니 육각정이 나오고 철탑이 나타난다. 이정표가 서있는 동오리고개를 지나서(17:30) 2명의 여성 산객을 만난다. 식장산 정상의 두 번째 송신소 200m를 남겨 둔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산을 가로질러 나아간다.
산길은 한동안 완만히 오르고 내리는 길이 계속된다. 전에 이곳을 다닐 때는 어렵지 않게 가볍게 다녔는데 오늘은 기운이 빠진 탓인지 무척 힘이 든다. 특히김애란 대원은 탈진상태였다. 송신소를 올라 능선을 탈것을... 몇 번이나 후회한다. 약수터에 닿아 물을 세 컵이나 마신다. 이제 오후 6시가 넘었기 때문에 어두워졌다. 회중전등은 있었지만 어두워 방향감각이 잘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름이라 달빛이 있었다.
식장산 정상에 닿아(18:30) 고산사 왼쪽 산길로 나아간다. 어둡기 때문에 산길을 피하고 고산사로 향한다. 약수터를 지나 식장사에 이른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서니 고산사가 나타난다. 널찍한 길로 내려가 차를 세워 둔 지점에 도착해 23Km 장거리 산행을 마감한다.(19:20)
김애란 대원은 잘 걷지를 못해 굉장히 힘들어 하고 있다. 전에 식장산에서 만인산으로 종주할 때는 이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오늘은 배낭무게 탓일까? 산행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말 힘들었다. 대흥동에 있는 유명한 칼국수 집에 가 얼큰한 국수 국물을 두 그릇이나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