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차기 대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최악의 대선은 없었다”는 푸념이 터져나오고 있다. 여야 양강 후보들을 둘러싼 갖가지 ‘리스크’들이 터지면서 누가 더 나쁜 후보인지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나쁜)놈, (더 나쁜)놈, (진짜 나쁜)놈의 전쟁’이라는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대선후보들의 비호감도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는 모두 후보교체론이 재부상하면서 분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 “총선이었으면 벌써 후보교체” 보수.진보 분열 조짐...집토끼도 비상
- 지지율 동반하락 윤석열 ‘김건희 리스크’-이재명 ‘장남 리스크’ 치명타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 비전과 정책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나쁜지 사생결단식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하루가 멀다하고 돌아서고 나면 또다른 의혹과 논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편의 악재로 반사이익을 얻을 틈도 없는 실정이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그러지 않아도 초반부터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등 자신들을 둘러싼 갖은 의혹을 고리로 서로 물고 뜯는 혈투를 벌여왔다.
이재명·윤석열 모두 ‘본인 리스크+가족 리스크’ 휘청
한 발 더 나아가 두 후보는 자신들을 둘러싼 ‘대선후보 리스크’에 더해 ‘가족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치킨 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재명 후보는 그동안 끊임없이 ‘형수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 의혹’ 등 도덕성 논란에 시달려왔고, 대장동 의혹까지 터지면서 휘청거렸다. 이 후보는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도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에게 두 자릿수로 밀리기까지 했다.
이후 조금씩 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던 상황에서 ‘장남 리스크’가 터졌다. 최근 한 언론은 이 후보 장남 이모씨의 불법 도박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이에 사실을 인정하고 초고속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장남 리스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뒤이어 성매매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후보는 성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저도 확인해봤는데 성매매 사실은 없었다고 한다”며 “저도 알 수 없는 일이긴 한데 본인이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 된 입장에서는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인했다.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 등에 더해 끊임없이 각종 ‘설화’를 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후보가 ‘전두환 칭찬 논란’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아프리카 손발 노동’ 등 하루가 멀다하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판을 자초하자 정치권 안팎에선 ‘1일 1망언’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여기에 더해 윤 후보는 그동안 여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온 ‘본부장’(본인·부인·장모)’의혹 가운데 부인 김건희씨 ‘리스크’가 대선 정국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최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김씨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자신이 그동안 내세워 왔던 ‘공정’과 ‘상식’의 가치마저 허물어질 위기에 처하자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李-尹’ 치킨게임 동반 하락, ‘누가 더 치명상?’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가족 리스크’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미 지지율은 타격을 입었다.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은 지난 14일 YTN 보도를 계기로 급속도로 확산됐고, 이틀 뒤인 16일은 이 후보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이 불거졌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지지율이 동반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이 후보에 비해 타격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또다른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더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족 리스크’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윤석열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누렸던 컨벤션 효과는 사라졌다는 점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 실시한 합동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대선 후보 지지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이재명 후보는 2주 전 조사 때보다 3%포인트 하락한 35%를 기록했고, 윤석열 후보는 7%포인트 하락한 29%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2주 전 조사 때보다 2%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6%,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4%였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지지후보 없음, 또는 아예 답하지 않은 유보층이 2주 전 조사(17%) 때보다 8%포인트나 늘어나 25%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양강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리스크’가 영향을 미치면서 대선이 임박한 상황임에도 선택을 유보하는 유권자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의뢰로 지난 20∼21일 실시한 다자대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윤 후보가 35.2%, 이 후보가 32.9%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에 비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하락폭이 더 컸다. 윤 후보는 2주 전 조사와 비교해 1.2%포인트, 이 후보는 3.4%포인트 각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는 7.5%, 심상정 후보는 4.7%,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는 1.3%였다. 갤럽조사에서도 지난 조사(9.5%)에 비해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5%포인트가 늘면서 11.0%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두 후보 모두 ‘본인+가족 리스크’에 휘청이면서 여야 일각에서는 서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가 대선후보로 올라오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후보 교체론’까지 다시 꺼내들면서 집안 싸움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분열 조짐을 보이면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은커녕, ‘집토끼’ 단속에까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분열하는 진보·보수, ‘후보 교체론’으로 시끌
5선 비주류 중진인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난 20일 조선일보 유튜브 방송 ‘정치펀치’에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서 만약 이 정도 의혹이 제기됐다면 그에 대한 공천을 그대로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과거 총선 등에서는 후보를 교체하기도 하고 공천을 취소시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어떻게 이런 후보를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우고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으로 내보낼 수 있겠느냐”면서 “(두 후보 모두) 너무 지저분한 얘기들이 많고 온갖 잡동사니가 망가진 톱니바퀴처럼 얽혀서 재활용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래서는 국민만 피멍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문 성향의 한 원외 정당은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녹음 파일을 대중 앞에서 틀며 후보 교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창당한 친문 성향의 원외 정당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이 공개한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들은 부산 서면에서 이재명 후보 규탄 집회를 열고 ‘형수 욕설’ 녹음 파일 원본을 재생시켰다. 깨시연 측 한 관계자는 연단에 올라 “저런 사람이 대권후보라는 것,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면서 “후보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게시판에는 “제발 민주당 이기고 싶다. 후보 교체하자”, “이대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후보 교체가 필요하다” 등 윤석열 후보의 사퇴와 후보 교체를 촉구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후보 교체 하자는 사람들 다들 미쳤구나. 지금 힘을 합쳐도 부족할 시기, 그리도 분탕질하고 싶은가”라며 후보 교체를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여야 후보 모두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구 선진 사회라면”이라고 동조했다. 홍 의원은 윤석열 후보 방어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홍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후보를 만든 틀튜브(극우 유튜버를 조롱하는 단어), 일부 편파 언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주축이 돼 정권교체의 선봉에 나서 주길 바란다”며 “나는 윤 후보와 정책도 다르고 후보 가족 비리를 쉴드(방어)칠 자신이 없어 도저히 전면에 나설 수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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