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식했습니다.
퇴근하는 길이면 꼬박꼬박 M햄버거점에 들러 햄버거 세트를 사들고 집에 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 모습을 보면 먹지 않아도 흐뭇했습니다.
나 역시 구수한 감자튀김 냄새에 홀딱 반했으니까요.
한 입베어 씹으면 입안에서 감돌던 그 달짝지근하면서도 웬지 모를 그 맛에 행복감을 느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감자튀김이 몸에 그렇게 안 좋다는 것을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알았습니다.
입에 착착 달라붙던 햄버거만 먹으면 밥 안먹어도 된다고 생각도 했습니다.
너무 무식한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심심하면 C후라이드 치킨에 아이들 몽땅 데리고 가서
제일 큰 패밀리 세트를 주문해서 콜라랑 신나게 먹어 댔습니다.
갓 튀긴 닭 가슴살을, 그것도 껍질을 사르르 벗겨 한 입에 넣고 씹으면 그 감촉이란...
트랜스지방산의 기름과 탄산음료와 온갖 인공향료....
나는 무식했습니다.
여름이면 패스트푸드 점에 가서 밀크 쉐이크를 얼마나 사 주었는지 모릅니다.
겨울이면 따끈한 패스트푸드 세트의 온기를 느끼면서 싸 들고 집에 갔습니다.
콜라, 사이다의 맛에 반해 집 냉장고에 채워 놓고 아이들과 같이 마셔 댔습니다.
심지어는 쉐이크와 똑같이 만들어준다고 아예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얼음을 믹서기에 넣고 갈고 커피프리마 잔뜩 넣고 설탕, 딸기 시럽 잔뜩넣고
믹서기로 확 돌려서 먹으면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너무 무식한 짓을 아이들에게 저질렀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하루 종일 마셔 대는 커피나 음료수가 물인줄 착각하고 마셔 대면서
정작 중요한 물은 밥 먹고 입 헹굴때만 대충 몇 모금 마시고 살았습니다.
오줌 색깔이 왜 그렇게 노란색이었는지 그것이 정상인줄 알았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밥을 한 숟갈 입에 넣고 서너번 만에 삼키는것이 그렇게 무식한 짓인줄 몰랐습니다.
배가 불러 터지도록 과식해도 어쨌든 소화가 되는 것을 보면
나야말로 소화력이 왕성하다고 알았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평생가도 영양제 한 알 먹지 않아도 이렇게 살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영양제는 전혀 필요없다고 생각한적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밥 만 잘먹어도 된다고"-
이제는 의사들이 그런 말을 환자들에게 합니다.
심지어는 암 수술한 환자에게도 밥만 잘먹으면 된다고 하더라는 말을 환자에게서 듣고
대경실색 한적이 있었습니다.
나도 그렇게 무식했으니까 할 말이 없었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해 마다 감기에 걸리면 년중행사로 알고 병원에 가서 주사맞고 금방 낫는 바람에
감기만 걸리면 병원에 가서 주사 맞는것이 정상인줄 알았습니다.
그 의사 선생님의 실력은 그야말로 출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생제는 천하 감기의 명약인줄만 알았는데 글쎄 감기에 항생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항생제가 체내에 들어가면 빠져 나갈떄 까지 정상균까지 모조리 죽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나는 너무 무식했습니다.
감기만 들면 병원에 주사맞으러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설마 내가 먹은 음식이 그래도 대기업에서 만든건데 몸에 해로운 식품첨가물이
그렇게도 많이 들어 간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대기업의 광고를 너무 믿고 신뢰한 것이 내 잘못입니다.
어마어마한 식품첨가물이 그렇게 많은 양의 물질을 매일 나와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내가 매일 바르던 스킨이나 로션이 그렇게 징그러운 것인줄 모르고
몇 십년을 그 향기에 취해 매일 얼굴에 처 바르고 생활했습니다.
심지어 사우나에 가면 목욕 후 온 몸에 바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매일 향수를 몸에 뿌려댑니다.
모조리 인공 합성향을 말이죠.
나는 무식했습니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을 만든다고 일찌기 깨닫지 못했는지 너무 아쉽습니다.
어제 먹은 음식이 오늘의 내 몸을 만드는데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너무 몰랐습니다.
내가 먹은 음식은 몸 속에서 18시간이나 머물다가 빠져 나가는데 그 동안에 썩는줄 몰랐습니다.
아침에 변을 보면 왜 그리도 냄새가 지독했는지
방귀를 뀌면 그 지독한 냄새는 남들도 다 그러니까 정상인줄 알았습니다.
나는 너무 무식했습니다.
그래서 유식해지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무식하면 가족을 잡을 수 있을것 같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술 마시고 밤 늦게 집에 오면 배가 고픈것 같아 배가 불러 터지도록 늦은 밤에 과식했습니다.
알코올 기운때문에 위의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다는걸 모르고 배고 출출해서 그런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아들 녀석이 밤 늦게 야식을 합니다.
배고파 먹는 줄 알면서 못먹게 할 수도 없고 미치겠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쫄깃쫄깃한 삼겹살이 왜 그리도 술 안주에 곁들이면 맛이 있는지
남들이 비계덩어리를 맛있게 먹는걸 보면 정말 부러워 했습니다.
나는 왜 저런 기름덩어리는 못 먹을까...
그런데 남들이 그렇게 맛있게 먹는 삼겹살 비계덩어리를 안 먹기 잘 했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중금속이 지방속에 쌓인다는 것을...
나는 무식했습니다.
불에 그을린 고기가 맛있다고
없는 돈에 쇠고기만 사면 베란다에 숯불을 피워 석쇠에 놓고 구워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계란 노른자에 참기름을 살짝 뿌려 찍어 먹었습니다.
연기에 훈제된 그 고기 냄새는 왜 그리도 좋았던지...
고기를 구우면 발암물질이 생성된다는데...
나는 무식했습니다.
숯이라면 다 같은 줄 알고 수퍼에 가서 아무거나 되도록 싼 것을 사서 불을 피웠습니다.
고기는 반드시 숯불에 구워 먹어야 맛이 있다고 강력히 믿었기 때문에....
그런데 숯도 숯 나름이라는 것을 그 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무식했기 때문에.
온갖 중금송에 오염된 중국산 수입 숯에 국내산이라도 정말 믿을게 없는 숯.
화학약품 덩어리란것도 모르고 그렇게도 숯불을 고집햇으니...
나는 무식했습니다.
비싼 숯 대신에 번개탄이 너무나 편리하고 값도 싸고 화력도 좋아서
그 까짓 비싼 숯쯤은 없어도 번개탄 한 장만 있으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번개탄에 구워 먹는 고기가 징그럽게 느껴진다는 것을 그 때는 무식해서 몰랐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강가로 놀러가면 땡볕에 둘러 앉아 번개탄에 석쇠얹어 놓고 고기를 구워 맛있다고 먹었습니다.
그 쏱아지는 자외선...활성산소...기름기...산화...과산화지질덩어리...
게다가 올라오는 연기는 치명적인 화학약품....
나는 가족들에게 죽을 짓을 했을 정도로 무식했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밀가루 제품이 너무 좋아 일요일이면 하루 종일 삼식 세끼를 밀가루 종류로만 온 가족이 때운 일도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손수 칼국수를 밀어서 해 먹고
낮에는 라면이나 짜파게피 같은 인스턴트면으로 배불리 먹고
저녁에는 비빔국수나 국물국수를 배 터지게 온 가족이 하루 종일 먹게 했습니다.
그것들이 당 수치가 높다는 것을 그 때는 무식해서 몰랐습니다.
수입 밀가루는 온통 농약, 방부처리가 되어 우리가 먹는 식탁에 오르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가족과 같이 동네 재래시장에 가면 반드시 튀김 포장마차에 가서 오징어 튀김이나 고구마 튀김을
아이들과 같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그 맛을 잊지 못했습니다.
기름이 그렇게도 빨리 산화가 되는데
그 산화된 기름이 바로 과산화지질인것도 몰랐습니다.
트랜스지방인줄도 몰랐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기름에 튀긴 꽈배기나 단팥 도너츠가 왜 그리도 맛이 있었는지
혼자서 시장에 가면 아이들 준다고 꼭 사오고 했습니다.
설탕을 듬뿍 뿌려 달콤한 앙금이 들어 있는 단판 도너츠를 한 입물고 베어 먹으면
입안에서 느껴지던 그 달콤한 맛이란...
그 하얀 설탕이 죽음의 독이란것을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여름이면 패스트푸드점에 가기만 가면 밀크 쉐이크를 네개씩 사 들고 집에 왔습니다.
자랑스럽게 내 놓으면 말했습니다. " 자, 쉐이크. 맛있게 먹자"
동네 수퍼에 가면 아이스크림 역시 빼 놓지 않고 사 들고 왔습니다.
특히 50% 할인을 할 때면 반드시 그랬습니다.
이제는 아들녀석이 지가 알아서 사 들고 들어 옵니다.
말릴 수도 없고 미치겠습니다.
온통 인공화학 덩어리인 아이스크림을 그때는 왜 그리도 많이 사 먹였는지....
인공색소에 인공향료에 인공감미료에....
나는 무식했습니다.
빵집에 가면 그윽하게 퍼지는 그 향기로운 냄새에 홀빡 빠져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부드러운 빵, 촉촉한 빵, 냄새 좋은 빵만을 골라서 사 먹었습니다.
트랜스지방이 그렇게 많이 들어 있는줄은 무식해서 몰랐습니다.
그때는 트랜스지방이 잔뜩 들어 간 빵이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트랜스지방이 내 몸을 망치게 하는 원흉인줄은 그떄는 정말 몰랐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바나나 우유에는 바나나로 만든 우유가 가득 들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그윽하고 달콤한 맛에 빠져 아이들한테 정말 자주 사다 주었습니다. 나도 많이 마셨고.
그런데 바나나 우유에는 바나나가 0.1%도 없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지금은 이름도 바뀌었지요. "바나나맛 우유"라고....
그렇습니다. 바나나맛을 내는 가짜 가공 우유라는 것을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인공적으로 바나나 맛을 만든 가짜 우유였습니다.
딸기맛 우유, 커피맛 우유... 나는 정말 무식했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참치에 수은 함량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바다 먹이 사슬 중 최상위에 있다 보니 가장 많은 수은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수은은 정말 위험한 독성물질입니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가락동에 가서 잘라서 냉동시킨 참치 조각을 사서(물론 참치도 아니었겠지만)
내 딴에는 맛있게 먹는다고 초밥을 해서 동네 사람들 불러서 심심하면 같이 해 먹었습니다.
내 특기가 참치초밥 만드는겁니다.
정말 자주 사다 먹었습니다. 그 때는 무식했으니까요.
물론 우리 가족 다 같이 먹었습니다.
참치횟집에 가면 단골 왔다고 주는 참치 눈알을 소주에 담가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산화된 과산화지질 덩어리인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나는 무식했습니다.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해서는 심야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 속에도 들어 가고 증기탕에도 즐어 가고
정말 아무 생각없이 왔다 갔다 했는데
지금까지 사고 없이 살아 있는 것이 기적입니다.
술 마시고 사우나 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떄는 정말 무식해서 몰랏습니다.
나의 이야기 였습니다.
우리 가족한테 정말 미안합니다..
퍼왓습니다